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1037
날아간 노회찬의 금배지, 주광덕을 잡다
대법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아들 허위의혹 제기, 손해배상하라"
20.05.14 12:29 l 최종 업데이트 20.05.14 12:37 l 박소희(sost)
▲ 2017년 6월 19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의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당시 그가 파악한 허위혼인신고 문제로 안 전 후보자는 사퇴했지만 주 의원은 6월 23일 추가로 후보자 아들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 유성호
국회 청문회 정국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의혹 공세'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아들 안아무개씨가 옛 자유한국당 주광덕·곽상도·김석기·김진태·여상규·윤상직·이은재·이종배·전희경·정갑윤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의혹 제기를 주도한 주광덕 의원은 안씨에게 3500만 원을 지급해야 하며, 여기서 3천만 원은 나머지 피고들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
2017년 6월 23일 주광덕 의원 등 '자유한국당 서울대 부정입학의혹사건 진상조사단 소속 국회의원 일동'은 안씨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성폭력 가해자였지만 아버지의 개입으로 사건을 무마, 학생부에 당시 징계 내용 등을 제대로 남기지 않은 덕분에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주광덕 의원은 이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도 올렸다. 안씨는 주 의원 등이 허위사실을 퍼뜨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위자료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곧바로 청구했다.
법원은 1심 때부터 줄곧 이 의혹 자체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고교 학생선도위원회 회의록,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보고서 등 어느 기록에도 안씨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씨는 징계를 받긴 했지만 성폭력 가해자로서가 아니라 이성교제 등을 금지한 학생생활규정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주광덕 의원 등은 자신들이 교사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이 의혹을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주 의원 등은 당시 안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등 자신들의 직무와 연관 있어 의혹을 제기했다며 면책 특권도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 기자회견 일주일 전, 이미 안씨 아버지 안경환 전 후보자가 사퇴한 만큼 공직 후보자 검증에 필요한 의혹 제기가 아니었고 ▲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 반드시 기자회견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였다.
'노회찬 판례'로 주광덕 책임 꼬집은 법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자료사진). ⓒ 연합뉴스
1심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주광덕 의원의 블로그까지 문제 삼았다. 그런데 이때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삼성 X파일' 사건 판례가 등장한다.
노 의원은 2005년 삼성의 뇌물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과 대화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홈페이지에도 게시했다. 그런데 2011년 대법원은 '홈페이지 게시는 공적사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노 의원 2심 무죄판결을 취소,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2013년 2월 14일 노 의원의 통신비밀보호법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된 노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사실 주광덕 의원 등은 블로그 게시 자체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1심 재판장 송인우 판사는 피고들의 기자회견뿐 아니라 블로그 게시도 부적절했음을 명확히 했다.
"더구나 피고 주광덕의 이 사건 성명서 블로그 게시와 관련하여서는, '인터넷에 게시물을 게재하는 경우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국회 내에서 행하여졌다고 보기 어려워, 인터넷에 자료를 게재한 행위는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서 행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있다(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1도 15315 판결)."
법원은 거듭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비판했다. 항소심 재판부(재판장 박영호, 판사 구태희 백주연)는 1심 판결에 수긍하면서도 피고들의 무책임했다고 꼬집었다.
"피고들은 국회의원으로서 관련 기관에 각종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들로서는 언론사들이 어떠한 의혹을 확인된 사실처럼 보도한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이를 인용하여 발언을 할 때에는 그것이 진실인지 스스로 확인하여 적어도 여론을 오도하지 않도록 사전에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주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그 의혹의 대상이 공론의 장에 전면적으로 나선 공적 인물이 아닌 그 자녀이고, 그 의혹의 내용이 당사자에게 매우 수치스러울 수 있는 성폭력 의혹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 검증을 철저히 해야 했다고 보인다."
14일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동의했다. 또 당시 교내 학생선도위원회 회의록만 봐도 안씨 등 직접 당사자들의 진술이 모두 담겨 있고, 그가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없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 주 의원 등이 적절하고 충분한 조사를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를 종합해볼 때 항소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주 의원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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