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뭄용 아닌 녹조용으로 4대강 물을 방류하다니
입력 : 2015-06-17 21:04:41ㅣ수정 : 2015-06-17 21:21:33

엊그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강정고령보 등 낙동강 4개 보(洑)의 수문을 일제히 열어 500만㎥의 강물을 방류했다. 최근 가뭄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가뭄 해소를 위한 조치로 넘겨짚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보를 건설하려던 명분이 ‘유량을 확보해서 생태계를 복원하고 홍수나 가뭄에 대비하자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실제 4대강의 보 설치 등으로 확보한 물은 12억t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이날 방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강 전체에 녹색 페인트를 뿌려놓은 듯한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 복원은커녕 보 설치로 인해 되레 강 전체에 거대한 녹조띠가 만들어졌고, 그 녹조띠를 없애려 보의 수문을 열어야 했던 것이다. 가뭄으로 논바닥은 쩍쩍 갈라져도 4대강 물은 가뭄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가뭄 해소용으로 쓸모가 없다. 대신 그 물을 녹조 제거용으로 흘려보내고 있으니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인가. 

사실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보가 설치된 이후 강의 녹조현상은 해마다 악화됐다. 예컨대 낙동강 녹조 발생 시기가 2012년에는 8월이었는데 올해는 5월 중순으로 3개월이나 빨라졌다. 특히 사람과 가축에 치명적인 남조류가 상류지역인 상주보에서도 발견되는 등 낙동강 전체가 ‘녹조라떼’로 변한 것이다. 

최근의 가뭄과 고온현상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됐겠지만 보 설치 이전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느려진 강의 유속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연속으로 설치된 보 때문에 강이 계속 정체됨에 따라 죽은 물이 되고, 거기에 영양염류가 많이 유입되면서 녹조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초와 모래톱이 없어짐에 따라 토종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와 같은 외래종만 득세하고 있다. 4대강 보는 생태계 보전이 아닌 생태계 파괴 현장이 된 것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오는 9월까지 매주 1차례씩 낙동강 보의 수문을 일시에 여는 이른바 펄스(Pulse)형 방류를 시범운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근본대책은 아니다. 상시적인 수문 개방만이 정체된 강을 흐르는 강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다시 묻게 된다. 물을 고이게 하고 그 때문에 물을 썩게 하는 보는 무엇을 위해 건설했던 것인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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