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96506.html?_fr=mt2

풍납토성에 레미콘 공장 허용…학계 “법원이 사적 파괴 조장”
등록 :2017-05-28 14:05 수정 :2017-05-28 14:42

삼표레미콘, 이전 방침 뒤집고 소송
법원 “유적 없어 복원 필요성 없어”
학계 “전문가 자문없이 판결” 반발
여론조성 등 항소심 본격 대응 나서 

풍납토성 사적 일대 전경. 왼쪽 아파트단지 윗부분(한강에 접한 부분)이 삼표산업이 이전을 거부하고 소송 중인 서쪽 성벽 추정 터다.
풍납토성 사적 일대 전경. 왼쪽 아파트단지 윗부분(한강에 접한 부분)이 삼표산업이 이전을 거부하고 소송 중인 서쪽 성벽 추정 터다.

백제 핵심 유적이자 국가사적인 풍납토성에 어떻게 레미콘 공장의 ‘알박기’를 허용할 수 있는가?

요사이 국내 고고학자들이 법원에 입을 모아 던지는 물음이다. 고고역사학계가 ‘풍납토성 알박기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논란의 주역은 서울 풍납동 303번지 풍납토성 안 서남쪽 한강변에 콘크리트 타설 레미콘 공장을 운영 중인 삼표산업(회장 정도원). 이 공장은 나라(국토교통부, 문화재청)와 서울시, 송파구의 풍납토성 복원정비 사업 지구에 포함돼 있다. 이에 맞서 삼표산업은 이곳에서 계속 영업을 하겠다며 대전지방법원에 낸 소송에서 지난 1월 승소했다.

삼표 쪽은 공장터를 수용하는 복원사업의 핵심인 토성 서쪽 성벽 복원을 문제 삼았다. 토성 서쪽 성벽이 △고지도에 나오지 않고 △현재 실체가 고증되지 않았으며 △백제시대 강바닥과 유실된 성벽을 인위적으로 복원하는 사업 내용은 과잉 복원으로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전지법은 원심에서 삼표 쪽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법원은 “사업 수용 대상터에 토성 서쪽 성벽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고, 특정한 문화재가 존재한다는 개연성이 매우 낮아 사업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복원사업은 문화재 원형 보존보다 매장문화재 발굴이나 인공문화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에 기인한 것으로 사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고역사학계는 ‘국가사적의 가치를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며 격앙된 분위기다. 2000년대 초 풍납토성을 발굴했던 권오영 서울대 교수는 “법원이 전문가인 고고학자들의 자문도 받지 않고 자의적으로 유적 존재 여부를 단정했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무엇보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개인 소유지에 있는 사적들을 국가가 사들여 보존복원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져 사적에 대한 전국적인 관리체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애초 삼표 쪽은 2003년 시작된 복원사업에 공장 이전 방침을 밝히며 터 수용에 협조했다. 그런데 지난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소송을 제기했다. 학계와 재계에서는 삼표 쪽의 이런 행보 이면에 영업이권이 얽혀 있다고 보고 있다. 사돈 관계인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코엑스 맞은편에 짓고있는 초대형 사옥에 들어갈 콘크리트를 신속하게 공급하려고 풍납동 공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표 쪽은 “현대차 사옥 공사와 풍납동 공장 소송 건은 무관하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고고역사학계는 6월1일 대전지법 항소심을 앞두고 법원의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 발표 등 본격적인 맞대응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한국고고학회와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상고사학회, 중부고고학회 등 10여개 역사고고학 학술단체는 30일 서울 태평로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사적의 위기상황을 초래한 판결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각종 간담회나 투고 등 여론화 작업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초여름 문화재동네를 달굴 것으로 보이는 ‘국가사적 알박기 논란’이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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