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목 쳐달라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입력 : 2015-04-21 05:59:49

비대위 교수들에 인사보복 언급
총장 등 20여명에 ‘막말 e메일’
중앙대 “내부 의견 교환용일 뿐”

박용성 중앙대 재단 이사장(74·두산중공업 회장·사진)이 학과제 폐지 등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인사보복을 추진하며 “목을 쳐주겠다”고 표현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중앙대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이 같은 내부 자료를 대거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이용구 중앙대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명에게 e메일을 보냈다. 박 이사장은 e메일에서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면서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박 이사장은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고도 했다. 박 이사장은 두산의 e메일 계정(******@doosan.com)을 이용했다.

당시 박 이사장은 이틀 후에 열릴 예정인 ‘긴급토론회’를 문제 삼았다. 중앙대 일부 교수들은 박 이사장 측이 추진한 학과제 폐지 등을 투표에 부쳐 92.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학생 및 타 대학 교수 등과 함께 학내 집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었다. 박 이사장은 이를 두고 “(교수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지, (보직교수) 여러분은 아직도 그들을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박 이사장은 다른 e메일에서도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 등이 주도하는 ‘중앙대 비대위’를 수차례에 걸쳐 변기를 뜻하는 “Bidet委(비데위)” 또는 “鳥頭(조두·무식한 말로 새XXX)”라고 불렀다. 박 이사장은 그러면서 “그들을 꽃가마에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중앙대 인사권자로서 분명히 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교수 투표일인 3월11일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보낸 여러 통의 e메일에선 “시간을 다투는 사안은 투표율을 낮추는 것”이라며 “ ‘너희(교수들)가 투표에 참가하면 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공식 문서를 통보하라”고 적었다.

중앙대의 한 교수는 “그 무렵 실제 학교본부 측에서 그 같은 내용의 문서 통보를 받았다”면서 “교수들에게 막말을 했다는 문제를 차치하고도 재단 이사장이 학교 운영에 개입하는 건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e메일은 중앙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박 이사장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박 이사장이 대학 교수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 이사장은 2011년 5월2일 중앙대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학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중앙대 본·분교 통합 승인 등을 직접 요청했다는 의혹(경향신문 4월3일자 1면 보도)을 받고 있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비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중앙대 통합과 관련해 박 이사장의 로비에 따라 MB정부의 전방위 특혜와 이에 따른 중앙대 측의 대가 제공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중앙대 홍보팀 관계자는 “거친 표현이 e메일에 나온 건 사실이지만 일부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외부공표용이 아닌 내부 관계자들끼리의 의견 교환”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립학교법 위반 소지에 대해서는 “인사 등 학교의 주요 현안에 대해 중앙대 정관상 이사장이 개입할 수 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