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455


계도지 109억원, 어떤 근거로 지급하나 

[계도지로 본 구청 홍보비 (3)] ‘통반장 편의제공’ 조례가 계도지 근거, 구독기준 없는 구청도

지역신문 지원에 무관심한 지방정부…계도지 비용지원은 금지·계도지는 허용하는 행안부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승인 2020.03.01 11:22


계도지는 법적 근거 없는 관언유착 관행이란 비판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가 무슨 기준으로 어떤 신문을 몇 부 구독해 통반장 등에게 지급하는지 어떠한 법에서도 규정하지 않아서다. 이른바 ‘계도지법’이 없다면 서울지역 25개 구청에서 지난해 총 109억원 넘는 예산을 어떻게 신문사에게 지급했을까.


계도지로 통반장들 편의 제공  


자치구들은 ‘통·반 설치 조례’로 통반장 편의제공 규정을 두고 있다. 각종 잡부금을 면제받거나 공공시설 무료 사용, 직무수행 시 필요한 편의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구청들은 ‘직무수행시 편의제공’을 근거로 계도지를 지급하고 있다. 


통반장이 구시대 행정조직이라는 지적이나 통반장제도를 보완하려 만든 주민자치위 필요성 논란 등을 차치하더라도 이들을 꼭 계도지로 지원하는 게 합당한가의 문제가 남는다. 대부분 구청에선 이미 통장에게 상해보험을 가입해주고 자녀 학비보조, 각종 수당 등을 지원하고 있다. 양천구는 임무 수행능력 증진을 위해 교육·훈련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 2019년 25개 구 계도지 예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나 또는 여러 자치구 단위의 지역신문은 50곳이 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구청 보도자료를 취재 없이 지면에 싣거나 바이라인(기자 이름)조차 없었다. 사진=pixabay

▲ 2019년 25개 구 계도지 예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나 또는 여러 자치구 단위의 지역신문은 50곳이 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구청 보도자료를 취재 없이 지면에 싣거나 바이라인(기자 이름)조차 없었다. 사진=pixabay

 

‘편의제공’이란 규정이 모호해서일까. 마포구는 지난 2011년 “통반장에게 행정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신문, 잡지 등의 구독을 지원할 수 있다”고 계도지 지원을 조례에 명시했다. 1970년대부터 이어진 잘못된 관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뒤늦게 조례를 만든 꼴이다. 이 조례 하나로 각 구청들은 2억원에서 많게는 6억원까지 신문사들에 세금을 투입한다.


신문구독 기준 없는 구청들 


일단 계도지 시장에 진입하면 구청에 밉보이지 않게 해 계속 구독료를 받는 것도 문제다. 25개 자치구 중 ‘특정 신문을 어떤 기준으로 몇 부 구독했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구청은 없었다. 


일부 구청에선 나름대로 신문구독 기준을 마련했는데 이 역시 일방적이다. 구독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은평구는 지난해 4월 지역언론 간담회를 열어 금천구 등 타 지자체 구독기준을 참고해 구독기준(안)을 만들어 지난달 확정했다. 타인 명예훼손 시 구독을 줄이거나 끊겠다는 내용은 논란이 될 만하다. 명예훼손 여부 판단이 주관적이고, 명예훼손 판단 주체가 구청이기 때문에 구청 비판기사를 막겠다는 의도로 비칠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금천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합리적인 비판은 수용한다”며 “구에서 해명을 내놔도 무시하는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을 말한다”고 답했고, 은평구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주민들, 구청과 구의회, 다른 지방정부, 언론계 등이 함께 고민해 만든 기준이 아니므로 관이 언론을 관리·통제하는 관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지역언론 개혁의지 부족한 지방정부 


계도지를 폐지하고 그 예산으로 구민들에게 꼭 필요한 뉴스를 전달하는 곳을 지원하자는 움직임이 과거엔 있었다. 지난 2012년 강북구, 도봉구, 동대문구 등 11개 구 계도지 예산 관련 주민감사청구가 있었다. 특히 서대문구에선 구의원들이 나서 계도지 폐지와 ‘서대문구 지역신문 발전지원 조례(안)’을 만드는 등 언론개혁에 앞장섰다. 


▲ 2019년 서울지역 25개구의 계도지 예산 총액은 109억1432만5200원이다. 2018년 서울 25개 자치구 계도지 예산 총액 108억808만7000원보다 1억623만8200원 증가한 액수다. 사진=pixabay

▲ 2019년 서울지역 25개구의 계도지 예산 총액은 109억1432만5200원이다. 2018년 서울 25개 자치구 계도지 예산 총액 108억808만7000원보다 1억623만8200원 증가한 액수다. 사진=pixabay


해당 조례안에선 한국ABC협회 가입, 광고비중이 지면의 절반 이하, 1년 이상 정상발행, 취재·편집인력 3명 이상 상시고용, 자체생산 기사 70% 이상 등 지원대상을 정했다. 학교 대상으로 지역신문 읽기 운동 전개, 소외계층에 지원 등의 지원방식도 정했다. 동작구 조례와 비슷한 내용이다. 세금을 집행하는데 최소한의 기준이라 볼 수 있지만 당시 통과하지 못했다. 계도지 폐지도 무산됐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계도지 예산 약 5억6000만원 중 2억원 이상을 지방·지역신문에 썼다. 


이 사태는 지방정부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책임도 있다. 


행안부가 내놓은 2011년 3월자 ‘지방예산 질의회신 사례집’ 등을 보면 ‘통반장, 주민자치위원 등에게 지역신문 구독료를 지원할 수 있는지’ 질문에 행안부는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목적이라도 통반장에 대해 구독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계도지를 금지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행안부 재정정책과 관계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통반장들에게 보조금을 줘 (통반장들이) 직접 신문을 구독하게 하는 형식은 안 된다는 취지”라며 “(구청 등)행정기관에서 신문을 구매해 통반장 등 행정 하부조직에 신문을 주는 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독할 돈을 주지 말고 직접 구독해서 지급하라는 절차의 차이로 조삼모사다.


행안부 해명에는 건강한 지역신문이 지방분권이나 지역 민주주의에 끼칠 순기능, 지방정부의 지역신문 지원방향, 계도지가 구시대적이고 비합리적인 예산이라는 문제의식 등을 찾을 수 없었다. 중앙과 지방정부 할 것 없이 공직사회에서 언론을 자신들의 홍보수단 정도로 보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신문사가 지자체에 기생하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 2019년에도 통반장신문 예산 1위는 서울신문] 

[관련기사 : 2019년 서울 25개구 계도지 예산 109억원 넘어]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