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34568

대통령의 책임회피, '쌍둥이 파행 정국' 불렀다
[取중眞담] 박 대통령의 원칙은 책임회피의 다른 말?
14.09.19 10:49 l 최종 업데이트 14.09.19 10:49 l 이승훈(youngleft)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정치권만 보면 2013년 9월과 2014년 9월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야당은 장외투쟁 중이고 여당은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며 단독 국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국 파행의 중심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내가 옳다'며 야당에 백기투항 하라는 최후통첩을 했다.  

작년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올해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는 점만 다르다. 

작년과 올해 반복되는 '쌍둥이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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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해 9월 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했다. 청와대의 오랜 침묵 끝에 그달 16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이 열렸지만 의견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야당에 전면전을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계속 하면서 민생법안 심의를 거부하는 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닐 것",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거친 발언으로 야당의 굴복을 요구했다. 당시 민주당의 반발은 더 커졌고 정국은 더 꼬였다.  

그로부터 1년 후 국무회의에서 나온 발언도 놀랍도록 똑같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야당을 향해 '양보는 없다'며 사실상 항복을 요구했다.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의무를 행하지 못하면 세비를 돌려줘야 한다"라며 맹공격했다. 안 그래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 정기국회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쌍둥이 정국'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야당의 무능과 지리멸렬, 여당의 청와대 눈치보기는 고질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불통'이 빠질 수 없다. 따져보면 이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원칙'이라는 이름 뒤로 숨은 책임회피... 정국 파행 불렀다

정국이 꼬일 때마다 박 대통령이 취한 대응 방식은 똑같았다. 우선 경제가 어렵다며 '민생'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야당의 비협조를 탓했다. 그리고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답지 않게 야당에 발목 잡힌 대통령이라는 '피해자 코스프레'가 이어졌다. 

정권에 불리한 이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처리할 일'이라는 선긋기도 반복됐다. 작년 국정원 국정조사가 파행 위기에 몰렸을 때 야당은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는 말 뒤로 숨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박 대통령이 직접 한  약속이었음에도 "여야가 논의할 일'"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 했다. 

청와대는 '그게 원칙'이라고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원칙은 작동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여야 원내대표 간 재합의안이 마지노선이라며 여당에 '양보하지 말라'는 울타리를 쳤다. 작년에도 여러 쟁점 법안들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지침을 내렸다.  

2년 연속 정기국회 파행에서 분명해지고 있는 사실은 박 대통령이 내세운 '3권 분립'이라는 원칙은 책임회피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점이다.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와 여당은 박 대통령에게 책임론이 번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데만 유능했다. 원칙으로 포장한 독선이 야당을 극단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적 성찰 부재는 책임정치 실종을 불렀다. 

집권세력 책임 묻는데 무능했던 야당

특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유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것은 일차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정부는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특별법안을 마련하다가 여야 및 유족들 간 이견이 생기자 발을 뺐다. 박 대통령도 골치 아픈 일인 특별법 문제를 국회로 던져버렸다.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해경 해체라는 충격 요법을 앞세운 허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내놓는 것 뿐이었다. 증세를 위한 담배값 인상을 위한 법 개정안 마련에는 일사분란 했던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그럼에도 야당은 집권세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을 묻는 데 무능했다. 지금 야당이 겪고 있는 수모는 거기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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