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88606.html

벼슬 청탁, 백제시대도 예외 아니었네
등록 : 2013.05.22 19:22

백제시대 목간 편지
 
‘문문’ 학술대회서 당시 목간 해석
“음덕 입은후 영원히 잊지 않을 것”

“보내주신 편지 삼가 잘 받았습니다. 이곳에 있는 이 몸은 빈궁하여 하나도 가진 게 없으며 벼슬도 얻지 못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좋고 나쁨에 대해서 화는 내지 말아주십시오. 음덕을 입은 후 영원히 잊지 않겠나이다.”

백제가 사비(부여)를 수도로 삼았던 시기(538~668), 사비에 살았던 한 가난한 사람이 쓴 편지로 추정되는 목간이 공개됐다. 나무를 깎아 종이처럼 사용했던 목간에 붓글씨로 쓴 것이다.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기반을 둔 학술문화운동단체 ‘문문’(문헌과 문물)이 오는 25일 충남 부여군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새로 만난 문물, 다시 보는 문물’을 주제로 제2회 정기학술대회를 연다. 여기에서 심상육 부여군문화재보존센터 선임연구원과 김영문 전 서울대 강사(중어중문학)는 이 백제시대 목간 편지(사진)를 공개하며, 이 편지 내용이 권력자에게 벼슬자리를 청탁하는 내용이라는 주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목간은 2010년 부여 구아리 319번지 유적에 대한 부여군문화재보존센터의 발굴조사에서 다른 백제시대 목간과 함께 출토됐다. 길이 25.2㎝, 폭 3.5㎝, 두께 0.3㎝ 크기의 긴 판자 형태다. 여기에 적힌 글자는 한 구절이 4글자인 4구체이며, 앞면에 4언3구가, 뒷면에 4언5구가 씌어 있다. 심 연구원과 김 전 강사는 “목간 두께가 비교적 얇고 문자 크기가 일정하지 않으며 기록 방식이 일정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보아 종이 또는 천에 적을 내용을 나무에 연습한 편지의 초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치지 못한 편지’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백제 목간 연구 외에도 정훈진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연구원과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 인문한국(HK) 교수가 경기도 성남 판교 새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굴한 고려시대 비로자나불상 1구와 지장보살상 2구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고, 김영관 제주대 교수(사학)가 당으로 끌려간 백제 의자왕의 외손, 이제의 묘지명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한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양식 천문도와 서양식 천문도를 혼합해 조선에서 만들었고,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 휘플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구법천문도’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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