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49215.html


“풍선 하나에 150만원…‘삐라 장사’에 군장병 생명 맡길 건가”

등록 :2020-06-14 09:55 수정 :2020-06-14 15:35


[인터뷰] 북한 국경경비대 장교 출신 홍강철씨

“풍선 1개 날리면 10배 넘게 남아 탈북민 단체 공적 돼”

단체간 경쟁 뜨거워져…‘코로나 비말’ 묻히자는 말도 나와


전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의 탈북민 홍강철씨. 홍강철씨 제공

전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의 탈북민 홍강철씨. 홍강철씨 제공


정부와 경기도가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하게 차단하고 나서자 탈북민 단체 등이 ‘국제사회가 인정한 인권운동’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북한 장교 출신 탈북민이 “이권 다툼으로 바뀐 대북전단보다는 한반도 평화가 우선”이라며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인 홍강철(47)씨는 13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사업이 일부 탈북민 단체 사이에 이권 다툼으로 번지면서 서로 진실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홍씨는 북한의 강건종합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국경경비대 초소장을 거쳐 무산 건재공장에서 노동지도원으로 일하다 2013년 탈북했다. 같은 해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으나 다음해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으로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홍씨는 “탈북민들 자체 커뮤니티나 인터넷, 조사된 내용을 보면 (대북전단을 실어 나르는) 풍선값이 하나 날릴 때 150만원이다. 그런데 실제 풍선 1개 값은 8만~12만원이다. 이것을 10배 넘는 돈을 받고 날려주면 단체의 공적이 된다. 이런 활동 내용을 미국(의 보수 단체)에 제출하면 후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날리기 경쟁도 뜨겁다고 홍씨는 전했다.


“대북전단 날리기를 한 탈북 단체에서 처음에 하면서 이것을 탈북민한테 시켰는데, 이런 노하우를 배운 사람이 단체에서 나와 독자적으로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보내면서 경쟁이 붙었다. 말하자면 풍선 날리기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다. 그러다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다 보니 서로 비난하고 진실하지 못하다며 헐뜯는 상황이 되었다.”


홍씨는 일부 탈북민 단체에서 ‘자신들의 전단 살포가 북한 인권을 위한 인도적 행위라며 이것을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북한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탈북민 커뮤니티의 새터민 라운지라는 곳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비말이 나온 것을 사서 1달러 지폐에 묻힌 뒤 풍선에 넣어 북한에 보내자는 말이 나왔고, 실제 이런 이야기들이 탈북민 사이에서도 돌았다. 병균 비말을 묻혀서 날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다. 인간이라면 아무리 적이라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


경기도 최북단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잇는 김포 염하강철책길. 박경만 기자

경기도 최북단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잇는 김포 염하강철책길. 박경만 기자


홍씨는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이유에 대해 “탈북민 단체의 동영상을 보면 삐라 제목이 ‘설주의 사랑’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합성 사진을 만들어서 보낸 것이 나온다. 너무도 비열한 공격이다. 아마도 북에서 이것을 그대로 놔두면 안되겠다는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추정했다. 또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한이 삐라를 뿌리지 않기도 했는데 약속이 안 지켜진 것 때문이 아니겠냐”고도 말했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단 살포 중지를 약속한 것이다.


홍씨는 ‘풍선을 보내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고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들은 ‘남한 사회가 이렇게 발전했다’ ‘경제 대국이다. 케이티엑스(KTX)도 달리고 에스티알(STR)도 달린다’고 하는 것을 알리려고 하는데 북쪽 사람들은 그런 것 다 알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전부터 남한 드라마가 중국을 통해 들어와서 다 봤다. 내 페이스북에도 탈북자들의 댓글이 달린다. ‘뭔소리냐 북한에 있을 때 집에서 남한 드라마 다 봤는데’라고 한다”고 전했다.


홍씨는 그러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풍선으로) 날린다고 하는데 풍선이 북한에 제대로 가기나 하는가. 강화도 석모도에 떨어지고 쓰레기에 주민들이 항의하면 돌멩이를 주어서 주민들을 협박한다. 이게 인권운동가가 할 일인가. 오히려 삐라가 정세를 긴장시킬 뿐이다.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그래서 국군 다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장병들 부모는 정부에 항의할 터고, 결국은 남북관계만 악화한다. 우리한테 돌아오는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탈북민 단체들이 정부와 경기도의 제지에도 ‘표현의 자유’를 들어 전단 살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데 대해 홍씨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하고 국군 장병들 생명의 안전보다 더 우선할 수 없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보다 더 우선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홍씨는 “정말 (전단 살포를) 꼭 해야 한다고 한다면 (접경지역) 주민과 국군장병이 다 해야 한다고 한다면 하자. 하지만 일부 탈북민 단체들 돈벌이시켜주려고 이렇게 큰일을 벌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홍씨가 <교통방송>에 출연해 삐라를 매단 풍선 하나에 150만원이라고 밝힌 데 대해 “푼돈을 벌겠다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12일 △일부 접경지역에 대한 위험구역 지정과 대북전단 살포자 출입금지 △차량 이동, 가스주입 등 대북전단 살포 전 준비행위에 대한 제지와 불법행위 사전 차단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을 통한 단속과 수사, 고발 등 강력 조치 등 대북전단 살포 금지 대책을 발표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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