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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언론 보도 프레임 분석 ‘이간질’, ‘낙인찍기’
[ 민언련 신문 모니터 ]
민주언론시민연합 media@mediatoday.co.kr 승인 2020.05.14 16:17
지난 5월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와 정의기억연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언론이 주로 보도하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우선 ‘위안부 단체 기부금 운영이 투명하지 않고 할머니들에게 쓰지 않는다’는 기부금 부실 운용 의혹과 둘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으로부터 10억 엔 받는 것을 윤미향 당선인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한일 위안부 합의 사전인지 의혹입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직후 조선‧중앙일보를 필두로 윤미향 대표가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뜻을 무시했고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역시 피해자 지원이 아닌 다른 부정한 데 쓴 것으로 몰아가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30년 간 동고동락한 윤 당선인-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관계를 극단적 갈등으로 끌고 가면서 위안부 운동의 근간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 이 사태를 정치 쟁점화하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시도까지 보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죄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느닷없이 ‘윤미향과 위안부 단체의 부정’으로 바꿔버리는 프레임이 만연한 겁니다. 이용수 할머니 역시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강조한 만큼, 최근의 보도는 왜곡의 폐해가 상당합니다.
조선‧중앙의 의혹확대는 이용수 할머니를 이용하는 행태
윤미향 당선인은 30년 간 위안부 문제에만 투신한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그 30년 간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싸워왔습니다. 전 세계는 물론 한국 정부마저 무관심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고 역사적 사실로 공인받기까지,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과 윤 당선인 등 시민 운동가가 지난한 과정을 견디지 못했다면 역사는 지금보다 후퇴했을 게 분명합니다. 더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이용수 할머니는 2015년 위안부 합의의 부당성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조했죠. 그런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면 근본 배경을 찾아보고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의혹의 객관적 규명이 필요하지만 일부 언론은 정치적 목적에 매몰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 수준을 벗어나 의혹을 키우고 윤 당선인을 비롯한 위안부 운동 자체를 공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보도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지난 5월8일부터 12일까지 주요 일간지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관련 지면 보도량 상세 집계 (※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이나 ‘정의연(윤미향) 입장’을 의혹 제기 중심의 기사, 기계적 중립 기사, 의혹 규명, 갈등 배경 분석 기사 등 여타 항목이 중심인 모도에서 언급될 경우 해당 항목의 보도로 분류함. ※ 정치쟁점화 보도에는 ‘반일 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교수의 주장을 받아쓴 보도(조선일보)가 포함됐으며, 정치쟁점화 비판에는 그러한 이영훈 교수의 주장을 비판한 보도(한국일보)가 포함됨)
5월8일부터 12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4일 간, 조선일보는 무려 22건, 중앙일보도 12건이나 보도를 내며 타사의 2~3배에 달하는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22건 중 19건, 중앙일보는 12건 중 10건이 의혹을 제기하거나 확대하는 보도로서 전체 관련 기사의 대부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경우 총 보도량은 7건으로 많지 않으나 이 중 대부분인 6건이 의혹 제기 또는 확대에 해당합니다. 반면 경향신문‧한국일보는 반론 또는 의혹 규명 차원의 보도량에 정확한 균형을 맞췄으며 한겨레는 7건의 관련 보도 모두를 반론과 의혹 규명에 할애했습니다.
의혹 제기 및 확대에 중점을 둔 조선‧중앙의 경우 각자 주력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8건을 갈등 부각 및 정치쟁점화에 쏟아 부은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윤 당선인의 한일합의 사전인지 의혹에 6건을 집중한 반면 갈등‧정치쟁점화 의도를 반영한 기사는 없었죠. 조선일보가 유독 정치적 의도를 노골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갈등 부추기고 정치쟁점화 하는 보도
‘갈등‧정치쟁점화’ 보도의 기본 의도는 ‘이간질’
조선일보의 갈등‧정치쟁점화 보도에서는 기본적으로 이간질의 의도가 나타납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이용수 할머니의 기억이 자신과 다르다는 윤 당선인을 향해 ‘할머니를 공격했다’고 쓴 조선일보 <위안부단체 이끈 윤미향, 30년 동반자 이용수 할머니 공격>(5월9일)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포함해 윤미향 당선인을 포함한 위안부 운동가 전체를 향한 증오, 심지어는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모욕까지 드러낸 보도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니 위안부 단체 문제 모두 밝히라>(5월9일)는 5월8일 윤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넘긴 글 중 극히 일부인 “(30년 전) 이 할머니 첫 전화는 ‘내가 아니고 내 친구가…’ 였다”를 인용해 “(윤 당선인이)마치 이 할머니가 위안부 출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허위에 가깝습니다. 윤 당선인의 글은 정반대로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운동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이용수 할머니의 첫 신고 회상 부분 바로 앞 문장은 “제게 대응을 하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저는 이렇게 소극적으로 제 생각과 마음을 담아내는 글로 대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응을 해야 할 상대가 피해자이시기 때문”이라는 문구이며, 바로 이어지는 내용 역시 “피해자(이용수 할머니)의 칭찬은 제가 활동하는 보람을 갖게 해줬고, 피해자의 웃음은 저를, 제 자신은 던져버리고 일에 미치게 만든 에너지가 되어줬”다는 것입니다. 윤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에 해명을 하는 대목에서도 할머니를 ‘피해자’로 부르며 안타까움과 존경을 표했습니다.
