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01565
"박근혜 퇴진" 외치는 일본인들, 그 이유
매주 나고야 번화가 집회 참가... "군사독재, 식민지배서 비롯됐다 생각"
17.02.24 17:13 l 최종 업데이트 17.02.24 17:13 l 글: 이두희(black1315) 편집: 김대홍(bugulbugul)
▲ 박근혜 퇴진 나고야 집회 나고야 집회에 참석한 즈노세씨(왼쪽 첫번째), 후지이씨(왼쪽 두번째). 이렇게 적은 인원이 참석할 때에도 함께 해 힘이 되어 준 두 사람. ⓒ 이두희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며칠 남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까지 온갖 꼼수를 부리며 판을 엎어보려는 박근혜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치 않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촛불이 이길 거라는 믿음을 갖고 이 곳 일본 나고야에서도 쉬지 않고 촛불을 들고 있다.
나고야에서는 지난 11월 19일 첫 촛불을 든 이후로 한국에서는 설이었던 1월 28일을 포함해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매주 토요일 번화가인 사카에에서 박근혜 퇴진의 촛불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30여명 정도였던 인원이 지금은 열 명 안팎으로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만큼 서로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격려해 가면서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식민지 지배 책임은 일본이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짐
그런데 이 곳 나고야 집회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일본인 참가자들이다. 일본인 참가자들은 적극적인 집회 참석은 물론이고 장소와 관련된 조언, 마이크 등 집회 물품 지원 및 심지어 활동에 대한 모금까지 이 집회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첫 집회부터 줄곧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후지이 카츠히코(75)씨와 즈노세 사카에(65)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후지이씨는 나고야에서 40여년 동안 빈민, 노동자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운동 영역에서 활동해 오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아베 자민당 정권의 폭주에 맞서 평화 헌법개정 반대, 원전가동 반대, 오키나와 미군기지 철수운동 등을 중심으로, 그를 위해 야권이 단결해서 자민당 독주를 막기 위한 야권 연대 운동에도 시민운동의 한 축으로 참가하고 있다.
즈노세씨는 지금은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고, 한편으로는 노숙자 생활에서 벗어나 자립을 하게 된 분들의 이후 생활을 살피고 지원과 상담을 하는 일에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나고야 집회에서의 즈노세씨를 말하자면 당연히 '가수 즈노세'이다. 집회에서 발언을 부탁받은 그가 한 것은 발언이 아니라 노래였다. 그것도 한국 노래 '상록수'. 그 뒤에도 발언을 부탁받으면 즉석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한국 노래를 불러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 분들에게 이 집회에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한 목소리로 "일본의 과거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죄책감과 그 뒤에도 오랜 세월 이어진 군사독재정권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 집회에서 발언하는 후지이씨 일본 나고야의 빈민, 노동운동가인 후지이씨가 '박근혜 퇴진 나고야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두희
후지이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당시, 나고야에서 있었던 단식연좌농성에도 참여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 때 단식농성 장소가 지금 우리가 집회를 하고 있는 바로 맞은편 광장에서였다고. 그 이후에도 계속 사회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관련되어 맺어온 관계와 관심들이 이번 집회에도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즈노세씨는 "학창 시절에 자이니치(재일동포)에 대해 별다른 이유없이 차별의식과 편견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후 역사를 공부하고 일본과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만큼 역사에 대해 무지했던 일들이 부끄럽고 평생 마음에 남는 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이들 눈에 비친 집회의 모습은 어땠을까? 후지이씨는 "평소 운동에 몸 담지 않았던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도 새로웠고, 처음과 시작에 구호를 외치는 것 말고는 계속해서 발언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본의 일반적인 집회방식인데 비해, 이 집회는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노래와 춤이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호를 외치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즈노세씨는 "아이들도 함께 참여하니까 무겁기만 하지 않고 뭔가 밝고 희망찬 느낌이 드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후지이씨는 일본에서 사회운동을 하면서 가끔 만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그야말로 평범한 생활인이어서 앞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바라보는 일본인, 일본사회는 어떤 지에 대해 더 많은 만남과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박근혜 퇴진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앞으로 한일 민중간의 연대가 더 확장되고 깊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과거역사 때문에 한일관계는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지만, 오랜 시간 변함없이 자리를 꿋꿋이 지키면서 과거의 역사와 마주하고 연대를 꿈꾸는 이 두 분과 같은 이들이 있기에 한일관계가 꼭 어둡지만은 않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이번 박근혜 퇴진 집회를 계기로 좀 더 폭넓고 다양한 한일간 연대와 교류의 싹이 나고야에서도 활짝 틔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 즈노세 사카에씨 ⓒ 이두희
▲ 후지이 카츠히코씨 ⓒ 이두희
"박근혜 퇴진" 외치는 일본인들, 그 이유
매주 나고야 번화가 집회 참가... "군사독재, 식민지배서 비롯됐다 생각"
17.02.24 17:13 l 최종 업데이트 17.02.24 17:13 l 글: 이두희(black1315) 편집: 김대홍(bugulbugul)
▲ 박근혜 퇴진 나고야 집회 나고야 집회에 참석한 즈노세씨(왼쪽 첫번째), 후지이씨(왼쪽 두번째). 이렇게 적은 인원이 참석할 때에도 함께 해 힘이 되어 준 두 사람. ⓒ 이두희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며칠 남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까지 온갖 꼼수를 부리며 판을 엎어보려는 박근혜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치 않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촛불이 이길 거라는 믿음을 갖고 이 곳 일본 나고야에서도 쉬지 않고 촛불을 들고 있다.
