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3826
'낙화암', 유네스코 등재 앞두고 '빨간 칠' 훼손
지난 2월 유람선조합이 페인트 덧칠... 문화재청은 고발조치 없이 원상복구 명령만
14.10.16 18:44 l 최종 업데이트 14.10.16 18:44 l 김종술(e-2580)
▲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람선 업자가 붉은색 페인트로 덧칠했다고 한다. 14일 찾아간 낙화암은 여전히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강변을 울리고 있었다. ⓒ 김종술
낙화암이 붉은 페인트로 덧칠 당했다. 낙화암은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된 곳으로 내년 6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유적이다.
충남 부여군 사적 제5호 부소산성 백마강 변 낙화암에는 조선 후기 문신인 우암 송시열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落花巖(낙화암)'이란 글씨가 있다. 이 낙화암은 부여유람선사업조합이 운영하는 유람선을 타야 관람이 가능하다. 지난 2월 유람선조합은 백마강을 오가는 유람선 관람객들에게 바위에 새겨진 글씨가 잘 보이도록 '낙화암'과 인근의 '조롱대', '자온대' 등을 붉은 페인트로 덧칠했다.
지난 14일 나루터 인근에서 만나 한 관광객은 "백제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적에 중국이나 북한에서나 보이던 붉은색 페인트로 개인사업자가 칠을 할 때까지 문화재청과 부여군은 뭐 하고 있었는지 답답하다"며 "대한민국의 문화재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안 봐도 상상이 간다"고 비판했다.
▲ 낙화암 절벽에 조선 후기 문신인 우암 송시열의 글씨로 추정되는 ‘落花巖(낙화암)’이 새겨져 있다. 붉은색 페인트로 덧칠해서 훼손된 상태다. ⓒ 김종술
부여군과 문화재청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지난 9월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 이에 문화재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부여군은 유람선조합에 문화재 훼손에 따른 고발조치를 하지 않고 원상복구에 따른 비용부담 등 행정명령만 내렸다. '제 식구 감싸기' 식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부여군 문화재사업소 담당자는 "서면으로 행정명령을 내리기 전에 원상복구에 따른 비용부담에 대해 구두로 이야기했다"며 "비용부담에 따른 견적서와 행정문서를 지난 14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재보호법에 고발조치는 없어서 (페인트칠을 걷어내는) 원상복구만 하도록 했다"며 "문화재청에서 내려온 절차에 따라 문화재 보존을 위한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페인트칠을 벗겨내는 낙화암 복원은 부여군이 담당하고, 이에 따른 비용은 유람선조합이 지불할 예정이다. 부여군은 비용 청구를 위한 견적서를 첨부해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낙화암에 붉은 페인트 덧칠... 문화재청 실태 파악 안 돼
문화재청 담당자는 "연구소 보존과학실에서 페인트 성분 검사를 끝내고 복구 방식을 결정하느라 행정명령 처리가 늦어졌다"며 "부여군에서 올라온 계획대로 14일 최종처리 했다"고 답했다. 담당자는 이어 "분석결과, 최초의 페인트칠 연대는 알 수 없지만 3번 이상 칠한 것으로 나타나 새로 칠했다고 해서 무허가 행위로 무조건 고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문화재에 손을 대려면 본래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자체와 문화재청에 현상변경을 신청해야만 한다. 문화재청 담당자는 "기왓장 하나 부서진 것까지 다 현상변경을 신청할 수가 없다"며 "(고발) 그 건은 별도로 처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취재 결과, 문화재청은 이전부터 낙화암 글자에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람선조합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주 예전부터 칠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관광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지 문화재 훼손이나 업체 이익을 의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부여군과 문화재청에 현상변경신청을 하지 않고 덧칠한 것도 의도적 은폐가 아니라 몰라서 그랬던 것"이라며 "이 모든 게 내 상식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며 해당 글씨는 복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낙화암을 포함한 공주, 부여, 익산 등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오는 2015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과 7월 백제역사유적지구에 대한 예비실사와 9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전문가 현장 실사가 시행됐다. 오는 2015년 4월로 예정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실사 결과 발표에서 등재권고 판정이 나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2015년 6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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