“할머니가 위안부 출신이 아니라면”? 이게 조선일보의 속내일까
이렇게 윤 당선인의 글을 제멋대로 해석한 조선일보는 더불어시민당의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돼 있다”는 주장, “1억원씩 드렸고 이 할머니도 돈을 받았다”는 정의기억연대 해명까지 묶어 “이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 “위안부 문제로 국민 성금도 받고, 일본 측 위로금도 받고, 국회의원까지 된 사람들이 이제 갑자기 그토록 떠받들던 이 할머니를 진짜가 아닌 듯이, 치매 노인인 듯이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급기야 “만약 이 할머니가 위안부 출신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이들은 이를 알면서 이용해온 것이 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는 조선일보의 목적이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보호에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합니다.
그 누구도 이용수 할머니를 ‘치매 노인’이나 ‘가짜 피해자’로 규정한 바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쓰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조선일보가 끼워 넣은 ‘이용수 할머니도 1억을 받으셨다’는 정의기억연대 해명은 조선일보 등이 기부금을 피해자 지원에 쓰지 않은 것처럼 보도한 데 대한 답으로서 이용수 할머니가 끝까지 일본의 위로금을 거부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국민 성금을 모아 지급했다는 설명입니다. 분명 이용수 할머니를 피해자로 대우하며 해명한 윤 당선인의 글을 두고 ‘가짜 피해자’까지 운운한 조선일보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사설을 쓴 겁니다.
물론 이용수 할머니가 기부금 운용이나 2015년 상황에 일부 오해가 있다는 취지라 하더라도 이용수 할머니의 ‘기억’을 언급한 더불어시민당, 윤 당선인도 더 주의했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기억’이 위안부 운동의 근간이 됐기 때문이죠. 조선일보는 이런 차원을 넘어 이용수 할머니를 빌미로 윤 당선인 등 여권을 공격하기 위해 느닷없이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닐 가능성을 꺼냈고, 결과적으로 조선일보가 이용하려 했던 이용수 할머니를 조선일보 스스로 모독한 셈이 됐습니다. 그간의 속내를 숨기지 못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윤 당선인과 위안부 단체가 이용수 할머니를 비방한 것처럼 묘사한 조선일보는 사설 말미에서 “여당·정권은 의혹을 해명할 책임이 있다”, “이 정권은 전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외교 적폐 1호' 낙인을 찍고 폐기”했다며 ‘정치적 보도’의 화룡점정에 도달했습니다. 피해자 의견을 강조해 박근혜 정부 합의에 ‘적폐 낙인’을 찍은 현 정부에서 피해자가 울분을 터뜨렸다는 이유입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가짜 피해자 가능성’까지 운운한 목적은 결국 ‘박근혜 정부 위안부 합의’의 정당화였을까요?
조선일보 논조 ‘인신공격’에 가까워… 어째서 ‘혐한 인사’와 유사한 주장을 하는 걸까
조선일보의 이 사설에는 사실 문제점이 끝도 없습니다. 윤 당선인 등을 가리켜 “위안부 문제로 국민 성금도 받고, 일본 측 위로금도 받고, 국회의원까지 된 사람들”이라 한 대목은 모호한 문장으로 윤 당선인 등을 폄훼한 겁니다. 위안부 관련 활동을 한 사람들 중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여성운동가 출신 이미경 전 의원과 윤미향 당선인 정도로 손에 꼽습니다. 그들 중 대체 누가 국민 성금을 받고 일본으로부터 위로금을 받았다는 것인가요? 위로금은 2016년 화해치유재단으로 들어왔고 그마저도 수령 거부 피해자들의 반대로 정부가 남은 돈 57억 8천억 원을 일본에 돌려주려 잔류시켜 놓은 상태입니다. 국민 성금은 당연히 과거 정대협이나 현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들이 모금하는 겁니다. 모호한 문장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섰던 이들을 모욕해서는 안 됩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전 국민적 염원을 명분 삼아 어느 순간부터 ‘문제 해결’보다 ‘문제 유지’와 잿밥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절충이 불가피한 국제 현실을 외면한 채 정치적 목적의 반일(反日) 선동에 편승해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라는 조선일보의 주장도 터무니없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유지하며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일제의 전쟁범죄 사실과 국가의 법적 책임을 부인하며 틈만 나면 위안부의 역사를 지우려 시도하고, 과거 정부에서 나온 그나마의 사과마저 각종 망언과 왜곡된 교과서로 뒤엎고 있는 일본입니다. 아베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후인 2016년 10월에도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라도 쓸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털끝만큼도 없다”고 했죠. 이런 상황에서 매주 수요집회를 하고, 소녀상을 지키며, 고령의 피해 할머니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 ‘잿밥에 치중한다’거나 ‘반일 선동에 편승한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사례나 증거를 하나라도 제시해야 합니다.
