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휴가 조기 복귀 뉴스 삭제…청와대 전화
MBN 단독 보도 하룻만에 삭제… 청와대, 압력설에 "틀린 팩트 지적한 것"
입력 : 2013-08-02  13:22:02   노출 : 2013.08.02  13:22:02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일정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청와대에 복귀한 사실을 알린 뉴스 보도가 삭제되면서 청와대 압력설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사실 관계가 달라 언론사에 지적했을 뿐이라며 압력설을 부인했다.

MBN는 지난달 1일 <박근혜 대통령, 저도 휴가의 놀라운 진실>이란 제목으로 리포팅을 내보냈다. 단독 타이틀을 달았던 MBN의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래 지난달 28일 저도로 휴가를 떠나 4박 5일간 머물 것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휴가를 떠난지 하루 만에 복귀했다는 내용이다.

MBN은 "휴가 사진도 휴가지인 저도에서 올린 것이 아니라 귀경한 다음 날 청와대 관저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휴가를 떠난 지 하루 만에 복귀한 박 대통령은 경호실 전 직원들에게 자신의 조기 귀경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조기 귀경 사실을 감춘 것은 대통령 복귀를 눈치 챈 수석들과 비서관들이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중도 복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MBN은 이어 "하지만 모 수석은 3일만 쉬고 오늘 출근했고, 함께 일하는 몇몇 비서관과 행정관들도 급히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쉴 때는 제대로 쉬라고 특명을 내리는 리더십이 아쉽다"고 리포팅을 마쳤다.

그런데 MBN 보도는 리포팅이 나가고 하루가 채 되지 않아 홈페이지에서 삭제되고 방송 화면도 찾아볼 수 없다.
 
▲ MBN의 <박근혜 대통령, 저도 휴가의 놀라운 진실>이라는 리포팅이 하루만에 삭제됐다. MBN 홈페이지에서 해당 뉴스를 볼 수 없다.
 
보통 방송사들이 '오보' 로 밝혀지거나 명예훼손 문제가 발견되면 수정하거나 방송 화면을 삭제하고 있지만, MBN은 전혀 사전 설명 없이 방송 화면과 리포트 텍스트 전체를 삭제했다. 심지어 기사 입력 시간과 수정 시간도 나와 있지 않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리포트가 된 셈이다.

누리꾼들은 MBN 보도가 사라진 사실을 전하며 청와대의 압력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MBN은 무슨 압력과 압박으로 특종을 삭제 당했을까? 삭제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라며 "박근혜가 예정된 휴가를 편히 즐기지도 못하고 청와대에 조기 복귀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기자단에게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저도행 휴가 사실을 보도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신변 문제나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 경우 보통 정부 기관에서는 보도 유예(오프더 레코드)를 언론사에 요구하는데 대통령의 휴가지가 보도될 경우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휴가지를 직접 밝힌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었다. 박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억 속의 저도'라는 제목으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자신의 사진 5장을 공개해버렸다. 안보 위협을 주장했던 청와대로서는 민망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후 언론사들은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의 휴가지와 사진 속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도했다.

이번 MBN 보도도 청와대가 압력을 넣고 삭제가 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휴가지 보도 소동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MBN 보도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하는 등 정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조기 복귀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청와대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휴가 조기 복귀 소식을 알리는 언론 보도에 심기가 불편했을 가능성도 있다.

▲ 지난 8월 1일 MBN이 내보낸 리포팅 화면. ⓒ 다음 블로거 '저격수'
 
MBN 측은 보도 삭제가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고 이뤄졌다는 것을 시인했다. 다만 엠바고나 오프더 레코드 조치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MBN 측 관계자는 "보도 내용 중 오류가 있다고 들었다"며 "취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를 복귀하고 청와대 모 수석이 3일만 쉬고 출근하고 비서관과 행정관들도 복귀했다고 했지만 확인 결과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이 예정대로 복귀하지 않았다고 휴가 중이라고 청와대로부터 직접 알려와 오류로 인정하고 삭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1일날 저녁 MBN 정치부장과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 6월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이 휴가계를 제출하고 국정, 경제, 미래, 홍보 수석은 예정대로 5일 복귀하고 외교 수석은 2일 복귀하기로 하고 예정대로 휴가 중이었는데 박 대통령 복귀 때문에 휴가를 앞당겨 복귀한 적이 없어서 팩트가 틀리다고 했고, 이에 대해 정치부장이 충분히 뜻을 알겠다고 해서 오늘(2일)아침 확인해보니 기사가 삭제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경호실 전 직원에게 수석과 비서관들의 휴가 중도 복귀를 우려해 조기 귀경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며 "쉴 때는 제대로 쉬라고 특명을 내리는 리더십이 아쉽다라는 기사 결론도 결국 전제가 틀리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휴가 하루 만에 조기 복귀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휴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이고 하루만인지 이틀만인지 복귀했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언론에 확인해준 적이 없다"고 전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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