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500&key=20080201.22017204801
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51> 아라국의 가야사 (하)
아라(阿羅)와 안라(安羅) 아우를 수 있는 발음은 '아라'
한자표기·발음서 빚어진 논란
안(安)이 아로 불렸던 증거 많아
국제신문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2008-01-31 20:48:46/ 본지 17면
일본 교토 동쪽 비파호 남단에 남아있는, 아라국 사람들이 이주해 신앙생활 하던 아라신사(安羅神社).
아라냐? 안라냐?
지금 아라가야의 고도 함안군에서는 가야국의 이름을 둘러싼 논쟁과 시비가 한창입니다. 아라가야 향토사연구회를 비롯한 지역 분들의 대부분은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아라가야에 익숙하기 때문에 '아라'로 부르는 것이 옳다 하고, 함안 가야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고 있는 함안박물관에서는 '안라'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함안 가야국의 역사를 기록했던 역사서들의 한자표기가 두 가지로 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삼국지, 한국의 광개토왕릉비·삼국사기·삼국유사, 일본의 일본서기·풍토기·신찬성씨록 등에는 '아나(阿那)' '아라(阿羅)' '아야(阿耶)'와 같이 기록된 것도 있고, '안나(安那)' '안라(安羅)' '안야(安邪)'와 같이 기록된 것도 있습니다. 지명어미의 '나' '라' '야'는 모두 '나라'를 뜻하는 보통명사로, 양쪽의 표기도 같으니까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신라(新羅)와 같은 다른 나라나 가라(加羅)·다라(多羅) 등과 같은 다른 가야국과 구별할 수 있는 나라이름에 해당하는 고유명사의 한자표기가 '아(阿)'와 '안(安)'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라가 옳습니다
당연히 1500년이나 지난 가야인의 목소리가 녹음되었을 리는 없으니까, 당시의 발음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자표기에 대한 현대어 발음이 그렇게 다르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함안의 가야국은 오직 하나였고, 그렇기 때문에 나라이름도 하나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같은 나라 이름이라도, 가야(加耶)와 임나(任那)처럼, 스스로 부르던 이름과 제3자가 불렀던 이름처럼 각각 다를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아라'와 '안라'는 너무나 비슷합니다. 같은 나라, 같은 발음이 다른 한자를 빌려 표기되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역사서들도 같은 책안에서 '아라'와 '안라'를 섞어 쓰고 있기도 합니다. 두 가지 한자표기 발음이 하나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렇다면 어느 쪽이 옳을까요? 우선 현대의 한자음은 달라도 아(阿)와 안(安)의 두 글자가 같은 음으로 발음되었던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즉 아(阿)가 '안'으로 발음되었던 증거가 있던지, 안(安)이 '아'로 발음되었던 증거가 있다면 될 겁니다.
일본의 아라신사(安羅神社)
다행히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일본에 남아있습니다. 일본서기·풍토기·신찬성씨록 등과 같은 고대일본의 문자기록과 아라국 사람들이 일본열도에 이주한 결과로 남게 되었던 지명이나 신사(神社) 이름 등이 있습니다. 전자에는 '안라(安羅)·안나(安那)'와 같이 표기하고, '아라·아나'와 같이 읽혀지고 있는 것이 적지 않으며, 후자와 같은 예는 지금도 일본열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리에 불꽃모양의 창문이 뚫린 '메이드 인 함안'의 굽다리접시(高杯)가 출토되는 오사카 남부의 카와치(河內)라든지, 교토 동쪽의 거대 호수 비파호(琵琶湖, 673.9㎢) 남단에도 아라국 사람들이 이주해 신앙생활 하던 아라신사(安羅神社)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비파호 남단 동쪽 시가(滋賀)현 쿠사츠(草津)역에 내리면 반경 5㎞ 이내에 아라신사(安羅神社) 라는 이름을 가진 신사가 무려 3개나 있습니다. 신사의 대문 격인 토리이(鳥居)에는 '안라신사(安羅神社)'로 새겨져있지만, 신관(神官)은 분명히 '아라진자'라 말하고,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판에도 함안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아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신의 메신저인 새가 앉는다 하여 토리이(鳥居)라 불리는 일본신사의 정문이 우리의 솟대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잘 아시겠지만, 이 신사들이 위치한 마을이름은 지금도 '아나무라(穴村)'입니다. 고대일본의 기록에서 안나(安那)라 쓰고 '아나'로 읽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일본어에서도 안(安)은 '안'으로 발음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가야 관련의 기록과 지명 등은 '아'로 읽혀지고 있습니다. 결국 아라(阿羅)를 '안라'로 읽을 수는 없지만, 안라(安羅)를 '아라'로 발음했던 증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라와 안라에 모두 통할 수 있는 발음은 '아라'밖에 없기 때문에, 아라국으로 부르는 것이 옳은 겁니다.
인제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역사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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