대표적 혐한 인사 무토 마사토시 전 일본대사가 12일, 정의기억연대를 향해 “반일운동을 진행하고 위안부 문제를 이용해 북한과의 연계함으로써 일한대립이 심화하기를 바라는 단체”라고 비방한 글을 썼습니다. 전쟁범죄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혐한 인사의 입장과 조선일보 사설의 입장이 어째서 유사한지, 조선일보 스스로 살펴봐야합니다.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의 목적은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 해결’
타사의 경우 조선일보처럼 갈등 확대‧정치쟁점화 의도를 노골화한 기사는 없었습니다. 다른 요소를 조명하다가 할머니의 ‘기억’을 언급한 윤 당선인 등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거론하기는 해도 조선일보처럼 ‘윤 당선인과 여권이 이용수 할머니를 공격하며 치매 노인 취급하고 있다’는 적나라한 프레임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죠.
조선일보 보도가 안타까운 점은 앞서 확인했듯이 정치적 목표를 지니는데 거기에는 피해자의 목소리 없이, 일본 정부의 확고한 사죄 없이 졸속으로 체결됐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당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는 조선일보 식 보도가 토대로 삼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과도 배치됩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윤 당선인의 2015년 합의 사전인지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외교통상부도 죄가 있습니다. 피해자들한테도 알려야죠.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텐데, 그 (단체)대표들한테만 얘기하고 저는 몰랐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신없는 할머니들 이용해서 받았다고 한 거예요. 들어온다는 걸 알아야 말이지요. 들어온다는 거 알았다면 전 그거 돌려보냈을 겁니다. 그걸 속였습니다”라며 10억 엔 위로금을 거출한 일본 및 박근혜 정부에 여전한 분노를 표했습니다.
윤미향 당선인의 국회 진출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도 “나는 국회의원 윤미향은 모른다. 정대협 윤미향만 안다”, “해결하려고 했으면 해 놓고 가야지요. 자기 사욕 차리려고 위안부 문제 해결 안 한 다음에, 어디 엄한데 가서는”이라고 원망했는데, 이는 윤 당선인의 위안부 운동가로서의 자격이나 그간의 노고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위안부 문제 해결의 현장’에서 약속을 지켜달라는 요청에 가깝습니다. 윤 당선인 등을 비판하는 이용수 할머니의 목표도 △일본 정부의 불가역적이고 진심 어린 사죄 △국제적으로 합의된 전쟁범죄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역사 교육의 정립 △그에 따른 법적‧인도적 피해자 지원 등 하나도 이뤄지지 못한 위안부 문제의 완전한 해결, 즉 일본 정부의 책임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일본의 책임’을 ‘윤미향 책임’으로 바꿔치기 한 ‘사전인지 의혹 보도’
‘일본 책임 회피한 졸속 합의’를 ‘윤미향이 피해자 외면’으로 바꾼 보도들
조선일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으나 2015년 위안부 합의 사전인지 의혹에 집중한 중앙일보도 정치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입니다. 조선일보가 보인 2015년 합의에 대한 정당화 의도는 이러한 ‘사전인지 의혹 보도’에서 더 뚜렷합니다.
중앙일보는 관련 첫 보도일인 8일부터 12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사전인지 의혹’을 조명해 6건이나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그 내용은 요컨대 윤미향 당선인이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합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에게 숨겼으며 합의 발표 후에는 돈을 받고 싶은 피해자들의 뜻도 무시했다는 겁니다. 보도 제목만 봐도 이 프레임이 쉽게 도출됩니다.
▲ 지난 5월8일부터 12일까지 중앙일보의 윤미향 당선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사전인지 의혹 관련 보도 제목
보도가 많으나 <피해자 중심주의라더니, 피해자 뜻 존중 안 한 윤미향>(5월12일) 1건에 중앙일보가 의중이 모두 반영되어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전인지 여부에 대한 윤 당선인 입장이 “합의 당일(7일 윤 당선인)→합의 전날(8일 윤 당선인)”로 바뀌었으며, “이날 정의연이 낸 자료에 따르면 그해 12월27일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으로부터 일본의 ▶ 책임 통감 ▶ 사죄 및 반성 ▶ 정부 국고 거출 등 합의 내용을 기밀 유지를 전제로 일방 통보”받았으나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고, “할머니들과도 외교부가 전달한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고 정리했습니다.
