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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속으로 들어간 김제동 "헌법 안 지킨 박근혜, 내란 아니면 뭐냐"
[현장] 2시간 만민공동회 꽉 채운 김제동의 힘... 헌법으로 박근혜를 저격하다
글 곽우신(gorapakr) 유지영(alreadyblues) 사진 권우성(kws21) 편집 김미선(iosono)
16.11.12 17:29 최종업데이트 16.11.12 20:44
▲12일 오후 만민공동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 시민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씨가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 엄청난 인파 한가운데 선 김제동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2일 오후 방송인 김제동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있다.ⓒ 권우성
역시 김제동이었다.
1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년과 김제동이 함께 만드는 광장집회 '평범한 사람들의 민주주의 지금, 바로, 여기서'(아래 '만민공동회')가 진행됐다. 1만5000명(경찰 추산) 이상의 시민이 몰려들면서,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많은 시민들이 행사장 주변까지 꽉 찼다. 사회자와 주요 인사들의 발언 위주로 진행되는 기존 집회 행사와 달리, 만민공동회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으로 위주로 채워져 마치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방불케했다.
헌법 조목조목 짚어가며 박근혜 대통령 잘못 지적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제동은 특유의 입담을 발휘하며 시민의 환호를 이끌었다.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아래 참가자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간 김제동은 '만민공동회'답게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호흡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제동은 '헌법 강의'로 이날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을 만들 때,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논쟁조차 할 수 없도록, 오로지 헌법 1조 2항에 권력은 딱 한 번, 국민과 함께 나옵니다. 이 땅의 권력자는 한 명만 있는 것도, 두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땅의 권력자는 바로 오천만이라는 선언입니다. 권력자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시민의 박수가 터진 후, 김제동은 "헌법을 흔드는 것은 내란"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헌법을 위반했는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게 하지 않고, 최순실 일가로부터 나오게 했다면 헌법 1조 1항 위반"이며 "사사로이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줬다면 헌법 제2조 위반"이라는 등 지치지 않고 비판을 이어갔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았으니 헌법 제20조 2항 위반이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2조를 위반했다는 식이었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해낸 김제동은 "나머지는 저녁 때 하겠습니다"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헌법의 단 한 조항도 지키지 않은 것이 내란이 아니라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고 꼬집었다. 또한 독일에 있는 어떤 사람들이 이토록 우리나라를 혼란스럽게 했다면 그건 "외환"이라고 규정했다. 내란과 외환을 야기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 김제동, 청년들과 만민공동회 개최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2일 오후 방송인 김제동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있다.ⓒ 권우성
이어서 여러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여 굉장히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특히 청소년들의 적극적 참여가 눈에 띄었다. 권력이란 게 무엇이고, 권력의 주체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는 고등학생이 그 시작을 열었다. 한 초등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제가 여기 나와서 이런 얘기하려고 초등학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잠이 안 온다"고 박 대통령을 풍자했고 이어서 "대통령하는 게 자괴감 들고 괴로우면 그만 두세요"라고 권유했다. 김제동은 박수를 치며 선거권 부여 연령을 인하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세월호와의 연대도 인상적이었다. 노란 옷을 입고 마이크를 잡은 세월호 유가족은 "이 아이들이 항상 곁에 있다고 느껴진다"며 아직까지 제대로 보내지 못한 자녀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원망을 토로했다. 아직도 차가운 맹골수도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많은 시민이 눈가를 훔치거나 훌쩍거리기도 했다. 오늘 비가 오는 것을 걱정하며 집회 참여를 만류했다는 아버지를 두고 광장에 나왔다는 장애인은, 맹자를 인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할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한 뒤, "함께 비를 맞자"며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박원순 시장 깜짝 등장과 분노한 시민, 김제동의 위로
그때 박원순 시장의 '깜짝' 등장이 이어졌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며 마이크를 잡고 무대 앞쪽으로 나온 박원순 시장은 무릎을 꿇은 채 발언을 이어갔다. "국정농단, 헌정 위반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는 온 국민의 뜻이고 명령입니다"라며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기필코 국민이 이깁니다"라고 외쳤다.
김제동의 능력이 발휘된 최고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뒤에 나왔다. 박원순 시장이 발언권을 얻은 후 퇴장하자, 한 시민이 주최 측에 강하게 항의하며 김제동 쪽으로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다. 행사를 진행하는 요원들이 여럿 붙어서 해당 시민을 만류하고, 자리에 앉아 있던 시민 몇몇은 "나가라"고 연호했다.
그러나 김제동은 직접 요원들을 말리며 "괜찮아요, 말씀하고 싶으시면 말씀하셔야죠"라고 오히려 그 시민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부산 가덕도에서 왔다는 이 시민은 김제동의 리드에 따라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물을 마시며 안정을 되찾았다. 정치인의 약속을 믿으며 평생 새누리당만 찍어왔다는 이 시민은, 평생 정치인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억울하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공약의 백지화를 거론하던 이 시민은 평생 속고 살아왔던 자기처럼 정치인을 신뢰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세상을 바꾸자고,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소리쳤다. 김제동의 재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시민의 발언이 오가면서 행사 종료 시간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김제동은 마무리 발언으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내가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할지라도 당신의 말할 권리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을 위해 싸워주겠다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모든 권력은 국민들에게 나온다'를 다함께 외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김제동은 정현종 시인의 시 '비스듬히'를 읊었다.
