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으로 망가지는 낙동강] 바닥보호공 깨진 함안보, 땜질공사 했지만 이마저도 깨져
재자연화 향한 현장조사
이현정 기자  입력 : 2015-07-20 [23:01:43] | 수정 : 2015-07-21 [11:26:26] | 게재 : 2015-07-21 (3면)

▲ '2015 낙동강 현장조사단'이 20일 낙동강 함안보 상류 선착장에서 녹조를 발견하고 컵으로 떠 보이고 있다. 박용훈 사진가 제공

20일 오후 경남 창녕함안보 앞. 모래톱이 있어야 할 자리에 콘크리트가 대신 놓여져 있는 낙동강 하류 가장자리에는 손님이 올 줄 알았다는 듯 누치 한 마리가 배를 드러낸 채 죽어 있었다. 죽은 누치를 감싸고 있었던 건 녹조 거품.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례화된 절차처럼 라떼 잔에 강물을 떠 '녹조라테' 한 잔을 만들어 보였다. 초록 중에서도 '샛초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초록이었다.
 
이곳은 함안보로 인해 유속이 한없이 느려져 강물이 흐르는지 흐르지 않는지조차 알 수 없는, '4대강 이후' 낙동강이다. 
 
그 많던 토종물고기 어디 가고 누치 배 드러낸 채 죽어 있어  
함안보 진초록 '녹조라테' 둥둥 파이핑 심해 보 기울어질 수도  
본포취수장 인근 오니층 심해 하수구서나 나는 썩은 내 진동 

대한하천학회 소속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2015 낙동강 현장조사단'은 20일 경남 김해 대동선착장을 시작으로 함안보, 합천보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현장조사단은 "4대강 핵심 사업구간인 낙동강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뻘과 녹조로 뒤덮여 썩어가는 낙동강에서 토종물고기는 폐사하고 있고 급기야 지난달 21일에는 낙동강 어민들이 선상시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면서 "낙동강은 물론 4대강은 재자연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본격 움직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올해 낙동강 조사는 22일까지 2박 3일간 이어지며 21일 저녁 경북 왜관 베네딕토 수녀원에서는 전국의 활동가와 전문가가 모여 '4대강 재자연화와 영주댐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도 개최한다. 4대강 사업인 영주댐 공사로 인해서는 국보급 하천인 내성천의 원형이 하루하루 망가져 가고 있다.

최대현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사무처장은 "4대강 이후 낙동강에서 녹조가 크게 창궐한 건 보에 의한 영향일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처럼 4대강 사업에 의한 보 건설로 유속이 평균 5배, 최대 38배까지 느려지고 자정 기능이 무너지다 보니 강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임계점까지 다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안보 앞에서는 하천바닥의 바닥보호공이 깨어진 것과 하천 바닥 유실이 더 심해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자원공사측이 하천 바닥의 바닥보호공이 깨진 자리에 땜질 공사를 했지만 이마저도 깨어진 것이 현장조사단 수중 촬영에서 확인됐다. 

박 단장은 "수중 촬영팀 촬영 결과 바닥보호공이 끝나는 지점에서 10m 가량 아래로 낭떠러지처럼 떨어지는 곳이 있었는데 이 현상이 계속되면 와류가 일어나 보 본체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안보 등 6개 보에서는 보 상류의 물이 하천 바닥 아래를 관통해 보 하류 쪽으로 흐르는 일명 파이핑(piping) 현상이 나타나 이미 지난해 12월 정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에서도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보 본체가 기울어질 수 있다며 보강 공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준설을 해봤자, 또 새로 하중도를 만들어봤자 자연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함안보 주변 하중도 한쪽에서는 깎여내려간 흔적이 보였고 또 한쪽에서는 모래가 쌓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들이 다시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은 "4대강 보의 목적은 홍수 대비나 치수가 아닌 수심 6m 관리수위를 위한 것이었고 수질이나 용수 측면에서도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면서 "생태계의 사슬이 무너지고 자정능력이 무너지면서 이제 낙동강은 임계점에 다다랐다. 어민들도 이제 낙동강을 포기하려 한다. 낙동강과 어민들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음에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남 창원 사람들의 식수를 취수하는 곳, 창원시 본포 취수장 입구에서는 이날 오후 저질토를 퍼올리자 두꺼운 오니층이 올라왔다. 오니층에서는 하수구에서나 맡을 수 있는 시궁창 냄새가 났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썩은 오니로 코팅된 바닥 위의 물을 먹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부산녹색연합 생태국장은 "다른 지역 활동가들이 놀라는 것은 한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서울은 정말 난리가 났을 텐데 부산, 경남은 너무도 조용하다는 것"이라면서 "4대강 사업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낙동강이었고, 낙동강 물을 먹고 사는 부산, 경남 시민들의 피해가 가장 큰 만큼 누구보다 부산, 경남 시민들이 4대강의 재자연화를 요구해야 한다. 낙동강 어민들도 고기가 살지 못하는 물을 사람이 먹을 수는 없다고 호소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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