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446
채널A 검언유착 결정적 대화 “검사A가 날 팔라고 하는거야”
진상조사보고서에 실린 이동재-백아무개 기자 통화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찰 고위관계자, 사실상 채널A 기자에게 취재 지시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승인 2020.06.03 16:27
채널A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를 두고 분량은 53페이지인데 세간의 ‘검언유착’ 논란을 해소할 만큼의 내용이 등장하지 않아 방통위를 우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채널A 스스로 검·언 유착의 ‘결정적 장면’을 보고서에 담았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 28쪽에 실린 통화 녹취록을 보면, 진상규명을 위한 방통위와 언론시민단체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8쪽에는 3월10일 화요일 오후 4시 18분경 4분 9초간 이뤄진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후배 백아무개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이 실렸다.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는 “(이동재 기자가) 취재원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지○○에게 이용하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며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기자의 발언은 거의 검·언 유착을 실토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취재 끝났니. 고생했다 ××(욕설). 야 안 그래도 내가 아침에 전화를 했어. 에이 ×× 이렇게 양아치같이 그래 가지고 ×× 내가 기사 안 쓰면 그만인데 위험하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가 아 만나봐 그래도 하는 거야.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할 수가 있으니깐 만나봐 봐.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도 있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 거기다가 녹음 얘기는 못하겠더라. 그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되게 자기가 손을 써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얘기를 해.”
□□□은 검찰 관계자다. 백 기자는 조사위에서 “이 기자가 A를 □□□라고 부른다”, “법조팀원 모두가 □□□라고 하면 A지칭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선 A를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찰관계자로 추정하고 있다. 대화 내용을 보면 이 기자가 A에게 ‘위험해서 못 하겠다’고 말하자 도리어 A가 이철 측을 ‘만나 보라’며 취재를 지시했던 상황이 백 기자와 통화 과정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마치 어떠한 사건을 함께 모의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시 이 기자와 백 기자의 통화. 백 기자가 말했다. “어떻게 손을 써줄 수 있다는 거예요?” 이 기자가 답했다. “아니 당연히 이게 사법 절차상 뭐 이렇게 자백을 하고, 반성한 다음에 개전의 정을 많이 나타내면 당연히 그 부분은 참작이 되는 것이며 우리 수사 역시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하고 내가 수사팀에다가 얘기해줄 수도 있다고 하면서 어디까지 나왔어 이러고.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못 받았어요 그랬더니 일단 그래도 만나보고 나를 팔아 막 이러는 거야.”
▲ 디자인=안혜나 기자
A는 이 기자에게 취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묻고 있었고, 이 기자는 A에게 취재 상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A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나를 팔아’라고 말한다. 실제로 3일 뒤인 3월13일 오전 9시51분 이동재 기자는 이철 측 대리인 지씨와 만나 ‘검찰 고위관계자’를 언급하며 노트북PC 화면으로 녹취록을 보여준 뒤 직접 읽어줬다. 지씨도 소리 내어 읽었고, 이때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이 내용은 3월31일 MBC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기자가 읽은 녹취록 내용은 이러했다.
“언론이 보도하고, 언론사 기자가 제보내용을 검찰에 말해주는 형식 자체가 왜 문제가 있느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 형식은. … 사법절차에서 당사자의 성의 있는 진술은 효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언론에서 때려봐 당연히 반응이 오고, 수사도 도움이 되고. 이거는 당연히 해야 되는 거고 양쪽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자는 해당 녹취록과 관련해 “높은 검사장인데 10분 동안 통화한, 굉장히 높은 사람이라 생각하면 되고”, “검찰 높은 사람과 여러 번 통화했지만 내가 녹음한 거 모른다”고 말했다. A의 ‘지시’대로 A를 팔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취재 상황 보고했던 기자, ‘만나봐’ ‘나를 팔아’ 취재 지시했던 검사
다시 3월10일 이 기자와 백 기자의 대화로 돌아가보자. A와 이 기자 간의 통화내용을 들은 백 기자는 이 기자에게 “오히려 굉장히 적극적이네요”라고 호응한다. 다시 이 기자의 말이 이어진다.
“어 굉장히 적극적이야. 이철이 직접 그랬어? 이철 맞아? 그래서 내가 편지 다섯 번 보냈고 편지 보고 연락했다고까지 연락이 왔으면 이철이죠. 그랬더니 아 그놈(지씨)은 어떤 놈이야 해서 내가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할 순 없잖아. 누군지도 잘 모르잖아. ×× 그래서 오른팔이래요 그랬더니 아 그러냐고 하면서. 그런데 솔직히 기사는 안 써도 그만이거든요 했더니, 아냐 이건 태블릿PC 같은 거야 그러면서 다시 연락을 해보래. 그래서 일단 만나서 검찰을 팔아야지 뭐 윤의 최측근이 했다 뭐 이 정도는 내가 팔아도 되지 □□□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깐.”
이 대목을 보면 정황상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찰 고위관계자로 추정되는 A는 이동재 기자의 취재 상황을 채널A 법조팀장이나 사회부장보다 상세히 알고 있었으며, 이 기자가 기사를 쓰기 어렵다는 투로 말하자 오히려 ‘태블릿PC’를 언급하며 JTBC처럼 채널A도, 이 기자 본인도 특종으로 성공할 수 있다며 취재를 독려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독려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동재 기자는 3월18일 지씨에게 “유시민을 치면 검찰도 좋아할 거예요”, “총선 같은 거 아무 상관 없는데, 본인(이철)한테 제일 좋은 시점은 3월 말, 4월 초”라고 말했는데, 여기에 답이 있을 수 있다.
채널A 진상조사위는 “위 통화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 기자를 상대로 3차 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기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고 했다.
▲ 검찰 깃발. ⓒ 연합뉴스
그리고 3월 20일. 다시 이 기자와 백 기자의 통화내용. 이 기자가 말한다. “내가 □□□한테는 아예 얘기를 해놨어. 어떻게 돼가요 ××게 묻는 거야. 그래서 ×××이 자꾸 검찰하고 다리 놔달라고 한다고, 딜 칠라고. 그랬더니 그래 그러면 내가 놔 줄게 그러는 거야 갑자기. … ×× 지도 이게 자기 동아줄이야. □□□도 내가 보니깐. ○○(지역명)에서 자기를 다시 ○○으로 끌고 올.”
통화 이틀 뒤인 3월22일, 이동재 기자는 지씨에게 검찰 고위관계자와의 통화내용이라며 이어폰으로 녹음파일을 들려준다. 이어 “제가 이름 말씀 못 드리지만 생각하시는 그분입니다”라고 하자 지씨가 “A”라고 말했고, 이 기자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을게요”라고 답했다. 지씨는 현재까지 A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아무개 검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역시 한 라디오에 출연해 A가 현재 부산고검에 있는 한아무개 차장검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채널A는 각종 증거인멸 과정을 사실상 방치하고 진상조사보고서에서는 A가 누구인지 특정하지도 못했지만, 검·언 유착을 유추할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을 제공한 셈이다. 이는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일 채널A 이동재 기자와 이 기자의 보고 라인이었던 배혜림 법조팀장, 홍성규 사회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했다. 협박 취재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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