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5750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CNN-<조선>의 다른 태도
[분석] 4/16 오전 9시 주목한 CNN... 유병언 특집 기사 쏟아내는 <조선>
14.04.29 11:28 l 최종 업데이트 14.04.29 11:33 l 지용민(hanfan)

기사 관련 사진
▲ 세월호 참사 14일째... CNN 머릿기사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CNN의 머릿기사로 보도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 ⓒ CNN갈무리

미국 CNN이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면서 4월 16일 오전 9시 배가 침몰했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갔다. CNN은 지난 28일 저녁 메인 뉴스로 사건 발생 초기에 구조작업에 나섰던 '두라에이스'(Doola Ace)호를 취재해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두라에이스에서 촬영한 영상을 내보내면서 구조에 나섰던 문예식 선장의 뒤늦은 소회를 전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이 발생한 한국의 유력 언론에는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라는 '유병언'의 특집 기사가 지면을 뒤덮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CNN이 다시 4월 16일 오전 9시를 주목해 관심이 쏠린다. 

CNN은 지난 28일 '세월호 구조에 나섰던 사람들 : 많은 생명 구할 수 있었는데…'(South Korean ferry rescuers: So many lives could have been saved)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두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의 목격담을 전했다. 

사고 발생 당일 오전 9시 15분 세월호 200미터 인근까지 접근한 문 선장은 "(도착 당시) 세월호는 이미 30~40도 기운 상태였고, 그런 상황이면 탈출이 진행 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사람이 아닌 물에 떠다니는 컨테이너였다. 

기사 관련 사진
▲ 4월 16일 오전 9시로 돌아간 CNN 세월호 침몰 13일째인 28일 침몰 당시 구조작업에 출동했던 두라에이스호 이야기를 메인 뉴스로 보도하고 있는 CNN. ⓒ CNN갈무리

그 시점 세월호에서는 "지금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지만 구조를 위해 인근에 대기 중이었던 문 선장은 그 배에 몇 명이 탔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 무렵, 문 선장이 세월호와 직접 교신에 나섰다. 문 선장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연결이 된 세월호 승무원에게 '두라에이스가 구조를 위해 왔으니까 승객들에게 탈출을 안내하라'고 말했다. 

두라에이스와 교신이 오간 지 10분 뒤, 세월호에서는 "우리가 탈출하면 구조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해왔다. 만일 세월호의 다른 선원이 교신에 나섰더라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아까운 생명을 잃은 상황에서 문 선장은 아쉬워했다. 문 선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와 같은 상황에서)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탈출을 지시했어야 했고, 만일 그랬다면 많은 생명이 살았을 거예요"라고 아쉬워했다. 

CNN은 두라에이스호 문 선장의 시각에서 무엇이 아쉬웠는지 4월 16일 오전 9시로 돌아가서 천천히 다시 살펴봤다. 이 기사에는 두라에이스에서 촬영한 화면을 보여주는 정도의 새로움이 있을 뿐이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도 흥미를 끌만한 감동적인 이야기도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뉴스가 많을 텐데, 새롭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14일 전 이야기를 메인 뉴스로 보도한 CNN의 의도는 무엇인가. 

4월 23일부터 쏟아지는 '유병언' 기사들... 왜?

기사 관련 사진
▲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 협조' 발언이 있은 지 이틀 후 유병언의 이름을 머릿기사로 보도한 <조선일보> 4월 23일 치 신문. ⓒ 조선일보PDF

CNN이 그렇듯 한국 언론 역시 4월 16일 오전 9시에 여전히 관심이 있을까. 한국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다는 <조선일보>의 지면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8일 치 <조선일보>의 구성은 이렇다. 3면은 정홍원 총리 사퇴 특집, 4~5면은 '유병언 일가 수사' 특집, 6면은 엉터리 운항관리자 제도 특집. 세월호 침몰 사고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뉴스들이다. 

그 전 발행일인 4월 26일 치 신문은 어떨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영향이 반영돼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이날 <조선일보>의 4~5면은 '유병언 일가 수사' 특집이다. 6면은 관계기관 책임 공방을 다루고 있다. 그 뒤로는 함께하는 사람들(자원봉사자·조문객들), 안타까운 사연들 등 휴먼스토리로 구성해놨다. 

<조선일보> 지면에서 세월호만큼이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유병언 특집'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조선일보>가 '유병언'이란 이름을 신문 1면에 올린 것은 지난 23일 치 신문이었다. 이날 유병언은 '청해진해운 실소유주'라는 이름으로 신문 지면에 등장했다. 실소유주를 밝히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 신문은 첫날부터 유병언의 여섯 개 비리혐의(횡령·배임·탈세·강요·뇌물공여·재산해외도피)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임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기사 관련 사진
▲  회사가 빈 것과 공사 중인 것도 뉴스일까. 세월호 참사 관련해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씨 관련 뉴스를 특집으로 보도하는 <조선일보>(4월 28일 치). ⓒ 조선일보PDF

4월 23일 최초 보도 이후 <조선일보>는 24일부터 연일 2개 지면을 '유병언 일가 수사' 특집으로 채웠다. 갑작스러운 시점에 매일 2면씩 기사를 채우기는 벅찼을 듯하다. 그래서일까. 4월 25일 치 치면에는 '유씨 일가 비리 수사 지휘부 두 특수통' '캐도 캐도 또 나오는 유병언 계열사' 등 세월호 침몰과의 관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4월 28일 치 <조선일보>도 '유씨 회사 4곳 가 봤더니… 대부분 사업 안하는 빈껍데기' '유씨 측, 아해(유병언호)는 백남준급 작가… 자화자찬' 등 내용으로 구성해놨다. 이 신문은 유병언씨 비리 수사를 집중 보도하는 모양새다. 

유병언씨에게 비리가 있다면 조사를 하고 그에 따른 처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연일 공을 들여 2개 지면을 유벙언 특집에 할애하고 있는 순간에도 113명의 실종자들이 바닷속 어딘가에 있다. 

최초 유병언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조선일보>는 그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임을 강조하면서 마치 그가 세월호 참사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기사화했다. 하지만, 보도 6일째인 4월 28일 지면까지 분석해 보면 개인비리와 세월호와의 연관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왜 <조선일보>는 유병언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CNN은 4월 16일 오전 9시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순간의 이야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 보도했다. 사건 발생 14일째임에도 그들은 사건 발생 초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 순간 국내 유력지를 자처하는 신문은 독자들에게 매일 2개 지면을 할애해 유병언 비리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유병언 특집을 처음 보도한 4월 23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SNS와 인터넷을 통한 온갖 유언비어와 루머 확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언론 협조'를 공개적으로 구한 4월 21일 직후였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