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52901.html?_fr=mt1

고리원전 지휘본부 침수로 단전…사고 났다면 ‘속수무책’
등록 : 2014.08.26 20:01수정 : 2014.08.27 10:10

부산시 기장면 고리원전 1호기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폭우피해 고리원전 안전성 도마에
187㎜ 비에 본부 지하까지 잠겨 
비상조처 실행 핵심 간부 근무처, 취수 펌프 모두 지하에 있어 문제

지난 25일 부산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일부 취수 건물뿐 아니라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본부 건물까지 침수돼 전기가 끊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고장이 끊이지 않았던 고리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25일 부산 기장군에 187㎜의 비가 내려 전기시설이 있는 본부 건물 일부가 침수돼 전기가 끊겼다고 26일 밝혔다.

본부 건물에 이틀째 전기가 끊기면서 이곳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컴퓨터를 쓰지 못하고 전화도 일부만 복구해 휴대전화로 외부와 통화하는 등 사실상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했다. 전기는 26일 오후 3시께야 복구됐다. 본부 건물엔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원전 1~2호기에서 방사선 누출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비상조처 실행을 결정하는 핵심 간부들과 원자력시설 안전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고리원전 2호기 호우 피해

다행히 전기를 공급하는 선로가 달라, 25일 침수로 수동 정지된 고리 2호기와 계획점검 중인 고리 4호기를 뺀 나머지 원전 4기는 정상 가동됐다. 하지만 25일 시간당 최고 130㎜가 내린 부산에서 침수로 단전이 된 상가와 아파트가 9곳뿐인 점을 고려하면 시민 생명과 직결된 특수시설인 원자로가 있는 곳의 건물 일부가 침수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냉각수로 쓸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펌프도 빨간불이 켜졌다. 25일 펌프가 있는 건물에 빗물이 넘쳐 수동 정지된 고리 2호기뿐만 아니라 나머지 5기도 펌프가 지하에 있다. 이 때문에 원전 반대 단체들은 다른 원전들도 폭우가 내리면 가동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선 펌프뿐만 아니라 지하에 두고 있는 다른 원전 시설들도 원자로처럼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은 “고리 1호기는 10년마다 하는 주기적안전성평가에서 시간당 211.6㎜의 강우량에도 침수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같은 부지에 있는 고리 2호기는 시간당 117.5㎜에도 수동 정지하고 본부 건물이 정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안전성평가 등의 허점을 보완하라”고 촉구했다.

정수희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쓰나미에 대비해 물막이벽을 10m로 높이는 등 안전대책을 세웠는데 고작 폭우로 원전 가동이 중단된 것은 어이가 없다. 원전은 시민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투자를 하고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리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펌프는 원자로 계통이 아닌데다 원자로와 따로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고리원자력본부 쪽은 “취수 펌프를 지상으로 옮기는 것은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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