또한 “A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이를 받지 말라고 회유했다는 서신을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했다며 자사의 11일 보도를 근거로 “일본이 낸 10억 엔으로 마련된 화해·치유 재단의 지원금을 피해자들이 수령하는 데 윤 당선인이 관여했는지도 쟁점”이라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 11일자 기사들의 제목은 <단독-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 지원금 받으면 배신자 낙인>·<단독-“위안부 지원금 1억 받으려하자, 윤미향이 못 받게 했다”>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변해 온 윤 당선인이 알고보니 피해자 뜻을 짓밟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위안부 지원금 1억 받으려하자, 윤미향이 못 받게 했다”>의 경우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며 비판해 온 윤 당선인이 오히려 일부 피해자의 자발적 의사와 선택권을 무시한 게 된다”며 그런 의도를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익명’에 의존해 ‘2015년 합의의 절차적 정당성’ 강화한 중앙일보
중앙일보가 ‘사전인지 의혹’ 보도에 집중하며 윤 당선인의 ‘위안부 해결에 헌신한 운동가’ 이미지에 흠결을 낸 데에는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정당화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6건의 보도의 상당 비중을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합의 발표 전에 윤 당선인 등 위안부 단체에 충실히 설명했다’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죠. 바로 그 전제 아래서 ‘설명을 해줬는데도 윤 당선인이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돈을 받겠다는 피해자 뜻도 무시했다’는 프레임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2015년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시 외교부는 다 알면서도 왜 침묵했는지, 언론들도 그때는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 의문이지만, 중앙일보의 논리 전개 자체에 허점이 많습니다. 일단 ‘박근혜 정부의 사전 설명이 충실했다’는 전제는 대부분 익명에 의존하고 있으며, 보도 내용 중에는 사실과 다른 점들도 나타납니다.
사태 직후 보도인 중앙일보 <“위안부 합의 당일 알아”→“전날 통보받아” 말 바꾼 윤미향>(5월8일)의 경우, “중앙일보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청와대·외교부·민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라더니 “정부는 정대협 측에 '일본군의 관여' '정부의 책임' '아베 총리의 사죄' '10억엔 거출' 등 핵심적인 부분을 전달했다. 2015년 12월 28일 합의가 임박해서는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윤미향 당선인을 직접 찾아가 관련 설명했고, 발표 전날에는 유선으로 전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한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서는 “외교부 이(상덕) 국장은 윤미향 대표를 '나의 카운터파트'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말했기 때문에 내게 연락을 했을 정도라면 윤 대표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위안부 합의 발표 이후 여론이 악화했고 윤 당선인도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하면서 외교부 안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는 대목에서는 급기야 익명 취재원조차 없이 ‘반응’으로 얼버무립니다.
이는 의혹을 규명하는 게 아니라 부풀리거나 누군가를 공격할 때 쓰는 전형적인 ‘익명 보도 수법’입니다. ‘박근혜 정부 외교부가 사전에 충실한 설명을 했는데 뒤늦게 윤 당선인이 날을 세워 당황스러웠다’는 중앙일보의 기본 전제 자체가 처음부터 대부분 ‘익명’, 즉 부실한 근거 위에 세워진 셈입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취사선택’, 전형적인 왜곡 방식
중앙일보가 익명 취재원만 이용한 것은 아닙니다. <윤미향 “합의 전날 기자에 뿌린 내용 일방 통보 받아” 해명은 거짓>(5월11일)은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의 “당시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1차장이던 본인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윤미향 대표에게 사전 설명을 했다’는 외교부의 입장을 분명히 들었다”는 ‘실명 인용’을 하기도 했죠. ‘외교부가 그렇다고 한 걸 조태용 당선인이 들었다고 하더라’라는 ‘2중 카더라’라 신뢰도가 떨어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일보가 취재원 발언 외에 ‘자료’를 근거로 쓴 부분도 하나 발견되기는 합니다. 중앙일보 <“위안부 합의 당일 알아”→“전날 통보받아” 말 바꾼 윤미향>(5월8일)은 “2017년 외교부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검토 보고서”를 인용해 “외교부는 국장급 협의 개시 결정 이후 2015년 한 해에만 모두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 접촉했다”,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전했죠.
