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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가 살아온다 <32> 제6부 깨어나는 가야 ② 교과서속 가야사 '국사책에 나타난 변화'
국제신문 입력: 2003.06.05 20:33 박창희기자 chpark@kookje.co.kr
국사책에 나타난 변화
‘가야’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시는지. 5가야 혹은 6가야? 임나일본부? 아니면 신비의 왕국?
대개 이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중·고교 ‘국사’ 교과서를 한번 펴 볼 일이다. 현행 국사책(2003년 3월 1일 발행)에는 5가야 혹은 6가야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없다. 대신 전기·후기가야 연맹이 소개돼 있다. ‘삼국유사’에 언급된 ‘6가야’는 가야 당시의 것이 아니고 나말여초의 본관제 성립 때 생긴 개념이다.
국사책에는 임나일본부설도 보이지 않는다. 일본 신공황후가 가야땅을 지배했다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깨끗이(?) 씻어낸 듯하다.
가야가 더이상 신비의 왕국으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현행 7차 교육과정의 중·고교 국사책은 몇가지 주목되는 변화가 있다.
고교 국사책이 시대별 통사에서 분류사 체제로 바뀌었고, 가야사의 쟁점이던 ‘6가야’도 다르게 정리됐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교과서의 가야사 푸대접은 여전하다. ‘삼국’의 틈바구니에서 주변부로 다뤄지면서 역대왕조 계보나 연표에는 나라이름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교 국사의 경우, 분류사가 되면서 종전보다 서술 면수가 오히려 줄었다. ‘정치’ 항목에서 겨우 1쪽 정도 다뤄지고 있을 뿐, 경제·사회·문화 항목에는 가야사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부경대 이근우 박물관장은 “올해 고교 국사에는 전기가야연맹 지도가, 중학교 국사에는 후기가야연맹 지도가 새로 들어갔으나 소국(小國)이 명기되지 않는 등 알맹이가 없다. 무엇보다 절대 서술면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누가 쓰나
현행 고교 국사책의 고대 정치 즉, 가야사 부분 집필자는 정만조(57·국민대 국사학과) 교수와 구덕회(48·서울 미성중) 교사다. 기본 서술은 구 교사가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집필자 2명 모두 고대사 전공자가 아닌 조선시대사 전공자이다.
한국고대사학회 소속의 P모 교수는 “고대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한테 고대 정치분야의 교과서 집필을 맡긴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구덕회 교사는 “여러 통로를 통해 자문을 받아 썼다. 가야사의 경우 적지않은 연구성과가 있지만 일반화된 부분이 적다. 앞으로 연구성과가 늘어나면 더 많은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야사 서술면수가 태부족이라는 지적에 대해 서 그는 “교육부 준거안을 따랐으며 다른 부분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사 교과서 집필과정의 정책상 허점도 있다. 집필자에게 주어지는 원고료가 1쪽당 6만8백원으로 일반 언론사 고료의 절반수준이며 집필시간도 넉넉하지 않다는 것.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가야사는 다른 분야에 비해 최근들어 연구성과가 많이 반영되는 편”이라며 “향후 교과서를 계속 국정으로 할지, 검인정으로 바꿀지 정리되면 사정이 또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국시대는 가능한가
가야사가 교과서에서 ‘낮게’ 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삼국’에 끼워져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기되는 것이 ‘사국시대론’이다. ‘삼국’에 의식적으로 짓눌려 있는 가야를 되살리기 위해 사국의 체제로 역사를 보자는 것이다.
향토사학계에서 간간이 제기해온 사국시대론은 근래 홍익대 김태식(역사교육) 교수가 이론적 틀을 잡아 새롭게 주창하고 나서 크게 주목되고 있다.
김 교수는 “가야는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100년 정도 앞서 멸망했지만 사료상으로 42~562년까지 약 500년간 존재했고, 영역이나 문화수준의 우수성, 중국과 왜와의 교류 등을 볼때 당당한 일국의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90년초부터 발해사가 교과서에 남북국 시대로 되살아났듯, 가야를 포함한 사국시대 복원도 시대적 과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지지·비판 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단국대 윤내현(사학과) 대학원장은 “삼국이란 명칭은 일제때 일본인들이 가야를 속국화하는 논리로 만든 것”이라며 “가야사 복원을 위해서는 사국시대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임효택 박물관장은 “삼국에 가야를 더해 사국시대라 말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논란이 된다면 일본처럼 고분시대라 해도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제대 이영식(사학과) 교수는 “가야를 넣어 사국이라 부르면 부여는 또 5국이 되느냐”면서 “중요한 것은 내실있는 연구를 통한 가야사 복원”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삼국시대’의 다른 대안으로, 다국시대 또는 열국시대(백승옥 함안군 학예연구사), 전국(戰國)시대(이영식 교수), 3국1체제(이기동 동국대 교수) 등을 제기하기도 한다.
/ 박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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