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돈기업’, SKT에 203억 빌려 채널A에 투자
SKT의 우회 종편 투자?… 최민희 “관련 의혹 철저히 밝혀야”
입력 : 2013-08-14 15:11:49 노출 : 2013.08.15 11:50:43 김병철 기자 | kbc@mediatoday.co.kr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 출자한 정체불명의 투자자들이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동아일보와 '사돈관계'인 기업이 SK텔레콤에 203억원을 빌려 채널A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14일 채널A에 203억원을 투자한 E&T가 동아일보와 친인척관계이자 SK텔레콤의 협력사라고 밝혔다. E&T는 SK텔레콤에 203억원을 빌려 채널A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E&T를 거쳐 채널A에 우회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E&T가 SK텔레콤의 돈을 빌려 채널A에 투자금을 융통해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 채널A
2010년 말 종편 사업자 선정 후 많은 투자자들이 출자를 감액·철회(908억원)하자, 채널A는 급하게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E&T는 203억원을 출자해 채널A의 신규 투자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그런데 E&T와 동아일보가 사돈관계인 것이 밝혀진 것이다. E&T는 대창E&T에서 2010년 6월에 분리된 회사인데, 대창E&T는 대창석유를 모체로 한다. 대창석유의 창업주 고광표씨는 동아일보 창업주인 김성수씨와는 ‘사촌 처남-매부’ 관계다. 김성수씨의 부인 고광석씨와 사촌관계인 고광표씨는 동아일보 감사를 맡기도 했다.
최 의원은 "E&T는 채널A에 거액을 투자해달라는 동아일보의 ‘요구’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현금 동원력이 있던 SK텔레콤으로부터 203억원을 빌려 채널A의 지분 4.98%를 획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E&T는 채널A 지분을 1년 뒤인 2012년에 처분했다. 최 의원은 "투자가 아니라 오로지 채널A의 자본금 마련을 위해 급하게 돈을 끌어다 융통해줬을 개연이 크다"고 지적했다.
▲ E&T 2011년도 감사보고서. E&T는 2011년 채널A에 203억원을 투자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
또 한편으론 SK텔레콤이 E&T를 통해 채널A에 우회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E&T는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회사로 SK텔레콤의 협력사다. E&T는 웹사이트에서 ‘SK텔레콤 전국 판매순위 1위, SK텔레콤 최초 46만 가입자 달성’을 내세울 정도로 SK텔레콤의 주요한 협력사다.
아무리 주요한 협력사지만 203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대출해준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년 거래 규모가 1500억원수준으로 E&T는 SK텔레콤의 1위 대리점 협력사"라며 "우리는 대리점들이 현금이 필요할 때 일반적으로 대출을 하고 원리금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년에 대리점에게 대출해주는 총액이 1000억원 정도 된다"면서 "(E&T 대출금) 203억원이 많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대리점에게) 대출 용처를 묻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채널A 투자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 E&T 2012년도 감사보고서. E&T는 2011년 SK텔레콤에게 203억원을 빌렸으나 1년 후 갚았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
또한 E&T가 채널A에 203억원(4.98%)을 투자한 것은 주요주주가 되지 않기 위한 '꼼수 투자'라는 지적도 있다. 방통위 기준에 따르면 5%가 넘는 종편 지분을 가지면 주요주주로 규정된다. 만약 종편 사업자 선정과 승인장 교부 사이 주요주주가 변경되면 승인 취소사유가 된다. E&T는 사업자 승인 후 신규 투자자로 들어왔지만 주요주주 기준에서 0.02포인트 적기 때문에 기타주주로 취급돼 취소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 E&T가 채널A에 투자한 지 1년 만에 처분한 지분이 누구에게 팔렸는지도 관심사다. 최 의원은 "이 지분이 동아일보나 동아일보 관계자에게 갔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 동아일보는 이미 채널A의 지분을 29.32%를 보유한 상태로, E&T의 지분 4.98%를 더하면 30%를 초과해 방송법의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그게 아니라 제3의 누군가가 E&T의 지분을 사들였다면, 누가 203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0%대 시청률에 허덕이며 자본잠식 상태의 장래가 불투명한 종편을 위해 투자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염규호 E&T 부사장은 "동아일보와 특수관계(사돈기업)인데 도와달라고 해서 203억원을 투자했던 것"이라며 "투자를 하려던 목적은 아니다"고 말했다. 1년 후 채널A 지분을 처분한 이유에 대해 염 부사장은 "방송사는 투자 가치가 높지 않기도 하고, 빌려서 투자했기 때문에 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널A 지분을 산 업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기업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채널A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채널A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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