그러나 중앙일보는 보고서 중 자기 프레임에 필요한 일부 내용만 부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보고서를 전한 한겨레 <“박근혜 정부, 한-일 위안부 합의때 핵심내용은 피해자쪽에 안 알렸다”>(5월12일)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돈의 액수도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보고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이는 당시 외교부가 이미 보도로 나온 수준의 합의안만 27일에 통보해줬다는 윤 당선인, 정의기억연대 주장과 부합하는 것으로서, 중앙일보는 쏙 빼놓고 보도했습니다.
이외에도 사실과 다른 중앙일보 보도 내용은 또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 지원금 받으면 배신자 낙인>(5월11일)은 “10억 엔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이다. 윤 당선인 역시 ‘일방적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10억 엔에 대해 미리 알았다는 점 자체는 시인했다”고 했는데 윤 당선인은 11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건 이미 언론에 나오고 있었고요. 국가 책임을 인정한다 그 다음에 총리가 사과한다, 국고에서 거출한다는 것은 언론에도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다 국민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언론 보도에서 나오고 있던 얘기지 자신이 외교부로부터 통보받아 알게 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죠.
당사자 해명 자료까지 ‘취사선택’해 프레임을 만든다?
이렇게 구체적인 보도의 맹점을 살피지 않더라도, 5월11일 정의기억연대가 보도자료로 밝힌 2015년 합의 당시 일지를 보면 중앙일보의 ‘사전인지 및 피해자 외면’ 프레임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정의기억연대 보도자료에 나온 당시 상황을 보면 이미 한일 언론에서 보도된 ‘책임통감, 사죄, 일본 국고 거출’은 윤 당선인은 물론, 다수 국민들이 알고 있던 예상 합의안이었기 때문에 이를 합의 발표 하루 전에 외교부가 통보해줬다면 윤 당선인이나 정대협이 공식 발표 하루 전에 굳이 행동을 취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소한 합의 사나흘 전부터 한일 양국 보도로 나오고 있던 내용을 27일 외교부로부터 받아 곧바로 다음날 공식 발표 전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할머니들에게 ‘반대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줬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합니다. 중앙일보가 무엇을 의혹으로 만들고자 하는지 의문입니다. 중앙일보는 그 정의기억연대 보도자료도 자사 프레임의 근거로 썼는데 역시 입맛에 맞는 부분만 취사선택했습니다.
중앙일보 <피해자 중심주의라더니, 피해자 뜻 존중 안 한 윤미향>(5월12일)은 “이날(5월11일) 정의연이 낸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윤 당선인과 정의연이)외교부로부터 사전 설명을 듣고도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피해 할머니들이 사전 설명 내용을 듣고 의견을 낼 기회를 확보받았는지도 이번 사안의 핵심”으로 의문을 표했는데요.
중앙일보도 근거로 삼은 정의기억연대의 11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상할 게 없습니다. 정의연은 보도자료에 합의 나흘 전인 2015년 12월24일부터 일본 언론에서 “△책임통감 △사죄반성 △일본 정부 국고 거출 등으로 합의될 것이라고 보도”가 나와 당시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에 문의했으나 “언론보도가 잘못된 것이며 정부를 믿으라”는 답만 돌아왔고, 26일엔 “한일 정부가 아베 총리 사죄 표명,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 일본 정부 10억엔 예산 거출 등을 합의할 것”이라는 한일 언론 보도가 나와 고 김복동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가 반대를 표했으며, 27일에 이상덕 국장이 “△책임통감, △사죄반성, △일본 정부 국고 거출 합의내용을 기밀유지를 전제로 일방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정대협 법률자문위가 “한.일 정부의 합의발표 공식 기자회견 이후로 판단 보류”하기로 했는데 28일 합의 발표 당일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 △상호 비난 자제, △소녀상 해결 노력 등이 추가 발표되자, 논의를 거쳐,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반대 결정 및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이죠. 중앙일보는 이 중 12월27일 이상덕 외교부 국장으로부터 통보, 정대협의 공식 기자회견 28일로 보류 결정만 골라 ‘윤 당선인이 외교로부터 설명을 듣고도 할머니들에게 알리지 않으며 반대 의견 낼 기회를 박탈했을 가능성’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법적 책임 회피하기 위한 일본의 돈을 받아야만 한다는 건가
‘윤 당선인의 합의 사전인지’에서 ‘피해자 뜻 외면’으로 나아가는 중앙일보의 보도는 더욱 본격적입니다. ‘윤 당선인이 일본으로부터 위로금을 받고 싶어 하는 피해자들의 뜻을 묵살하고 피해자들을 종용했다’는 결론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사태의 본질은 일본의 사죄와 법적 책임이 없는 위로금으로 위안부 문제를 지워버리려 했던 일본 및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시도인데, 이를 ‘위안부 피해자들을 외면한 윤미향’으로 바꿔치기하는 프레임입니다. 그 프레임 뒤바꾸기에 ‘돈’, 그리고 일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장을 이용했습니다.
