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309 

박근혜 손잡고 울먹이는 유족, TV뉴스는 이것 뿐
[캡처에세이] KBS·MBC 유족 항의는 보이지 않았나…“사과 아니다” 유족 목소리 없어
입력 : 2014-04-30  13:52:30   노출 : 2014.04.30  14:45:50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다녀왔다. 이 자리에서 희생자 가족과 마주쳤고 희생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대통령 자식이라면 이렇게 했겠어?”, “여기까지 와서 사과 한 마디 없다”(한겨레), “대통령님, 끝까지 현장에 있으셨어야죠.”(경향신문)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유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대통령의 조화를 “꼴도 보기 싫다”며 분향소에서 치울 것을 요구했고, 결국 박 대통령의 조화는 분향소 밖으로 치워졌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이날 총리와 장관들 앞에서 사과했다. 유가족들은 “사과가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JTBC 메인뉴스인 뉴스9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의 조화도 거부하는 등 정부 대처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박 대통령을 만난 유가족들은 정부의 부실한 사고 수습에 대해 10여 분간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가족들의 절규는 쉽게 그치지 않았습니다.”

▲ 2014년 4월 29일 KBS 뉴스9 화면, 박 대통령과 유가족이 손을 잡는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사진=뉴스화면 갈무리.
 
그런데 KBS는 이 분노와 절규가 ‘호소’로 들리는 모양이다. 대통령에 대한 유족들의 비판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KBS는 29일 뉴스9 첫 보도로 이 소식을 다루면서 “유족들은 내 자식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지시를 내려달라고 호소했다”며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이번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유족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건의’한 수준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뉴스 화면에서 유족들은 박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유족들의 항의로 박 대통령 조화가 치워진 사실은 “박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 등의 조화는 리본만 분향소 안에 걸린채 유족들 요구로 밖으로 치워졌다”고만 보도했다.

KBS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사과에 대해 유족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도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JTBC는 “앞선 네 번의 대국민 사과에서 ‘송구스럽다’ 등 모호한 표현을 쓴 데 비하면 수위를 높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14일 만에 나온 이번 발언이 이미 한발 늦은 것이란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14년 4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KBS와 마찬가지다. 사진=뉴스화면 갈무리.
 
MBC도 다를 바 없다. MBC는 박 대통령 조문 현장에 대해 “더딘 구조작업과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유족들의 항의와 호소도 들었다”며 “박 대통령은 유족의 손을 잡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유족들이 대통령에 대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한 영상만 있고 역시 박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유족들의 항의는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의 조화는 일부 유족들의 요구로 분향소에서 치워졌다”고만 나온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여기까지고 MBC는 박 대통령의 향후 계획에 대해 별도의 리포트를 만들었다. MBC는 “신설예정인 가칭 ‘국가안전처’는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난 현장의 상황을 장악하고 ‘전권’을 행사하는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족들의 사과 비판은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의 사과와 향후 조치에 대해 무게를 싣고 유족들의 항의를 전했고 유족들이 박 대통령 사과를 비판한 사실도 짧지만 보도했다. 그런데 KBS·MBC 뉴스만 보면 이런 사실을 알기 어렵다. 단지 유족들이 박 대통령의 손을 잡고, 의지하는 것만으로 비쳐진다.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도 대통령만을 위한 방송으로 만드는, 그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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