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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풀면 ‘하야’ 법치로 풀면 ‘탄핵’…‘병행 압박’ 현실론도
등록 :2016-11-14 22:05수정 :2016-11-15 00:34

촛불이 바꾼 정국수습 해법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나리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나리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이 분출되면서 정치권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국면에 부상했던 대통령 임기 보장을 전제로 한 ‘2선 후퇴-거국내각’ 구상은 동력을 상실한 분위기다. 이 상황에 정치권이 내놓을 수 있는 요구와 수단은 ‘하야’와 ‘탄핵’ 두 가지로 압축된다. 거리 민심은 물론 정치권 다수의 의견이 ‘전면적 2선 후퇴든 대통령 권한 분산이든, 통치의 권위와 정당성을 상실한 박 대통령 체제로 18대 대통령 임기 종료(2018년 2월)까지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모아졌기 때문이다.

촛불 민심은 ‘즉각 하야’
총리가 권한대행 맡아 60일안 대선, 국정불안·황교안 중책 반론 거세 

야권 주류선 ‘질서있는 퇴진’
거국내각 구성-하야-조기대선, 헌정사 선례없고 민심충족 미지수 

대통령 버티면 ‘탄핵’ 불가피
비박계 29명 가세땐 ‘국회 통과’, 헌재 결정까지 6개월 혼란 불가피

‘탄핵 준비로 하야압박’ 대안 떠올라, “정치로 풀 문제…마지막 수단돼야”

■ 하야-‘즉각 하야론’ 대 ‘단계론’

지난 12일 ‘100만 촛불집회’를 분기점으로 대세는 ‘하야론’으로 넘어갔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다. 이런 의견은 새누리당에서도 나온다. 남은 쟁점은 하야의 시기와 절차다. 즉각 하야론은 ‘하야→과도내각 구성→조기 대선 실시’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지 않으면 끓어오른 거리 민심을 잠재울 수 없을 뿐 아니라, 당면한 외교·안보·경제 현안을 추스르지 못한 채 불안한 ‘이중권력’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즉각 하야론’의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선 대통령 권력의 급작스런 붕괴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60일 안에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한 현행 헌법의 규정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도 야권의 고민거리다. 실정의 책임을 나눠 가진 황교안 총리에게 과도내각의 총리를 맡겨선 안 된다는 기류도 읽힌다. 야권 주류에서 ‘단계적 하야’(질서있는 퇴진)가 대안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단계적 하야론은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지 않는 대신, 여야가 합의한 ‘권한대행 총리’에게 전권을 이양해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대통령은 약속한 일정에 따라 사임하는 프로세스다. ‘대통령의 권한이양 선언→거국내각 구성→하야→조기 대선’의 수순이다. 하지만 이 해법은 헌정사에 선례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에 대해 ‘단계적 하야’를 주장하는 쪽에선 ‘국가적 위기상황에선 정치적 합의가 우선’이라거나, ‘지금 상황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고’ 국면으로 규정한다면 헌법 조항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 역시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거리 민심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 탄핵-‘압박론’ 대 ‘실행론’

문제는 ‘즉각 하야’든 ‘단계적 하야’든 현실화 여부는 오롯이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오는 게 ‘탄핵론’이다. 탄핵은 입법부의 결정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킨 뒤 강제로 직위에서 끌어내리는 헌법적 절차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151명 이상)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가결을 위해선 야3당과 무소속 의원 전원에 새누리당 의원 29명이 가세해야 하는 셈이다.

게이트 정국 초반만 해도 탄핵론은 의석 분포상 가결이 어렵다거나 자칫 정치적 역풍에 휘말릴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야권의 다수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불가피론’으로 선회하고,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 민심의 분출과 함께 ‘하야·탄핵 찬성론’이 60%에 이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야권이 뭉치고, 새누리당 일부가 가세하면 가결선을 넘기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야권의 상당수는 여전히 탄핵론에 회의적이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가세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탄핵이 현실화하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까지 최장 180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사이 여론과 정국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을뿐더러, 헌재의 인적 구성을 볼 때 국회가 가결한 탄핵안의 인용 여부 역시 불확실하다는 게 ‘탄핵 회의론자’들의 우려다. 실제 박한철 헌재 소장을 비롯한 9명의 헌재 재판관 면면을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 성향 인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이 확정되는 19일까지 기다린 뒤, 탄핵의 법리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특검을 통해 탄핵 사유가 명확해질 때까지 탄핵안 발의를 서둘러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 ‘사법적 해결’보다 ‘정치적 해법’ 찾자는 주장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 못잖게 탄핵론에 대해선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현안의 해결을 사법기관의 판단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사법 만능주의’나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비판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지금의 문제는 헌법 이념과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시민들 손으로 제기된 정치적 문제인데, 이 사안이 헌재의 엘리트 재판관들 판단에 내맡겨지는 상황을 (국민이) 인정할 수 있겠나. 탄핵은 최후의 수단이고, 문제는 법이 아닌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야권에선 ‘하야 요구와 함께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병행 수단’으로 탄핵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하야를 위한 압박은 계속하되, 그와 함께 국회 안에 ‘탄핵준비기구’를 구성해 정치적·법리적 준비를 밟아나가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여당의 탄핵파와 함께 탄핵 절차에 착수해 대통령을 압박하고, 끝내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한다면 그때 탄핵 결행 여부를 다시 판단하거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라도 탄핵에 돌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세영 석진환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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