▲12일 오후 만민공동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 시민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씨가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 정현종, '비스듬히' 중에서
국민을 위로하는 광대이자 입담꾼, 김제동은 그렇게 2시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 데 모으며 서로 공명하도록 만들었다. 많은 시민이 김제동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실히 증명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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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시간 만민공동회 꽉 채운 김제동의 힘... 헌법으로 박근혜를 저격하다
글 곽우신(gorapakr) 유지영(alreadyblues) 사진 권우성(kws21) 편집 김미선(iosono)
16.11.12 17:29 최종업데이트 16.11.12 20:44
▲12일 오후 만민공동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 시민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씨가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 엄청난 인파 한가운데 선 김제동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2일 오후 방송인 김제동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있다.ⓒ 권우성
역시 김제동이었다.
1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년과 김제동이 함께 만드는 광장집회 '평범한 사람들의 민주주의 지금, 바로, 여기서'(아래 '만민공동회')가 진행됐다. 1만5000명(경찰 추산) 이상의 시민이 몰려들면서,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많은 시민들이 행사장 주변까지 꽉 찼다. 사회자와 주요 인사들의 발언 위주로 진행되는 기존 집회 행사와 달리, 만민공동회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으로 위주로 채워져 마치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방불케했다.
헌법 조목조목 짚어가며 박근혜 대통령 잘못 지적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제동은 특유의 입담을 발휘하며 시민의 환호를 이끌었다.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아래 참가자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간 김제동은 '만민공동회'답게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호흡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제동은 '헌법 강의'로 이날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을 만들 때,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논쟁조차 할 수 없도록, 오로지 헌법 1조 2항에 권력은 딱 한 번, 국민과 함께 나옵니다. 이 땅의 권력자는 한 명만 있는 것도, 두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땅의 권력자는 바로 오천만이라는 선언입니다. 권력자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시민의 박수가 터진 후, 김제동은 "헌법을 흔드는 것은 내란"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헌법을 위반했는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게 하지 않고, 최순실 일가로부터 나오게 했다면 헌법 1조 1항 위반"이며 "사사로이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줬다면 헌법 제2조 위반"이라는 등 지치지 않고 비판을 이어갔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았으니 헌법 제20조 2항 위반이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2조를 위반했다는 식이었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해낸 김제동은 "나머지는 저녁 때 하겠습니다"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헌법의 단 한 조항도 지키지 않은 것이 내란이 아니라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고 꼬집었다. 또한 독일에 있는 어떤 사람들이 이토록 우리나라를 혼란스럽게 했다면 그건 "외환"이라고 규정했다. 내란과 외환을 야기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 김제동, 청년들과 만민공동회 개최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2일 오후 방송인 김제동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고 있다.ⓒ 권우성
이어서 여러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여 굉장히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특히 청소년들의 적극적 참여가 눈에 띄었다. 권력이란 게 무엇이고, 권력의 주체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는 고등학생이 그 시작을 열었다. 한 초등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제가 여기 나와서 이런 얘기하려고 초등학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잠이 안 온다"고 박 대통령을 풍자했고 이어서 "대통령하는 게 자괴감 들고 괴로우면 그만 두세요"라고 권유했다. 김제동은 박수를 치며 선거권 부여 연령을 인하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세월호와의 연대도 인상적이었다. 노란 옷을 입고 마이크를 잡은 세월호 유가족은 "이 아이들이 항상 곁에 있다고 느껴진다"며 아직까지 제대로 보내지 못한 자녀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원망을 토로했다. 아직도 차가운 맹골수도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많은 시민이 눈가를 훔치거나 훌쩍거리기도 했다. 오늘 비가 오는 것을 걱정하며 집회 참여를 만류했다는 아버지를 두고 광장에 나왔다는 장애인은, 맹자를 인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할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한 뒤, "함께 비를 맞자"며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박원순 시장 깜짝 등장과 분노한 시민, 김제동의 위로
그때 박원순 시장의 '깜짝' 등장이 이어졌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며 마이크를 잡고 무대 앞쪽으로 나온 박원순 시장은 무릎을 꿇은 채 발언을 이어갔다. "국정농단, 헌정 위반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는 온 국민의 뜻이고 명령입니다"라며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기필코 국민이 이깁니다"라고 외쳤다.
김제동의 능력이 발휘된 최고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뒤에 나왔다. 박원순 시장이 발언권을 얻은 후 퇴장하자, 한 시민이 주최 측에 강하게 항의하며 김제동 쪽으로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다. 행사를 진행하는 요원들이 여럿 붙어서 해당 시민을 만류하고, 자리에 앉아 있던 시민 몇몇은 "나가라"고 연호했다.
그러나 김제동은 직접 요원들을 말리며 "괜찮아요, 말씀하고 싶으시면 말씀하셔야죠"라고 오히려 그 시민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부산 가덕도에서 왔다는 이 시민은 김제동의 리드에 따라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물을 마시며 안정을 되찾았다. 정치인의 약속을 믿으며 평생 새누리당만 찍어왔다는 이 시민은, 평생 정치인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억울하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공약의 백지화를 거론하던 이 시민은 평생 속고 살아왔던 자기처럼 정치인을 신뢰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세상을 바꾸자고,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소리쳤다. 김제동의 재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시민의 발언이 오가면서 행사 종료 시간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김제동은 마무리 발언으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내가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할지라도 당신의 말할 권리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을 위해 싸워주겠다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모든 권력은 국민들에게 나온다'를 다함께 외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김제동은 정현종 시인의 시 '비스듬히'를 읊었다.
▲12일 오후 만민공동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 시민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씨가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 정현종, '비스듬히' 중에서
국민을 위로하는 광대이자 입담꾼, 김제동은 그렇게 2시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 데 모으며 서로 공명하도록 만들었다. 많은 시민이 김제동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실히 증명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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