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보서 물 동시에 방류해도 남조류 세포 되레 급증
낙동강 중·하류 녹조 르포
국제신문김성룡 이완용 박동필 기자 srkim@kookje.co.kr2015-06-21 19:32:12/ 본지 10면

21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위쪽 수면에 녹조 덩어리가 떠다니고 있다. 이곳에는 녹조 외에도 마름이나 개구리밥 따위의 수생식물도 대거 서식하고 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국토청 펄스형 방류 효과 의문 
농도 낮아져도 기준치 초과 여전 
남지 배수문·창원 본포교 등 창궐 
"수문 다 열고 유속 빠르게 해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낙동강의 녹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다량의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펄스(Pulse)형 방류'를 실시했지만 오히려 남조류 세포 수가 급증해 방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부산국토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낙동강 중류 강정고령보의 수문을 열어 물 500만 ㎥를 방류했다. 같은 시간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낙동강 하류 3개 보의 수문도 개방했다.  

   
낙동강 중·하류의 물을 희석시켜 녹조 발생을 억제하려는 시도다. 부산국토청은 '펄스형 방류'로 조류농도(클로로필a)를 5~36%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방류 결과, 낙동강 하류 함안 칠서취수장의 클로로필a 농도가 지난 15일 ㎥당 26.9㎎에서 사흘 후인 18일 19.9㎎로 26%가량 낮아졌다. 하지만 기준치(15㎎)를 초과했으며, 남조류 세포 수는 같은 시기 ㎖당 4332셀에서 5만2700셀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남조류 세포 수 또한 기준치(500셀)를 훨씬 웃돌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펄스형 방류'의 녹조 발생 억제 효과를 불신하고 있다. 박재현 인제대(토목공학과) 교수는 "클로로필a 농도보다 더 중요한 게 남조류 세포 수"라며 "남조류 세포 수가 급증한 것은 수질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 취재팀이 낙동강 하류 일대를 직접 확인해 보니 여전히 조류가 번성하고 있었다. 21일 경남 창녕군 남지읍 영아지제·창아지제 배수문 인근 낙동강 본류의 강물은 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은 녹색을 띠었고, 바위와 수초에는 녹조 덩어리가 잔뜩 끼어 있었다. 의령군 부림면 경산리 박진나루의 선착장 주변 강물에는 녹조가 뒤덮인 가운데 어른 팔뚝만 한 붕어가 죽은 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창원시 북면 본포교와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배수장 강가에도 녹조가 창궐해 있었다. 강물 속 돌과 모래, 나뭇가지와 수초에는 녹조 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의 포구 선착장에 매어놓은 어선은 녹색 감옥에 갇힌 것처럼 녹조에 포위돼 있었다.

이 마을에서 대대로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 온 정성호(60) 씨는 "댐 물을 방류해 녹조를 제거하는 것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량의 물을 흘려보내면 강 중심은 일시적으로 녹조가 다소 희석될지 모르지만, 물이 흐르면서 중심에 떠다니는 녹조 덩어리가 강가로 밀려와 바위와 수초에 달라붙어 있다가 유속이 느려지고 수온이 올라가면 다시 녹조가 강 전역으로 번진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합천·창녕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보 아래쪽 합천군 청덕면과 의령군 지정면, 낙서면 일대 강가에는 녹조가 번성하고 있었다. 보 위쪽 200여 m 지점에 있는 수질감시선 선착장에는 녹조는 물론 개구리밥 따위의 수생식물들이 제철을 만난 듯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박 교수는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진 것을 녹조 창궐의 근본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환경부 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유속이 종전보다 6~10배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녹조 발생을 억제하려면 모든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그럴 경우 수위가 지금보다 3~4m 낮아지고 유속은 3배가량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녹조가 창궐하면서 부산과 경남의 상수도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창원시는 정수장에 염소 투입량을 늘리고, 취수구에 조류 차단막과 살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상수원 보호에 고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녹조가 번성하면 독성물질이 늘어나고 수질이 나빠져 정수비용이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 펄스(Pulse)형 방류 
특정일을 택해 일시적으로 댐이나 보의 수문을 열어 다량의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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