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조류제거시설…환경단체 "물 흐름 정체 여전, 임시방편"
정부, 조류제거시설 낙동강 첫 도입 시범운영 논란
2013년 06월 22일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4대강 사업이 진행된 하천의 여름철 조류 발생에 대비해 환경부가 조류 제거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21일 낙동강 고령교 하류 지점에 조류제거 장비를 탑재한 바지선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돼 시험 가동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1일 오전 10시 30분쯤 달성보 상류 2.5㎞ 부근 낙동강. 바지선 하나가 강 한가운데 떠 있었다. 각종 기기를 실은 바지선에는 3명의 인부가 있었다. 1명이 발전기(100㎾)를 가동하자 3분여 만에 바지선 앞쪽 ‘ㄷ’자 모양의 구조물 끝 수면에 미세 기포들이 올라왔다. 기포들이 떠오른 지 5분여 만에 응집된 부유물이 수면에 고였다. 길이 21m, 너비 12m의 'ㄷ' 자 구조물 안 수면을 누런색의 짙은 거품 덩어리가 가득 메웠다. 쓰레받기에 빗자루로 쓸어 담 듯 폐기물 수집기인 ‘스크래퍼’가 부면의 부유물을 바지선 쪽으로 모았다. 한쪽으로 모인 부유물들은 펌프를 통해 바지선 위 저류조에 담겼다.

환경부는 6월 초부터 조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낙동강에 바지선 형태의 조류제거시설을 설치해 시범운영에 나섰다. 환경부가 직접 낙동강 본류에 시설물을 투입해 녹조 등 조류를 수거`제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보로 인한 물의 정체 등 조류가 발생하는 여건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 하천 최초로 조류제거시설 도입  

운영`관리를 맡은 한국환경공단은 4월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 뒤 6월 달성보 상류구간인 고령교~사문진교에 1곳, 창녕함안보 상류구간인 남지철교~낙동대교에 1곳 등 낙동강에 모두 2곳의 조류제거시설을 설치했다. 이외에도 한강 1곳, 금강 1곳, 영산강 1곳 등 총 10억원을 투입해 4대강 5곳에 조류제거 장비를 마련했다.

시설은 크게 바지선과 'ㄷ'자 모양의 이동 부상조, 미세기포 발생장치, 약품 주입장치, 수면의 부유물을 쓸어담는 스크래퍼, 저류조, 탈수기, 발전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처리공정은 먼저 수심 2.5m(최대 5~10m)에서 분사노즐이 미세 기포와 응집제인 ‘폴리염화알루미늄’(PAC)을 함께 쏘면 물속의 미세입자가 덩어리(슬러지)가 져 수면으로 떠오른다. 이를 스크래퍼가 쓸어서 한곳으로 모은 뒤 펌프(처리 능력 시간당 30t)를 이용해 높이 3m, 둘레 2.1m의 저류조(5t)에 담는다. 저류조의 슬러지(수분 함유율 75~80%)는 탈수기인 필터 프레스(filter press)의 여과포를 거치면서 물기가 제거된다. 이때 슬러지의 부피는 10분의 1에서 20분의 1까지 줄어들고 이를 폐기물매립장에서 처리하게 된다.

운영은 6월부터 11월까지 180일 동안(낮 8시간 작업)이고 조류를 제거한 무게만큼 시설업체에 일정 금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즉 4대강 전체 조류제거 목표량은 445t으로 이를 예산 10억원으로 나누면 1t에 약 225만원의 예산이 지불되는 셈.

환국환경공단은 설정한 조류제거시설 한 곳당 하루 처리 목표량은 약 1t으로 수온과 강수량, 유입된 오염물질량 등 하천 여건에 따라 녹조 처리량은 구간마다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180일인 가동기간도 장마 등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날을 제외하면 실제 가동 일수는 100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물 흐름 정체 여전…임시방편일 뿐”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보로 정체된 물 흐름 등 조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하천환경은 녹조가 번성했던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의 조류제거시설 운영은 눈에 띄는 증상만 없애는 대증요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물의 흐름이 더뎌지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넓어진 하천 면 등 현 상태에선 낙동강 본류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녹조를 전부 처리하기 힘들고 눈에 띄는 일부만 제거하는 임시방편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또 물속에서 분사된 응집제 일부가 가라앉는 침전물을 만들게 되면 녹조 등 오염물질이 그대로 하천바닥에 남게 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가라앉은 조류의 사체 덩어리가 악취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응집제로 쓰이는 화학약품이 맹독성은 아닐지라도 피부 점막 손상이나 음용으로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도 장기 점막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환경공단 수질오염방제센터 관계자는 “PAC는 오랜 기간 응집제로 이용되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이라며 “이번 녹조 제거에 쓰이는 양은 일반 정수장에서 사용되는 양의 10분 1 수준인 3~5㎎/ℓ이고, 하수처리장의 경우는 60~120㎎/ℓ까지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유해성은 낮다”고 말했다.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 관계자는 “환경부의 조류제거시설 시범사업은 녹조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량의 녹조가 발생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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