나고야에서는 지난 11월 19일 첫 촛불을 든 이후로 한국에서는 설이었던 1월 28일을 포함해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매주 토요일 번화가인 사카에에서 박근혜 퇴진의 촛불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30여명 정도였던 인원이 지금은 열 명 안팎으로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만큼 서로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격려해 가면서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식민지 지배 책임은 일본이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짐
그런데 이 곳 나고야 집회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일본인 참가자들이다. 일본인 참가자들은 적극적인 집회 참석은 물론이고 장소와 관련된 조언, 마이크 등 집회 물품 지원 및 심지어 활동에 대한 모금까지 이 집회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첫 집회부터 줄곧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후지이 카츠히코(75)씨와 즈노세 사카에(65)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후지이씨는 나고야에서 40여년 동안 빈민, 노동자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운동 영역에서 활동해 오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아베 자민당 정권의 폭주에 맞서 평화 헌법개정 반대, 원전가동 반대, 오키나와 미군기지 철수운동 등을 중심으로, 그를 위해 야권이 단결해서 자민당 독주를 막기 위한 야권 연대 운동에도 시민운동의 한 축으로 참가하고 있다.
즈노세씨는 지금은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고, 한편으로는 노숙자 생활에서 벗어나 자립을 하게 된 분들의 이후 생활을 살피고 지원과 상담을 하는 일에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나고야 집회에서의 즈노세씨를 말하자면 당연히 '가수 즈노세'이다. 집회에서 발언을 부탁받은 그가 한 것은 발언이 아니라 노래였다. 그것도 한국 노래 '상록수'. 그 뒤에도 발언을 부탁받으면 즉석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한국 노래를 불러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 분들에게 이 집회에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한 목소리로 "일본의 과거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죄책감과 그 뒤에도 오랜 세월 이어진 군사독재정권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 집회에서 발언하는 후지이씨 일본 나고야의 빈민, 노동운동가인 후지이씨가 '박근혜 퇴진 나고야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두희
후지이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당시, 나고야에서 있었던 단식연좌농성에도 참여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 때 단식농성 장소가 지금 우리가 집회를 하고 있는 바로 맞은편 광장에서였다고. 그 이후에도 계속 사회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관련되어 맺어온 관계와 관심들이 이번 집회에도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즈노세씨는 "학창 시절에 자이니치(재일동포)에 대해 별다른 이유없이 차별의식과 편견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후 역사를 공부하고 일본과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만큼 역사에 대해 무지했던 일들이 부끄럽고 평생 마음에 남는 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이들 눈에 비친 집회의 모습은 어땠을까? 후지이씨는 "평소 운동에 몸 담지 않았던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도 새로웠고, 처음과 시작에 구호를 외치는 것 말고는 계속해서 발언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본의 일반적인 집회방식인데 비해, 이 집회는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노래와 춤이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호를 외치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즈노세씨는 "아이들도 함께 참여하니까 무겁기만 하지 않고 뭔가 밝고 희망찬 느낌이 드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후지이씨는 일본에서 사회운동을 하면서 가끔 만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그야말로 평범한 생활인이어서 앞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바라보는 일본인, 일본사회는 어떤 지에 대해 더 많은 만남과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박근혜 퇴진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앞으로 한일 민중간의 연대가 더 확장되고 깊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과거역사 때문에 한일관계는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지만, 오랜 시간 변함없이 자리를 꿋꿋이 지키면서 과거의 역사와 마주하고 연대를 꿈꾸는 이 두 분과 같은 이들이 있기에 한일관계가 꼭 어둡지만은 않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이번 박근혜 퇴진 집회를 계기로 좀 더 폭넓고 다양한 한일간 연대와 교류의 싹이 나고야에서도 활짝 틔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 즈노세 사카에씨 ⓒ 이두희
▲ 후지이 카츠히코씨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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