중앙일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 지원금 받으면 배신자 낙인>(5월11일)의 경우, 이미 제목에서 윤 당선인이나 정의기억연대, 정대협이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에서 주는 돈을 받을 경우 ‘배신자 낙인’을 찍은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위안부 피해자 A할머니”가 “10일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한 친필 서신”을 근거로 “1990년대 아시아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 사태”까지 묶어 윤 당선인을 비롯한 위안부 단체가 할머니들이 일본의 돈을 받지 못하게 강요한 것으로 몰아갔습니다. 중앙일보는 “자신(윤미향 당선인)이 반대하는 것과 수령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받지 말라고 회유하거나 종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윤 당선인을 비판했습니다. 돈 받지 못하게 ‘종용’했다는 표현을 썼고 이 표현은 관련 보도에서 반복됩니다. A할머니는 서신에 “(정부가) 일본 돈 10억 엔을 받아와서 정신대 할머니들한테 1억 원 씩 줄 때 윤미향이 전화해서 ‘할머니 일본 돈 받지 마세요. 정대협 돈 생기면 우리가 줄게요’ 하면서 절대 받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나는 억울해서 받아야 되겠다”고 썼습니다.
물론 위안부 피해자 개인마다 사정이나 의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분은 일본의 위로금을 받을 수 있으며, 이용수 할머니 등 다른 분들처럼 끝까지 수령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A할머니가 서신에서 밝힌 것처럼 윤 당선인이 “할머니 일본 돈 받지 마세요. 정대협 돈 생기면 우리가 줄게요”라고 피해자들에게 말했다면 그것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돈 수령 여부와 무관하게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죄 없는 위로금을 반대했습니다. 중앙일보도 <피해자 중심주의라더니, 피해자 뜻 존중 안 한 윤미향>(5/12)에서 “공개적으로는 합의에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조용히 와서 지원금을 수령한 할머니”도 있고 실제로 당시 합의 기준 생존자 47명 중 “지원금을 수령한 피해자는 35명”이라고 했죠.
‘낙인’은 조선‧중앙일보가 찍고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단체와 윤 당선인의 입장에서 피해자들의 본질적인 합의 반대 의지에 따라 피해자들께 되도록이면 일본의 돈을 받지 말자고 ‘설득’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중앙일보는 이렇게 당연한 ‘설득 과정’을 “회유와 종용”이라는 표현, “배신자 낙인”, “윤미향이 못 받게 했다”, “피해자 뜻 존중 안한 윤미향” 등 과장된 보도 제목으로 비약한 겁니다. ‘낙인’은 중앙일보가 윤 당선인과 위안부 운동 자체에 찍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마치 윤 당선인이 피해자들에게 강요라도 한 것처럼 묘사하는 데 동원한 근거들도 안타까운 수준입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 지원금 받으면 배신자 낙인>(5월11일)은 “A할머니의 증언을 두고 1990년대 아시아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 사태를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다”며 과거 사건을 상기시켰습니다. “일본은 95년 국민기금을 발족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에게 500만 엔씩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대협 등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한 게 아니라며 반대했다(중략) 당시 국민기금을 수령한 피해자는 7명이었는데, A할머니가 그중 한 명이다. 이들은 마치 배신자처럼 낙인찍혀 큰 괴로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겁니다.
중앙일보가 ‘단독’까지 붙여 대대적으로 보도한 A할머니 서신엔 기재되지도 않은 30년 전 일본의 국민기금까지 끌어오면서도 ‘그 일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배신자 낙인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불분명한 추정으로 처리한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과거 아시아평화기금을 떠올리고 정대협 등 위안부 단체가 ‘배신자 낙인’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는 사람으로 중앙일보가 제시한 사례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뿐입니다. 조세영 차관이 쓴 책에서 “지원금을 수령한 피해자와 정대협 등 관련 단체 사이에 마찰이 초래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썼고, 무토 마사토시 전 일본대사가 “정대협은 기금을 수령한 7명의 할머니에게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았고 악의적인 비판을 많이 했다. 이게 위안부 할머니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이 할 행동인가”라고 비난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정작 윤 당선인이나 위안부 단체가 1998년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받은 할머니들에게 ‘배신자 낙인을 찍었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대협 등 단체와 지원금 수령 피해자 간 갈등’만 나타납니다.
