사정 칼날 MB 향하는 내막
분위기 반전 카드로 딱! ‘여심야심’
[일요신문] [제1098호] 2013년05월29일 08시48분
  
▲ 검찰 칼끝 일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5월 22일 휴양차 경남 통영을 방문,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가 설치된 미륵산에 올라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채동욱호’ 검찰의 대대적 사정에 재계와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검찰 칼끝 일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최근 여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단 여권에서는 윤창중 성추문 사태를 통해 절정에 달한 정부 불신을 잠재울 반전 카드로 여기는 분위기다. 좀처럼 지지율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은 더 적극적이다. 멈춰 있던 4대강조사위를 재가동하는가 하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의 몸통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넘어 MB를 직접 겨냥해 지지율 회복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프로젝트였던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3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주목을 받은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손 아무개 전 현대건설 전무의 소환 조사였다. 손 전 전무는 퇴임 전 회사에서 ‘한반도대운하TF팀’을 맡아 이끌어 왔다. 

손 전 전무는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1차 턴키공사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1115억여 원을 물리는 과정에서도 등장했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대우·GS·포스코·SK·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 8개 대형 건설사가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과정에서 19개 건설사들이 4대강 사업 턴키공사가 발주되기 두 달 전 별도 협의체를 구성한 것도 밝혀냈는데 이 협의체의 위원장 역시 손 전 전무였다.

검찰 압수수색 소식이 들리자마자 민주당은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미경)’를 출범해 “지금까지 드러난 4대강사업에서 발생한 불법과 비리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누리당마저 “검찰은 그 어떤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출신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당이 선 긋기에 나선 것은 검찰 수사가 권력 핵심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4대강 수사보다 더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의혹 수사다. 지난 22일 민주당 국정원국기문란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범계)는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9명의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이 중에는 지난 대선 당시 SNS를 통해 심리전을 벌인 이 아무개 씨, ‘박원순 제압 문건’에 등장한 신 아무개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 그리고 ‘반값등록금 문건’ 작성자로 추정된 조 아무개 씨와 보고라인인 함 아무개 씨와 추 아무개 씨 등이 포함됐다. 

국정원 진상조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김현 원내부대표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두 문건이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이라 인정했다”고 밝히며 “추가 고발 이후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검찰 안팎에선 “원세훈 개인 비리 의혹을 밝히는 데 맞춰졌던 수사 초점이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국정원 정치개입은 박근혜 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여야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고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전직 국정원 직원 A 씨의 행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소문에 의하면 A 씨는 원세훈 전 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로 원 전 원장 퇴임과 함께 국정원을 떠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최근 메리어트호텔 등지에서 전 정권의 국정원 실세들이 만났다는 첩보가 있었다”며 “그 속에 A 씨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씨는 원 전 원장을 건너뛰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정보보고를 했을 정도로 국정원 핵심 실세로 묘사된다. 일각에서는 A 씨가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묶은 비밀기록들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 국정원이 만든 문건을 토대로 정치개입 의혹과 함께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A 씨의 증언이 있으면 이 전 대통령까지도 수사할 수 있다고 본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도 핵심 인물로 본다”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MB 행보 따라잡기 
짧은 여행…, 긴 침묵 시작

▲ 5월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제가 통영 명예시민입니다.” 

지난 22일 낮 12시경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여 명의 수행원과 경호원을 대동하고 경남 통영에 등장했다. 퇴임 이후 첫 번째 지역 나들이였다. 점심으로 충무김밥을 먹고 한산도 제승당 등을 둘러본 이 전 대통령은 다음 날 거제를 방문한 뒤 서울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지난 4월,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이뤄진 방미 이후의 계획들이 연이은 악재들로 늦춰지면서 이뤄졌다. 원래 이 전 대통령은 방미 직후인 지난 5월 1일 지인 몇 명을 초대해 대치동 사무실 개소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월 1000만 원이 넘는 임대료 논란과 올림픽 공원의 황제 테니스 해프닝까지 더해지면서 취소해야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전 대통령이 개소식이 취소된 당일에도 테니스를 쳤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오후 2시경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치동 사무실에 들러 한 시간 정도 머무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대통령 예우 없이 인터넷 사전 예약을 통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5월 9일자 한 신문은 “이 전 대통령이 이달(5월)부터 거의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요신문>이 지난 13일 오후와 15일 오전 대치동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 전 대통령은 자리에 없었다. 

사무실을 지키던 한 직원은 ‘매일 출근하신다면서 왜 안 계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일이 아니라 ‘거의’ 매일”이라고 둘러대며 “특별한 활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지인들도 만나고 평소 관심 있는 분야 서적을 읽으면서 보내신다”라고 전했다. 

이번 국내 여행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신상에 관한 질문에는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한 비서관은 ‘퇴임 이후 제기된 각종 고소·고발에 관한 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제 해야죠”라고 짧게 대답했다. ‘법무법인 바른에서 소송을 대리하느냐’는 물음에는 “거기랑은 안 하죠”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마련한 대치동 사무실이 법무법인 바른 빌딩과 한 블록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어 사무실이 퇴임 후 소송 대비를 위해 마련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양해해 달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짧은 여행 이후 긴 침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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