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에 소변보고, 갈비뼈 부러지고... 두 번 우는 유족들
세월호 1주기 추모제 당시 경찰의 인권침해... "행정편의 위해 시민권 침해"
15.04.17 21:24 l 최종 업데이트 15.04.17 22:17 l 유성애(findhope)

경찰이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 후 광화문 분향소에 가던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살포하고, 진압 과정에서 유족 어머니가 갈비뼈 4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등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또 광화문 사거리 인근을 모두 경찰차로 벽을 만들어 추모제 참가 시민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했다. 경복궁 광화문 현판 앞에서는 경찰 250여명에 고립된 유족들이 플라스틱 박스로 간이화장실을 만들어 소변을 해결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공권력의 과도한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 분향소 가던 시민에 최루액 살포, 유가족 밀쳐 갈비뼈 부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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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향소 향하는 시민들에 캡사이신 발사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뒤 광화문광장 합동분향소로 향하던 시민들을 종로2가 YMCA앞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막은 뒤 캡사이신을 뿌리고 있다. ⓒ 권우성

시민들은 서울광장에서 오후 9시께 추모제를 마친 뒤 헌화를 위해 광화문 분향소로 향했으나, 5분도 채 걷지 못하고 높이 약 4m 높이 가림막과 경찰 차벽에 가로막혔다. 국화꽃을 든 시민들이 "평화행진을 보장하라"며 항의했으나 경찰은 "불법집회"라는 말을 반복해 방송했다. 경찰은 오후 10시께 청계천 장통교 위에서 일부 시민을 향해 캡사이신을 살포하기도 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단원고 2학년 7반 고 박성복군 어머니 권남희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 함께 있던 박군의 고모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어젯밤 11시 35분쯤 (권씨가) 경찰에게 밀려 쓰러지면서 화분에 가슴이 찍혔다, 숨도 잘 못 쉬길래 병원에 데려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갈비뼈 4대가 나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갈비뼈가 폐를 찔러서 피가 고였다고 한다, 지금은 안산병원에 입원해 꼼짝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인권침해 감시단으로 유족들과 함께 있었던 정병욱 민변 변호사는 "어제는 세월호 1주기 추모제였음에도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과잉 진압을 했다"며 "(분향하러 가는 사람들을) 불법이라고 규정지은 것은 공권력의 위법한 집무집행"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경복궁 앞 대치 과정에서 경찰 한 명도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2. 모포로 가리고, '박스' 간이화장실에 소변 보고... "'이동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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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포에 가려진 채... '간이 화장실' 한편 차벽과 경찰 수백명에 둘러싸인 일부 유가족은 소변 등 다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해 화장실이 아닌 길가에서 임시로 볼 일을 보기도 했다. 앞으로는 경찰버스가, 뒤로는 경찰 250여명이 있었다. 사진은 모포에 가려진 채 소변을 보는 모습(유족 동의를 받음). ⓒ 유성애

또한 차벽과 경찰 수백명에 둘러싸인 일부 유가족은 소변 등 다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해 화장실이 아닌 길가에서 임시로 볼 일을 보기도 했다. 유족 60여 명은 17일 새벽에도 경복궁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17일 오전 1시께. 경찰버스 10여대가 앞을 가로막고, 뒤로는 경찰 250여명이 ㄷ자 형태로 둘러싸면서, 유가족 중 일부는 주변 지인들이 선 채로 가려준 모포 안에서 볼 일을 봐야했다. 정 변호사가 여경들에게 유족 어머니와 화장실에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저희도 지시를 받고 일한다, 자리를 지켜야한다"고 답할 뿐이었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경찰은) 한 번 나가면 못 들어온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남자여자 할 것 없이 모포로 대충 가리고 일을 봤다"며 "제가 (경찰에게) 못 가게 할 거면 인도적으로 이동화장실이라도 놔달라고 말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이) 수치심을 자극한 것"이라며 "시민의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대치가 계속되면서 17일 오전 경복궁 근처에는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로 만든 '간이화장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오후 8시 현재는 시민들 항의로 이동화장실이 놓인 상태다. 홍영미(고 이재욱군 어머니)씨는 "함께 한 시민들이 '이건 말도 안 된다'면서 종로경찰서에 항의전화를 계속 했다, 2시간 전인 오후 6시쯤 화장실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3. 인근 주민들조차 차벽에 막혀 통행불가... "이게 미친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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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분향소 접근 막은 차벽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합동분향소로 향하자 경찰이 차벽을 설치해 광장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서울정부청사 쪽에서는 추모 후 돌아가는 시민들을 경찰들이 막아서 한참동안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 주변 사방이 경찰차벽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었다. 정부청사 옆 길에서 시민 20여명이 "그럼 어디로 가야 버스를 탈수 있는지 알려달라, 이러다 막차 끊긴다"고 항의했지만 경찰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추모제에 참가하지 않은 인근 주민조차 경찰에 막혀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직장인 임민수(46, 서울 종로 신영동)씨는 "저는 추모제 참석도 아니고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집에 가는 중이다, 경복궁쪽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경찰이 이렇게 막고 있다"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이게 미친 거 아닌가, 신분증을 보여줘도 (경찰은) 아무 대답도 없이 막고만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청계천로 옆 길을 따라 경찰버스 20여 대, 광화문~종로2가 도로에는 경찰버스 50여 대 등을 동원해 광화문 곳곳에 차벽을 만들었다. 경찰은 이날 추모제 이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경찰 병력 130여 개 중대, 남대문·종로경찰서 등 1만여 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변호사는 이 또한 '기본권 침해'라고 말했다. "시민 통행을 방해하는 건 일단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뿐 아니라, 경찰이 자신들의 진압 작전이나 행정 편의를 위해 이동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경찰이 편의상 도로를 봉쇄했는데 왜 시민들이 멀리 돌아서 집에 가야 하나, 시민들이 돌아가야 할 의무가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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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치가 계속되면서 17일 오전 경복궁 근처에는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로 만든 '간이화장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공권력의 과도한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416연대 제공

경찰의 이같은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해명을 듣고자 종로서·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에게 전화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다만 한 경찰 관계자는 갈비뼈가 부러진 유가족과 관련해,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119 경위서에 보면 부상자는 화분에 부딪혀 다친 것으로 돼있다"며 "화분에 부딪힌 경위는 현재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17일 경복궁 정문 앞에서 "세월호 참사 1년, 대통령은 없었고 경찰 폭력만 난무했다"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고 전찬호군 아버지)은 "가족을 떠나보낸지 1년, 추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경찰에 둘러싸여 밤을 새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18일 오후 3시,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를 연다며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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