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608201910912?s=tv_news
[바로간다] "동물 취급하고 때리고..한국 선원은 악마였다"
고은상 입력 2020.06.08. 20:19 수정 2020.06.08. 20:21
[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고은상입니다.
저희는 지난 달 중국 원양 어선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심지어 죽은 선원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키는 충격적인 인권 침해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 우리나라 배에 타는 외국인 선원들의 실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제보가 빗발쳤습니다.
바다 위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그 현장으로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남해 먼 바다, 멸치 잡이가 한창인 쌍끌이 어선.
거센 파도 앞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건 한국인이 아닌 인도네시아 선원들입니다.
[인도네시아 선원] "오늘 잡은 물고기야, 사장님."
갑판 위에 뻥 뚫려있는 구멍.
아래로 내려가니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 신발과 이부자리가 널려있습니다.
외국인 선원들이 생활하는 곳입니다.
한국인 선원과 달리 육지에 숙소가 따로 없는 선원들은 3년이든 4년이든 여기서 살아야 합니다.
화장실은 있지만 변기는 고장난 지 오래.
식사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밥과 계란 부침 한장이 전부입니다.
[인도네시아 선원 A씨] "밥이 목까지 넘어가기 전에 일을 하고, 반찬은 거의 없이 밥하고 물하고만 (해서도) 먹어요."
이렇게 일해도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이 배의 선주는 지난 4년 동안 인도네시아 선원 24명에게 임금 5억원을 주지 않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은 2만 1천여명 정도입니다.
MBC 취재진은 한국 배에 탄 외국인 선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 선원들만 1,000명이 넘게 모여 살고 있다는 경상남도 통영시를 찾았습니다.
기자가 온다는 소식에 선원들이 몰려나왔습니다.
서툰 우리 말 인사.
한국말을 아는지, 들어본 한국말이 뭔지 물어봤습니다.
"에이 **야, **놈아, 빨리해라 마, 집에 집에 가라 뭐하노…"
[인도네시아 선원 B씨] "사장님이 우리 나가라고 무시하는 것 같고 동물 취급 당하는 느낌이에요."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한국 선원에게 맞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원 J] "조금만 잘못해도 빡. 빡. 얼굴까지도 때리고 철로 만든 통발로 밀어버리고…"
이들이 폭로한 한국 원양어선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국 원양어선 탑승 외국인 선원] "이틀 동안 잠을 안 자고 일할 때도 있었고요. 많이 졸리면 2시간만 자게 했어요."
미국 한 대학 연구진이 지난 2012년부터 2018년도까지 25개국 16,000척의 원양 어선의 위성 항적도를 분석했더니,
일년 동안 가장 오래 조업을 하는 배, 가장 멀리 가는 배, 가장 오래 바다 위에 있는 배는 한국 원양어선이었습니다.
[한국 원양어선 탑승 외국인 선원] "2년 동안 배에서 한번도 내리지 않고 있다가 인도네시아로 돌아갔어요."
[개빈 맥도널드/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 연구원] "한국 선박들은 규제가 매우 적은 먼 해역까지 가서 조업을 합니다. 이런 선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불법 조업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나포된 한국 국적 원양어선의 경우, 노동착취 의혹이 제기돼 현지에서도 문제가 됐습니다.
[아르헨티나 현지 뉴스(2019년 2월)] "한국 원양어선은 일부 해외지역에서 노동착취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MBC는 이 배에 탔던 인도네시아 선원의 증언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한국 원양어선 탑승 외국인 선원] "부선장은 악마였어요. '이 **야 뭐하노 뭐하노 이 **야' 하면서 멱살을 움켜쥐고 얼굴을 밀어버렸어요."
고된 일에도 임금은 형편없습니다.
원양어선 외국인 선원 상당수의 월급은 한 달 500달러, 우리 돈 6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인 선원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정부가 원양어선 외국인 선원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인도네시아 선원 역시 4년 동안 배를 탔지만, 월급은 300달러가 전부였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원 C] "월급은 조금 밖에 안주면서 일하는 시간은 너무 길어서 힘들어요. 그러니까 화내지 말아주세요"
현행법상 어획량이 늘어나면 선주는 선원들과 이익을 나누게 돼있는데,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선원들은 그 대상에서도 빠져 있습니다.
[이한숙/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 "그게 일종의 성과급인데 외국인 선원들은 보합제(성과급)임금을 전혀 못 받거든요. 최저임금도 훨씬 적은데. 그건 정부에서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거든요."
게다가 외국인 선원들은 한국 배에 타려면 알선 업체에 최대 1,000만원 가량의 돈을 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집을 한 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심지어 땅문서까지 담보로 잡히기도 하고, 대부분은 여권과 통장을 빼앗깁니다.
외국인 선원들이 어떤 취급을 당해도 탈출도, 신고도 못하는 이유입니다.
[인도네시아 선원들] "한국오려고 모든 걸 팔고 대출 받아서 왔어요. <빚이 있잖아요. 욕먹어도 집에 못가요.>"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12년부터 세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 선박의 외국인 선원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정부는 최근에야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베트남 선원] "가난해져서 다시 누더기 옷을 입어도 한국을 꿈꾸지는 않을 거예요."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한국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 비율은 70%가 넘습니다.
이들 없이는 산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겁니다.
그러나 정부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은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고은상입니다.
고은상 기자 (gotostorm@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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