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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대강 사업으로 방치됐던 금강변에 연꽃 옮겨심자…
등록 : 2014.07.18 07:49

4대강 사업 뒤 방치돼 잡풀이 무성했던 강변이 올해 들어 궁남지에서 연 1만촉을 옮겨 심은 뒤 집오리들이 연꽃 사이를 노니는 연지로 탈바꿈했다. 부여군 제공, 전진식 기자
 
장암면, 쓰레기 치우고 연지 조성
주민들, 집오리 수십마리 풀어놔
20일까지 인근 궁남지는 연꽃축제
 
4대강 사업 때 방치된 강변에 연꽃 수만송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17일 찾은 충남 부여군 장암면 정암2리. 백마강(금강) 옆으로 1만㎡ 가까운 연지(연꽃을 심은 못)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곳은 4대강 사업 전에 논이었는데 강변에 자리한 탓에 큰물이 나면 물에 잠기는 때가 잦았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2년 전 땅을 사들인 뒤 방치돼 있었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가 가득하고 해충이 들끓어 마을 주민들 또한 불편을 겪었다.

보다 못한 이종관 장암면장은 이계영 고도문화사업소 문화재관리팀장과 ‘연꽃 시집보내기’를 상의했다. 이 팀장은 강 건너편 궁남지에 천만송이 연꽃을 피워낸 산증인이다. 예산 3000만원을 들여 풀숲을 걷어내고 땅을 다진 뒤 연지를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지난 4월 궁남지 연꽃들 가운데 홍련·백련·수련 1만촉을 일주일 내내 옮겨 심었다. 쓰레기장 같던 곳에 연지가 만들어지자 흥이 난 마을 주민들은 장날 집오리 수십마리를 사서 지난달 연지에 풀었다. 이 팀장은 연지와 오리가 찰떡궁합이라고 했다. “물에 이끼가 자라면 연 줄기를 감아서 못 크게 돼요. 오리가 진딧물이나 잡초도 먹고 부지런히 물을 헤치고 다니기 때문에 이끼도 사라지고 물도 맑아집니다.”

4대강 사업 뒤 방치돼 잡풀이 무성했던 강변이 올해 들어 궁남지에서 연 1만촉을 옮겨 심은 뒤 집오리들이 연꽃 사이를 노니는 연지로 탈바꿈했다. 연을 옮겨 심기전 모습. 부여군 제공, 전진식 기자

연지는 곧바로 정암2리 40가구 주민들의 명소가 됐다. 정원주(66) 정암2리 이장은 “주민들이 저녁을 일찍 먹고 연지에 모여 운동도 하고 쉬었다 간다. 강가라서 시원하고 경치도 좋다”며 웃었다. 연지 코앞에는 장암면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는 맞바위(마당바위)가 우뚝하고, 오른편으로는 부여 출신으로 조선시대 청백리·명재상이었던 상진(1493~1564) 선생이 지은 월파정 터가 있어 역사성도 되살렸다.

부여군에서는 연지로 드나드는 길을 넓히고 쉼터도 꾸밀 참이다. 이종관 장암면장은 “맞바위에 얽힌 이야깃거리를 살려 ‘연꽃 마을’로 조성하면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건너 궁남지에서는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이날 개막해 20일까지 열린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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