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6개월전 “댓글증거없다” 지금 “국정원 거듭나야”
대선 때 정반대로 발언, 책임·사과 빠진 첫 국정원 입장 “자기부정, 고백없는 가식적 주장”
입력 : 2013-07-08  14:43:10   노출 : 2013.07.08  14:43:10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과 경찰의 수사은폐 및 허위발표 사건이 검찰에 의해 기소된지 20여 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에 대해 거듭나야 하며 댓글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밝히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박 대통령은 ‘댓글 사건이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이 여직원에 사과도 않고 대국민 사기를 쳤다’ 등 대선 때 했던 정반대되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과는커녕 어떻게 당시 그런 판단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원에 대해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정권부터 국정원은 많은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업무를 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국정원은 그 본연의 업무인 남북대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대북정보 기능 강화와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지키는데 전념하도록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댓글 사건에 대해 “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실체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며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대선과정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과 NLL관련 의혹으로 여전히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여야가 국정조사를 시작한 만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한 후에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 이후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그치고 국민들을 위한 민생에 앞장서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렸던 3차 대선 TV토론.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대선개입을 본인 스스로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당시 댓글사건의 아무 증거가 없다는 언급을 무슨 근거로 했는지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의 일부를 줄줄 읽었던 12월 14일 부산유세현장의 김무성 당시 선대본부장의 발언을 보고도 박근혜 캠프의 ‘대화록’ 확보사실 여부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대통령후보간 3차 TV토론에서 “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지만”, “(그가) 댓글 달았다고 그런 식으로 하는데 하나도 증거를 못내놓고 있는 것 아니냐”, “캡쳐도 할 수 있는데 그것도 못하면서 그렇게 자꾸 어거지로 말씀하시면”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 이튿날인 12월 17일 수원 지동 유세현장에서 “경찰이 (여직원의) 컴퓨터 노트북을 뒤져봐도 댓글 하나 단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라 단정했으며 충남 천안 유세현장에선 “그 불쌍한 여직원, 결국 무죄인데도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구나 그날 부평역 유세 현장에서 박 대통령은 민주당에 대해 “민주당은 대국민에게 사기를 쳤다”고까지 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12월 19일까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있을 때 당시 김무성 대선 캠프 총괄본부장과 권영세 상황실장이 국정원 정상회담 회의록 입수 발언했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마치 오늘 대통령 발언은 ‘자신이 새누리당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제 3자 시각’인 것처럼 말했다”며 “이는 자기부정이자 스스로는 결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국민의 상식과 인식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고집”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일 '여성주간' 18주년 기념식 참석 연설 모습. ⓒ청와대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해서도 ‘인권유린’이라면서 ‘민주당이 왜 악용하느냐, 책임지라’고 몰아붙이기까지 했다”며 “이 부분의 입장은 왜 표명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엔 ‘국정원에게 어떤 도움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던 발언도 들면서 “국민의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진 발언이 아닌가. 대선 개입, 혜택받은 당사자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면서 아무 관계없이 국정원 직원들이 다 알아서 했다는 것은 솔직한 자기 고백이 결여된 채 나오는 말일 뿐”이라며 “이런 박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얘기라도 가식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지난해 12월 17일 강원도 원주에서 실시한 박근혜 대통령의 유세 현장. 뉴스Y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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