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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연이은 ‘자충수’에 막다른 길 내몰려...유가족, 재합의안 반대로 결론
새정치연합, 유가족 설득에 당력 쏟았으나 실패...특별법 논의, 다시 원점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시간 2014-08-21 00:25:09 최종수정 2014-08-21 00:25:09
세월호 가족들과 만남 마친 박영선 원내대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세월호 가족대책위 임원회의를 가족들과 대화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양지웅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0일 세월호 특별법 여야 재합의안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당차원의 노력을 쏟았으나, 유가족들이 재합의안을 반대하기로 결론을 내리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수사권‧기소권 보장이 빠진채 여야간 입장의 절충점만을 찾으려던 협상 과정과 합의안에 유족들이 완강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다. 유가족 설득에 실패한 박 위원장은 이번 가족들의 재합의안 거부로 인해 다시 한 번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수사권‧기소권 보장하는 원안 고수”...새정치연합, 유족 설득 실패
세월호 참사 실종자‧희생자‧생존자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후 경기 안산 분향소에서 총회를 열고 여야가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총회를 마친 후 가진 브리핑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재합의안에 대해서는 “재합의안은 어젯밤 거부한다는 입장 즉각 밝혔고, 총회에서 번복할 여지가 없는 사안이었다”며 “오늘 총회는 장기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대표모임과 가족총회를 방문할 안산팀, 38일째 단식농성 중인 김영오 씨를 방문할 광화문팀, 세월호 유가족들의 법적대리인들을 만날 민변·대한변협팀, 시민사회를 설득할 시민사회 외곽팀 등 4개 팀을 구성해 재합의안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박영선 위원장은 이날 아침 광화문 광장에서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방문해 “유족의 마음을 모두 담지 못했다”며 사과하면서 재합의안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요구하는 재협상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뜻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안산 단원구 세월호 희생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내 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 피해 가족 임원 등 30여명을 만나 30여분간 재합의안에 대한 이해를 구했지만, 유가족들은 의자까지 집어 던지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박 위원장은 유가족들에게 “저희가 최선을 다했으니 오늘은 저희가 좀 미워서 야단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최선”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야당이 한계가 있으면 빠져라”,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수사권·기소권을 수없이 외쳤는데 야당에서 포기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재합의 거부 밝히는 가족대책위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경기도미술관에서 가족 총회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 다시 원점...수사권‧기소권 논의로 돌아갈 듯
당초 세월호 참사 실종자‧희생자‧생존자 가족대책위는 특별법을 통해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수사권‧기소권을 얻어내지 못한 채 세월호 특별법을 이 원내대표와 합의했다. 쟁점이었던 특별검사 추천권 또한 양보한 협상안이었다.
이에 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재협상을 요구했고, 결국 새정치연합은 의원총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안을 파기하고 재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협상에서도 새정치연합은 유족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수사권‧기소권을 직접 보장할 수 없다면 그에 준하는 권한으로 특검추천권을 요구했으나 새정치연합은 이마저도 명쾌하게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전날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재합의안은 특검추천위의 국회 추천인원 4명을 여야 각 2인으로 하는 기존 상설특검 법안을 그대로 따르면서 ‘야당과 유족의 사전동의’라는 단서를 달았을 뿐 어떤 법적 근거를 보장할 수 없는 합의였다.
‘사전동의’를 거치더라도 결국 여당이 결정을 하는 것이므로 근본적인 면에서는 기존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유가족들의 주장이다. 앞선 합의안 파기로 수사권‧기소권이 쟁점으로 다시 협상이 진행되길 기대했으나, 이번 재협상에도 수사권‧기소권은 논의 조차되지 않은 채 파기된 합의안에서 ‘사전동의’만 추가된 눈속임에 가까운 합의라는 것이다. .
이에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이번 총회를 통해 당초 요구하던 수사권‧기소권 보장이라는 원안을 고수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현재 수사권‧기소권과 다소 거리가 있는 특검추천권에 대한 논의에서 수사권‧기소권 보장이라는 원래의 협상틀로 돌아올 것을 정치권에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선 지도력 심각한 타격될 듯...재협상 가능성 불투명
이번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총회 결과로 인해 새정치연합은 다시 한 번 여야간 협상안을 파기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합의안을 파기할 당시 유가족들의 반대를 큰 이유로 들었고, 이후 재협상에 있어서도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동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만큼,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재합의안을 추인하기에는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양당 원내대표간 협상이 끝난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재합의안을 추인하려 했으나, 유가족의 반대에 추인을 유보한 상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과 대화하는 박영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세월호 가족대책위 임원회의를 찾아 김병권 위원장과 특별법 재합의 관련 대화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재합의안마저 무산된다면 앞선 합의안 파기로 인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박 위원장은 정치력에 다시 한 번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속되는 합의안 파기로 협상대표로서 위신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당의 대표로서 내온 합의가 연속해서 파기된다면 박 위원장에 대한 당내 불신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소권과 수사권 보장이라는 원안을 고수하기로 한 유족들의 결정으로 인해 수사권‧기소권 보장의 재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새정치연합이 ‘유가족의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꼽은 만큼 유족들이 입장이 논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쉽사리 재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세월호 특별법 논의는 다시 험로가 예상된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무거운 책임이 있는 대표 자리에서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 또 뒤집힌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정당 민주주의,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한번 합의가 파기된 후 다시 협상한 합의마저 파기된다면 새정치연합에 책임을 돌리며 합의 이행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날 새정치연합이 제출했던 8월 임시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지도 미지수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이유로 임시 국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재합의안이 무산된다면 당초 새정치연합이 계획한 25일 본회의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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