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40423033705062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전 정부 매뉴얼은 화석화.. '안전' 문외한 관료들은 제 밥그릇만..
■ 사고 나면 허둥지둥… 고장 난 재난대응시스템
현장 지방정부 조직서 사태 수습 총지휘하는 '분권형 대응체제' 절실
순환보직 폐해 줄일 전문인력 확보도 필요
한국일보 | 조철환기자 김현빈기자 | 입력 2014.04.23 03:37

"해양수산부는 2013년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인 국민행복 달성을 위해 '해양사고 30% 감소대책'을 시행, 해양사고 사망ㆍ실종자를 30년만에 두 자리 수로 줄였다. 사고 위험성이 커진 해상여건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쾌거다"(해수부ㆍ올해 1월8일 보도자료)

"해수부는 97개 관리과제의 133개 성과지표에 대한 목표달성도 분석 결과, 평균 97.9%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이는 해수부 위상 제고를 위한 해당 공무원의 정책 성과 창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해수부 ㆍ'2013년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

↑ 선박 침몰사고 예방 및 수습 방안과 관련, 해양수산부가 각각 2013년(왼쪽)과 올해 펴낸 '국가안전관리 집행계획'. 지난해 크고 작은 해상 사건이 잇따르고 해상 교통 여건이 바뀌었는데도 두 문서는 목차는 물론이고 내용이 토씨까지 같다. 조영호기자 youcho@hk.co.kr
 
일본에서 수입한 노후 선박의 구조변경을 허가하고 안전 관리에 실패, 세월호 침몰 사고 빌미를 제공한 해수부가 사고 이전 쏟아낸 자화자찬이다. 유사시 국민 생명과 직결된 재해 대책이 관련 부처 고위직 자리를 늘리는 명분이나 전시 행정에 이용된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권의 분절화ㆍ관료집단 이기주의

이번 사고를 통해 정부 재난대응 시스템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맥락에서 ▲5년 단임 정권의 분절적 행태 ▲이에 편승한 공무원 집단의 이기주의적 행태가 겹쳐 일어난 결과로 진단한다.

우선 단임 정권의 분절적 행태. 많은 전문가들은 '5년 단임 정부'가 차별화에 주력하는 바람에 이전 정권이 풍파를 겪으며 쌓은 재해대응 노하우가 발전적으로 검토되지 못하고 사장됐다고 지적한다. 대표 사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안보와 재난대응을 총괄하고 각 분야에서 2,800여개 위기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졌던 노무현 정부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이명박 정부가 NSC를 해체하면서 각 부처로 분산ㆍ해체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한 NSC도 안보기능만 맡고 있다. 현재 NSC사무처 격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위기관리센터에는 전체 직원 20여명 중 재난 담당직원이 행정관 한 명뿐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는 보고만 받고 있는 셈이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제도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국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면 현 정부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재난 부문 역시 NSC가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 집권한 정권이 야심 차게 단행한 재해대응 체제개편이 실제 이행과정에서 관료집단의 '제 밥그릇 키우기'와 '겉치레 행태'로 변질된 것도 원인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재해대응ㆍ안전관리 매뉴얼을 안전행정부로 모두 넘겼다. 그런데 안전관리 업무를 맡은 안행부 2차관은 '안전에 이응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안행부 관료는 재해대응 업무의 이관을 자기 조직 불리기에 이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한 3,000여개 매뉴얼 관리실태에도 적용된다. 해수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에도 '국가안전관리 집행계획'을 작성했는데, 세월호 사고의 예방과 수습 방안이 담긴 '해상안전 대책'은 2014년판과 2013년판이 토씨까지 같다.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25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 200개와 각 부처에 현존하는 3,269개 현장조치 매뉴얼 대부분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뒤 시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화석화돼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상 서류로만 존재하는 매뉴얼은 비상사태 때 신속 대응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면피용'일 따름이다.

잘 훈련된 분권형 대응체제가 핵심

정부 대응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연방정부는 후선 지원에 주력하고, 지방 조직인 뉴욕소방본부가 사태 수습을 총지휘한 걸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는다. 뉴욕 소방대장의 상관인 뉴욕시장이 그 밑에서 지원하고 연방 재무부 비상기획관이 모든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했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고라면 목포해양경찰청이 수습을 주도하고, 중앙사고대책본부는 각 부처의 지원을 감독하는 역할에 머문 셈이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부처의 기능 강화보다는 사고 현장인 지방정부의 대응역량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안영훈 안전공동체연구센터장은 "공무원 조직이 순환보직으로 운영되다 보니 재난전문 인력이 너무 없다"며 "인원 보강과 함께 외국처럼 연중 수시로 재난 대비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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