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2941
‘최순실 게이트’ 올해 영화제 각본상 싹쓸이할 듯?
[비평] ‘정부 위에 정부’ 영화 모비딕은 현실이었다… 영화보다 영화같은 충격적인 정치 현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영화와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추악한 비선 권력의 국정 농단 실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 연결고리가 ‘주술’과 ‘신앙’ 등 샤머니즘으로 엮여있다는 소문마저 진실이라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언론인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좋아한다. 언론인으로서 무력감만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잠깐 도피하기 위한 것일지 몰라도, 진실을 향한 언론인의 집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는다.
▲ 영화 모비딕.
영화 ‘모비딕’은 그런 류의 영화다. 1990년 한국을 뒤흔든 ‘윤이병 양심선언’, 즉 보안사 민간인 사찰 사건이 모티프다.(이하 스포일러 주의 요망)
의문의 ‘발암교 폭발 사건’을 취재하던 명인일보 사회부 기자 이방우는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고향 후배 탈영병 윤혁(진구 분)을 만나면서 사건의 진실과 마주한다.
정부는 늘 그랬듯 간첩을 통한 북의 소행이라고 발표하지만 실제가 조작됐음을 감지한 이방우는 동료 기자 손진기(김상호), 성효관(김민희)과 특별 취재팀을 꾸려 배후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영화는 흥행에서 참패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방우, 손진기, 성효관의 활약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괴한들의 습격으로 이들은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취재원을 통해 실체에 접근하던 손진기는 끝내 목숨까지 잃는다.
당연히 이방우는 손진기의 몫까지 사력을 다해 추적하고, 고뇌하고, 진실과 정의 사이에서 결단한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 위의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자국 테러를 획책하고, 테러를 이유로 핵무장을 준비한다는 게 그때까지는 비현실에 가까운 음모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보 기관의 간첩 조작 사건과 민간인 사찰, 시도 때도 없는 북풍몰이 등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한 데 모아 스크린에 올렸지만 ‘정부 위에 정부’, 청와대를 우롱하는 비선 조직은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소설에 불과했던 것이다.
▲ 영화 모비딕 포스터.
이 영화가 다시 극장가에 걸린다면 어떤 반응을 불러올까. 그래도 망할 것이다.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소재가 심심해, 또 외면받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최씨가 등장하는 뉴스가 스펙터클해 팝콘과 함께 시청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여기에는 대한민국 사회가 앞으로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다는 자조가 담겨 있다.
대통령을 등에 업은 비선 실세들은 청와대 행정관들을 수족 부리듯 호가호위하며 국가 시스템이란 시스템은 모조리 파괴하고 있고, 곳간을 여는 것에 인색했던 재벌들은 실세에 줄을 대기 위해 헌금을 상납했다.
이 나라 민중을 쥐어짜고 있는 각종 권력은 서로가 서로를 뜯어먹는 데 여념없으며 공공의 탈을 쓰고 국가를 수익모델로 사익을 취한다는 점, 최순실과 그의 무리들, 박근혜라는 이름이 역한 이유일 것이다.
암울한 시대를 밝히고 있는 건 그래도 언론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이방우와 같은 기자들이 실존한다는 사실, 그거 하나 확인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권력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방송사 내 기자들은 아우성이다. 그들이 기필코 반대했던 종합편성채널들이 연이은 특종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고 사상 초유의 비리 스캔들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28일 오후 12시30분에 목동 사옥1층 로비에서 '정치권력과 경영진의 보도개입 중단 및 공정방송촉구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부랴부랴 KBS·MBC·SBS·YTN 등 주요 방송국들은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최순실을 쫓기 시작했지만, 이미 선수들이 쓸고 간 자리에선 이삭 하나 찾기 힘들다.
한 방송사 기자는 “특별취재팀 생긴다는 얘기 듣고 눈물이 났다”며 “백만 년 늦었지만 그래도 출발은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한심한가.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정부 위의 정부’의 실체를 밝히는 성효관은 이방우에게 “선배, 우린 기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바닥을 친 자존감은 때론 냉철함과 직관을 불러일으키도 한다. 쓸어내지 못한 이삭은 곳곳에 남아있다. ‘최순실’은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 다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박근혜 비선의 모든 것을 들추어내는 것. 더 물러날 곳도 없는 망가진 한국 언론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 아닐까. 진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영화의 결말과는 다른 현실을 보길 원한다.
