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5379.html

박근혜-이재용, 독대 때마다 ‘청탁-대가’ 정산
등록 :2017-03-06 21:05 수정 :2017-03-06 22:13

최순실-박근혜-이재용 ‘뇌물 삼각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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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씨는 2014년부터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청탁’과 ‘대가’를 주고받은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권력을 가진 박 대통령과 이에 기생한 최씨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도움을 줬고, 국내 최대 재력가인 이 부회장은 자기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그룹 지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우회로’를 뚫었다. 이들의 은밀한 거래에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가 농락당했다.

특검팀은 이들 셋의 관계가 2014년 9월 중순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당시 박 대통령에게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는 한화그룹이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씨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소극적이니, 회장사를 삼성그룹으로 바꾸자’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그해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이 부회장을 단독 면담하면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그룹이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석달 전인 그해 6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높여야 했던 이 부회장은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요구를 수락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삼성에스디에스(SDS) 및 제일모직 상장 심사 등 승계 작업의 당면 과제들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고 약속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➊ 최순실→박대통령 
“삼성이 승마 회장사 맡게” 요청, 박대통령, 이재용에 “맡아달라” 
삼성동 주택구매 보면 경제공동체, 삼성엔 “합병 도왔는데 은혜 몰라” 

➋ 박대통령→이재용 
회장사 등 승마지원 요구한 뒤 안종범에 ‘삼성합병 도와라’ 지시 
삼성 지원 부족하자 “뭐하냐” 질책, 세번째 독대 “정유라 지원 고맙다” 

➌ 이재용→박대통령 
승계 도움 기대하며 세차례 독대, “대통령이 원하는 사항 이행” 지시 
회삿돈 횡령 최순실쪽과 용역 계약,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승인 등 요청

실제 2015년 3월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으로 선출됐고, 7월에는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그해 10월 최씨는 삼성이 정씨에게 7억원을 들여 사준 말인 ‘살시도’가 삼성 명의로 돼 있는 것을 알고 “삼성을 내가 합치(합병)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7월25일 이뤄진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두번째 독대 자리는 청탁과 대가를 ‘1차 정산’하는 자리였다. 이 부회장에게 “내 임기 안에 경영권 승계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박 대통령은 “지난번 얘기한 승마 관련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이냐. 삼성이 한화보다도 못하다”고 질책했다.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을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정씨에 대한 235억원 지원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독대 직후 이 부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에게 “대통령이 원하는 사항을 모두 충실히 이행할 것”을 지시했고, 박상진 사장은 29일 독일에서 최씨 쪽과 접촉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확인했다. 결국 삼성은 다음달인 8월26일 최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와 213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삼성전자 승마단의 해외 전지훈련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이었다.

박 대통령은 7월 독대에서 추가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씨가 조카 장시호씨를 통해 만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지원과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두 재단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출연금을 받은 뒤 이들을 배제한 채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최씨가 1990년 박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42-6에 있는 사저의 주택 매매계약을 대신 체결하고 매매 대금을 냈고, 2013년부터 약 4년간 박 대통령의 의상 제작비용 등 3억8000만원을 대납하는 등 사실상 경제공동체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2월1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세번째 독대 때는 ‘2차 정산’이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정유라를 잘 지원해줘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잘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은 이미 정씨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등에 200억원이 넘는 지원을 한 상태였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현재 금융위원회가 검토 중인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이 승인될 수 있도록 해달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뒤 환경규제 완화 및 투자 유치 지원을 받도록 도와달라”고 구체적으로 청탁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해 살피도록 했으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금융위의 거부로 보류됐다. 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환경규제 완화와 외국 투자자를 위한 세제 지원 방안은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지난해 9월 <한겨레>의 최순실씨 보도로 관련 내용이 드러난 뒤에도 계속됐다. 최씨는 지난해 9월 삼성 박상진 사장을 독일에서 비밀리에 만나 언론을 통해 드러난 말들을 새로운 말로 교환했다.

삼성은 이날 특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삼성은 “결코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현준 김정필 서영지 이완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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