왜 조선‧중앙은 하나같이 ‘혐한 인사’ 주장을 근거로 갖다 쓰는 걸까
중앙일보가 소환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은 1995년, 아시아의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민간의 기금을 모아 지원금을 주려했던 일본의 사업입니다. 역시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정대협 등 단체는 반대했고 국민모금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김대중 정부도 반대하여 정부가 직접 지원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해 도덕적 우위를 점하며 일본 정부 차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노선을 택했죠.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에게 일본의 책임 회피성 돈을 받지 말자고 설득할 수 있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피해자가 그 돈을 수령할 수도 있는 것이며, 설득 과정에서 마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아무 근거도 없이 ‘피해자들에게 낙인을 찍었다’고 보도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입니다.
더구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피해자로부터 촉발된 사안에서 중앙일보가 대체 왜 일본의 국가적, 법적 책임은 물론 위안부 범죄 사실조차 부인하는 대표적 혐한 인사인 ‘무토 마사토시’의 입장을 인용했는지 의문입니다. 무토 마사토시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두고 정의기억연대를 향해 “반일운동을 진행하고 위안부 문제를 이용해 북한과의 연계함으로써 일한대립이 심화하기를 바라는 단체”라고 비방했습니다.
3. 기부금 부실 관리 관련 보도
국세청도 나선 ‘기부금 문제’, 이것마저 과도하게 보도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관련 보도 중 보도량이 가장 많은 단일 주제는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부실 관리’입니다. 7개 신문사에서 총 15건의 보도를 냈고 이는 ‘위안부 합의 사전인지 의혹’ 11건보다도 많습니다. 한겨레를 제외한 신문사가 모두 보도를 냈는데 한겨레도 정의기억연대의 해명을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기부금 부실 관리를 다뤘습니다. 여기서도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이나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 수준을 뛰어넘어 아니면 말고 식 때리기 보도, 신상털이식 보도가 나타났습니다.
이용수 할머니가 7일 기자회견에서 문제를 제기한 기부금 관련 발언은 “데모(수요집회)해서 돈 걷어서 뭘 합니까. 하나도 쓴 거 없습니다”, “제가 호텔에서 생일을 했는데, 그때 모인 축하금을 정신대와 함께 하는 할머니 시민 모임의 역사관 관장, 사무국장, 대표라는 사람이 동티모르에 천만 원 갖다 준답니다. 할머니한테 써야지요”, “120일 결의안 통과시키려고 워싱턴에 다녔는데 아무도, 돈 한 푼 보태준 사람 없습니다”,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 정도가 전부입니다. 정의기억연대와 무관한 생일 축하금 관련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정의기억연대의 해명이 나왔습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미 재단법인으로서 정기적인 회계 감사를 의무적으로 받고 있으며 매월 후원자 명단, 매년 기부금 모금액 및 사용실적 명세서, 매년 결산 재무제표를 모두 공개해왔습니다. 국세청도 12일, 정의기억연대의 고의성은 없지만 일부 회계 오류가 있다며 재공시를 요청했죠. 공익재단이나 시민단체의 기금 운용이 기업과는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회계상 오류는 관계 기관과 바로잡아하며, 이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과 무관하게 언제나 필요한 일입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이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 정의기억연대의 해명을 뛰어넘어 상당한 부정행위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고 급기야 윤미향 당선인의 월급 및 자녀 유학비, 고 김복동 할머니 장학금까지 걸고넘어졌다는 겁니다.
딸 유학비‧김복동 장학금까지 터는 보도, 근거도 공익도 없어
조선일보 <딸 미국 유학보낸 윤미향 부부, 소득세는 5년간 640만원>(5월11일)의 첫 문단은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정의연에 대해 ‘이용당했다’고 비판했었다. 윤 씨의 딸은 현재 미국 명문대에서 유학 중이다”라는 내용입니다. 전혀 관련이 없는 두 사실관계를 이어 붙여 근거도 없이 ‘윤미향이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해 딸을 유학보냈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겁니다. 이어서 조선일보는 “부부가 1년 소득세로 1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학 자금을 어떻게 마련한 것이냐’는 지적”이라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기사 역시 돈을 많이 못 벌면서 “어떻게 딸의 유학 경비를 마련했느냐”는 질문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근거도 없이 일단 의혹을 뿌리고 보는 전형적 네거티브입니다. 결국 윤 당선인은 과거 간첩조작사건 피해자인 남편의 형사 보상금을 썼다는 해명까지 해야 했습니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한 가정의 ‘신상털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조선일보 <김복동 장학금, 민노총·전농·진보연대 간부 자녀에 줬다>(5월11일)는 조선일보가 이용수 할머니를 이용해 시민운동계 전체를 욕보이려 하는 것 아닌지 의심케 하는 기사입니다. 조선일보는 “정의기억연대가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며 만든 ‘김복동장학금’의 올해 국내 수혜자 전원이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자녀인 것”이 대단한 잘못이라도 되는양 문제시했습니다. “2016년 5월 김 할머니가 직접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써달라’며 5000만원을 정대협 측에 기부하며 시작”된 ‘김복동장학기금’을 “모두 시민단체·노조 등 관련 인사의 자녀”에게 줬으니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죠. “방용승 공동대표는 현재 정의기억연대 이사를 맡으면서 자녀가 장학금 혜택을 봤다”는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정의기억연대는 2019년 2월 김복동장학금 신청공고에 “김복동 할머니의 평소 뜻을 실천하고 있는 여성․인권․평화․노동․통일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고 당시 언론도 이를 보도했습니다. 한겨레 <김복동 할머니가 남기고 간 ‘설 세뱃돈’>(2019/2/7)과 같은 기사가 있죠. 그때는 보도를 내지도 않았던 조선일보가 이제와 시민단체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게 문제라고 언성을 높이는 겁니다.
