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807

4대강의 진짜 괴물은 무엇인가
[미디어 바로미터]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팀장
입력 : 2014-07-16  09:26:30   노출 : 2014.07.20  13:40:36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팀장  

무더운 여름, 때 아닌 괴물 소동이다. 4대강에서 발견된 이름도 생소한 ‘큰빗이끼벌레’ 때문이다. 6월말 금강을 시작으로 낙동강, 영산강, 한강 전체 4대강에서 발견되고 있다. 기이한 외형과 불쾌한 냄새 때문인지,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유포된 이 동물의 관련 기사에는 거부감을 표현한 많은 댓글들이 쏟아졌다. 일부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4대강의 ‘괴물’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낯선 동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국내에는 전문가도 그 수가 매우 적다. 그만큼 정보도 많지 않고, 그로 인해 독성 유무 등 많은 논란들이 이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의 이견은 뒤로 하고,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 벌레가 바로 정체된 물에서 주로 서식한다는 점이다. 

국내외의 약 100여 편의 큰빗이끼벌레 분포 논문들도 이 벌레가 호수나 저수지, 웅덩이와 같은 정체수역을 선호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 벌레가 번성하게 되었을까?

물의 흐름이 매우 느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4대강사업으로 인한 보 건설을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4대강사업 이후 정체시간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0배 가까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역시나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사장까지 영산강 현장을 방문해서 “4대강사업과 큰빗이끼벌레는 무관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였다. 4대강 보가 건설되기 전에도 낙동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었다는 사후환경조사 데이터를 근거로 내밀었다.

지난 2011년 10월 22일 저녁 방송된 KBS <특별생방송 4대강 새물결 맞이>에서 MC석으로 직접 출연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 사진=KBS
  
하지만 이 자료는 보 건설 전에 일부 서식했다는 점 그 이상을 말해 주지 못한다. 올해처럼 4대강 본류에서 대량 번식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주민들과 낚시꾼들의 증언이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이미 옥천이나 북한강 수계 댐 지역에서 과거에도 발견된 바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큰빗이끼벌레가 대량 번성한다는 것은 4대강의 지금 환경이 어떠한가를 말해준다는 점이다. 바로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이다. 외계에서 온 괴물인 양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큰빗이끼벌레가 무슨 죄이겠는가. 그저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자신의 본능대로 열심히 번식을 했을 뿐. 

큰빗이끼벌레와 같은 외래종이 번성하는 가운데, 우리 하천 고유의 멸종위기종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흰수마자, 꾸구리와 같은 어류들은 4대강사업 이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살 수 있는 습지와 여울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여름마다 강은 독성남조류가 뒤덮고 있다. 강변에 만들어진 인공공원 주변에는 외래식물이 늘어나고 있다. 수달과 삵과 같은 포유류들도 새로 들어선 공원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정부 측 보고서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천 생태계 복원.” 4대강사업 추진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복원은커녕, 그나마 있던 강의 생명들마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보로 막혀 흐름이 멈춰버린 호수에는 생소한 외래종이 점차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4대강사업은 거짓말 그 자체였다. 하지만 누구하나 사과 한마디 없고, 책임지는 이 하나 없다.
 
▲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팀장
  
큰빗이끼벌레는 우리를 위협하는 괴물이 아니다. 국민을 속여 22조원의 혈세로 온 국토를 망가뜨리고도 아무런 반성도 없이 뻔뻔한 이들, 그들이 바로 4대강의 괴물이다. 

이 괴물은 4대강에만 살지 않는다. 거대한 댐 건설로, 또다른 지류하천개발 사업으로, 호시탐탐 자신의 서식처를 넓히려고 하고 있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4대강사업 책임자들에게 법적,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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