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검토" 발언, 진정성 안 느껴진다
집권 3년차 지지율 흔들리자, 여론 무마 전략… 1주기 넘기고 재보선 치른 뒤 말 바꿀 가능성은?
입력 : 2015-04-08 16:05:14 노출 : 2015.04.08 17:33:12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세월호 유족 및 실종자 가족의 인양 요구에 꿈쩍 하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인양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기술검토TF 보고서를 전제로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 처음으로 인양 검토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월호 인양 문제는 해양수산부에서 기술검토TF 보고서가 나온 이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이 반복돼왔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도 공론화 과정의 합리적 방법이라고 했던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양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어서 여론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4월말에 나올 것이라고 했던 기술검토TF 보고서도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지난해 11월 세월호 수색을 중단하고 인양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의 결정만을 기다렸지만 인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정부가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동력을 필요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고육책일 가능성이 높다. ‘여론 악화→소통부족 질타→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왔던 집권 2년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선제적으로 방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인사 참사와 정윤회 비선 의혹, 연말정산 사태, 담뱃값 인상 등 여론이 약화됐지만 박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 임명 등 내각 교체로 청와대를 정비하면서 지지율을 이끌어올렸다.
박 대통령이 한동안 이슈에 벗어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직접 받을 수 있는 비난 소재들이 폭풍처럼 지나간 뒤 내각 교체를 마무리하고 중동 순방을 떠났다. 불통의 상징이었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도 큰 논란 없이 매듭을 지었다. 종북 배후 논란을 일으키면서 떠들썩하긴 했지만 주한미국대사 피습 사건에서도 박 대통령이 직접 비난 여론을 받을만한 요소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요구와 함께 세월호 배보상 문제가 여론에 불을 끼얹는 형국이 됐다.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에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는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세월호 수습 당시 대국민담화 때 눈물을 흘렸던 대통령과 현재 모습이 ‘오버랩’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세월호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사회 분란의 중심에 서게 되고 악화된 여론 속에 소통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세월호 인양 검토 발언이 고도의 계산 속에 '타이밍'을 노리고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월 둘째주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이완구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시기다. 특히 박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에 대해 한미동맹을 적극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3월 첫째주에 비해 2% 포인트 상승한 39%로 나타났고, 부정률 역시 2%로 하락해 52%로 나왔다.
이어 경남 무상급식 논란이 있었던 3월 셋째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3%포인트 하락하고, 부정평가가 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3월 넷째 주 조사(성인 1003명 대상)에서는 긍정평가 2%포인트 상승, 부정평가 3%포인트 하락했다. 4월 첫째주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도 긍정평가 2%포인트 상승, 부정평가 1%포인트 하락해 긍정평가 40%, 부정평가 52% 나왔다. 비교적 안정적인 상승 곡선을 그린 셈이다.
그런데 정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요구와 세월호 인양 찬성 여론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상승 곡선이 꺾일 위기에 처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3월 한달 동안 박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2월 첫째 주까지만 해도 부정평가가 62.3%에 달하고 긍정평가는 31.8%로 내려앉았지만 3월 들어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부정평가는 50.2%, 52.3%, 52.5%, 51.1%로 나왔다. 긍정평가도 40%대를 회복해 42.8%, 42.7%, 40.8%, 41.8%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2월 말부터 3월까지 6주 동안 박 대통령 지지율이 집토끼 계층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구 경북 지역(42.3%에서 55.7%)과 60대 이상 계층(51.7%에서 71.5%)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4월 들어 세월호와 관련한 박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입장을 밝히지 않고서는 지지율이 떨어질 게 뻔할 정도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다.
특히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인양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지지율을 한꺼번에 깎아먹을 수 있다는 위기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일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긴급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세월호 인양에 찬성하는 답변은 49.4%로 나왔고 인양 반대 답변은 25.4%로 나왔다. 이어 지난 6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양해야 한다는 의견은 65.5%, 인양 반대 의견은 16%로 나왔다. 불과 나흘 전에 여론조사보다 인양 찬성 의견은 15% 상승했고 찬성-반대 격차도 2배에서 4배로 벌어진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많은 대구 경북에서도 58.1%로 나왔고 계층별로 보면 60대 이상에서도 54.2%가 인양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
▲ 박근혜 대통령
지난 5일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인양 찬성 답변은 64.3%, 인양 반대 의견은 26.5%로 나왔다. 계층별로 보면 20~40대 답변보다는 떨어지지자만 여전히 50대(59.6%)와 60대(48.5%) 이상 계층에서도 과반 가까이 인양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겨우 지지율을 회복하고 안정세를 유지했던 대통령 지지율이 꺾일 수 있다는 예상이 어렵지 않은 가운데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세월호 인양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세월호 인양 검토 발언은 여론 환경이 좋아지면 단서를 달았던 '여론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내세워 부정적인 의견으로 돌아설 수 있다. 결국 박 대통령 세월호 인양 검토 발언은 폭발 직전인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넘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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