조선‧중앙은 그간 ‘위안부 문제’에 어떤 보도를 했나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에서 시작해 ‘가짜 피해자’까지 운운하고 고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까지 건드린 보수언론에게서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향한 의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보도를 주도한 조선‧중앙이 과연 고 김복동 할머니나 위안부 단체의 투명성 또는 정당성을 거론할 자격이 있을까요?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조선일보는 <사설-동북아 정세 격변 속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와 우려>(2015년 12월29일)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만 매달려 한국과 일본이 반목하는 국면이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된다”며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는 시각을 보이면서도 “합의 내용에 대해 최대한 세심한 설명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짐짓 박근혜 정부를 타일렀습니다. 이면합의로 드러난 소녀상 철거가 파장을 일으킨 2017년 1월에는 <사설-단선적 친일 매국 시각으로 국제관계 헤쳐가겠나>(2017년 1월16일)에서 “더 크고 중요한 국익을 위해(중략)외교 관계에서 때로는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며 “그때마다 ‘친일’ ‘매국’이라면서 단세포적이고 감정적인 비난을 한다면 나라가 앞으로 갈 수 없”다고 엄포를 놨죠.
중앙일보 역시 <사설-한일 양국은 이제 앞을 보고 가자>(2015년 12월29일)라는 노골적인 제목으로 “외교에서는 본질적으로 완승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타결 내용은 실질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앞세웠습니다. 졸속 합의가 드러난 이후에도 중앙일보는 <김현기의 시시각각-위안부 합의 전날 밤의 한․일전>(2018년 1월3일)에서 “문 대통령은 ‘피해자 중심 해결’을 외쳤다. 듣기엔 참 좋다”, “피해자 모두 100% 만족하는 해결이란 애초 기대하기 힘든 구조”라고 비아냥댔습니다.
조선‧중앙이 이제와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합의 내용을 관련 시민단체에 성실히 사전 설명한 것처럼 보도를 쏟아내고, 윤미향 당선인을 공격하며 ‘피해자 중심 해결’을 외치고 있습니다. 양식이 있다면 그간 자사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과연 진심을 담고 있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보수언론은 ‘위안부 피해자’ 위한 보도를 언제쯤 하게 될까
정의기억연대 및 윤미향 당선인과 연락이 닿지 않던 이용수 할머니는 논란이 커지자 5월13일, 입장문을 내 재차 “가해국인 일본의 공식적인 범죄인정과 사죄, 당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법적 배상, 당시 책임자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과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이 이루어져야 함”을 최우선으로 강조했습니다. 5월7일 기자회견부터 바로 이것이 핵심이었으나 일부 언론이 이를 훼손한 겁니다. 이용수 할머니도 이에 “기성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근거 없는 억측과 비난, 편 가르기 등이 우리를 위해 기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고 일침을 가했죠.
윤미향 당선인과 위안부 단체에 과격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중앙일보도 5월14일, 이용수 할머니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언론 보도를) 보니 잘못된 게 많더라”, “윤미향이 열심히 했다”면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짚었고 2015년 위안부 합의에도 “28일에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다. 외교부도 그렇지, 피해자들을 위해 (합의)했다면 피해자한테 알렸어야 한다”라며 재차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윤미향 당선인을 향해 “이건 아니다. 돈을 빼먹었지 않나”라고 성토하는 동시에 정의기억연대에도 “정대협(정의연)은 고쳐서 못 쓴다. 해체해야 한다” “왜 위안부 문제를 마음대로 팔아먹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이 인터뷰에서도 이용수 할머니는 “역사관을 넓혀서 교육관을 만들어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조했으나, 이용수 할머니의 진의와 별개로 보수언론이 또 악용하지는 않을지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중앙을 필두로 한 정치적 보도, 각종 네거티브는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을 빌미로 잡았을 뿐, 처음부터 할머니를 위한,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사를 낸 게 아닙니다. 이로써 우리 사회의 이른바 ‘보수언론’이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입장에서 보도하지 않는다는 뼈아픈 현실만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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