‘최순실 게이트’ 올해 영화제 각본상 싹쓸이할 듯?
[비평] ‘정부 위에 정부’ 영화 모비딕은 현실이었다… 영화보다 영화같은 충격적인 정치 현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영화와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추악한 비선 권력의 국정 농단 실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 연결고리가 ‘주술’과 ‘신앙’ 등 샤머니즘으로 엮여있다는 소문마저 진실이라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언론인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좋아한다. 언론인으로서 무력감만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잠깐 도피하기 위한 것일지 몰라도, 진실을 향한 언론인의 집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는다.
▲ 영화 모비딕.
영화 ‘모비딕’은 그런 류의 영화다. 1990년 한국을 뒤흔든 ‘윤이병 양심선언’, 즉 보안사 민간인 사찰 사건이 모티프다.(이하 스포일러 주의 요망)
의문의 ‘발암교 폭발 사건’을 취재하던 명인일보 사회부 기자 이방우는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고향 후배 탈영병 윤혁(진구 분)을 만나면서 사건의 진실과 마주한다.
정부는 늘 그랬듯 간첩을 통한 북의 소행이라고 발표하지만 실제가 조작됐음을 감지한 이방우는 동료 기자 손진기(김상호), 성효관(김민희)과 특별 취재팀을 꾸려 배후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영화는 흥행에서 참패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방우, 손진기, 성효관의 활약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괴한들의 습격으로 이들은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취재원을 통해 실체에 접근하던 손진기는 끝내 목숨까지 잃는다.
당연히 이방우는 손진기의 몫까지 사력을 다해 추적하고, 고뇌하고, 진실과 정의 사이에서 결단한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 위의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자국 테러를 획책하고, 테러를 이유로 핵무장을 준비한다는 게 그때까지는 비현실에 가까운 음모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보 기관의 간첩 조작 사건과 민간인 사찰, 시도 때도 없는 북풍몰이 등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한 데 모아 스크린에 올렸지만 ‘정부 위에 정부’, 청와대를 우롱하는 비선 조직은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소설에 불과했던 것이다.
▲ 영화 모비딕 포스터.
이 영화가 다시 극장가에 걸린다면 어떤 반응을 불러올까. 그래도 망할 것이다.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소재가 심심해, 또 외면받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최씨가 등장하는 뉴스가 스펙터클해 팝콘과 함께 시청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여기에는 대한민국 사회가 앞으로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다는 자조가 담겨 있다.
대통령을 등에 업은 비선 실세들은 청와대 행정관들을 수족 부리듯 호가호위하며 국가 시스템이란 시스템은 모조리 파괴하고 있고, 곳간을 여는 것에 인색했던 재벌들은 실세에 줄을 대기 위해 헌금을 상납했다.
이 나라 민중을 쥐어짜고 있는 각종 권력은 서로가 서로를 뜯어먹는 데 여념없으며 공공의 탈을 쓰고 국가를 수익모델로 사익을 취한다는 점, 최순실과 그의 무리들, 박근혜라는 이름이 역한 이유일 것이다.
암울한 시대를 밝히고 있는 건 그래도 언론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이방우와 같은 기자들이 실존한다는 사실, 그거 하나 확인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권력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방송사 내 기자들은 아우성이다. 그들이 기필코 반대했던 종합편성채널들이 연이은 특종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고 사상 초유의 비리 스캔들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28일 오후 12시30분에 목동 사옥1층 로비에서 '정치권력과 경영진의 보도개입 중단 및 공정방송촉구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부랴부랴 KBS·MBC·SBS·YTN 등 주요 방송국들은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최순실을 쫓기 시작했지만, 이미 선수들이 쓸고 간 자리에선 이삭 하나 찾기 힘들다.
한 방송사 기자는 “특별취재팀 생긴다는 얘기 듣고 눈물이 났다”며 “백만 년 늦었지만 그래도 출발은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한심한가.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정부 위의 정부’의 실체를 밝히는 성효관은 이방우에게 “선배, 우린 기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바닥을 친 자존감은 때론 냉철함과 직관을 불러일으키도 한다. 쓸어내지 못한 이삭은 곳곳에 남아있다. ‘최순실’은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 다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박근혜 비선의 모든 것을 들추어내는 것. 더 물러날 곳도 없는 망가진 한국 언론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 아닐까. 진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영화의 결말과는 다른 현실을 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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