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9701
주저함 없는 '대통령 문재인'에 울컥
특별수행원이 밝힌 대통령 방미의 결정적 순간
[기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미 의회 상하원 간담회 뒷이야기
17.07.06 07:36 l 최종 업데이트 17.07.06 07:36 l 글: 안민석(osan21) 편집: 박순옥(betrayed)
*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링컨 룸에서 열린 미 하원 지도부 간담회에 앞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원내대표들과 간담회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3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다녀왔다. 나는 김경수 의원과 함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했는데, 내게 주어진 특별 미션은 어보를 환수하여 귀국길에 대통령 전용기로 모셔오라는 것이었다. 약탈문화재를 반환받는 일도 어렵지만 대통령 전용기로 환국한 일은 역사적으로 드문 사례이기에 임무를 성사시킨 지금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후기를 적는다.
왕도 vs. 권도, 정반대의 두 대통령 리더십
정치에는 왕도정치와 권도정치가 있다. 왕도정치는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고 권도는 실리와 타협을 중시한다. 왕도정치는 때론 실리를 도외시할 우려가 있고, 권도정치에 매달리다 보면 야합과 꼼수라는 비난을 받기 쉽다. 조선시대 개혁군주였던 정조 역시 왕도정치를 추구하였으나 때론 노론을 품기 위해 실리와 타협하는 권도정치를 펼친 것도, 정치는 왕도와 권도의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는 왕도정치인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실리를 중시하는 권도정치인이라고 구분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인격이고, 술수나 꼼수를 부리는 것을 싫어한다. 대신 원칙과 명분에 부합되면 손해 보고 후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승적 판단을 하는, 전형적으로 왕도정치를 추구하는 리더십이다.
한편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분명 권도정치인이다. 이익이 되는 것이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장사꾼처럼 미국에 경제적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이념을 초월하고 피아를 가리지 않고 실리를 추구한다. 현존하는 세계 지도자를 통틀어 트럼프를 능가하는 권도정치인이 또 있을까?
실리를 중시하는 저돌적인 사업가형인 트럼프와 명분을 중시하는 선한 인품의 문재인, 권도와 왕도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속단하기 어렵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지도자의 대조적인 리더십에 관심을 가지고 왕도가 권도를 누르는 정상회담을 기대하며 특별수행원으로서 3박 5일이라는 짧지만 역사적인 시간을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하였다.
미의회 청문회 아닌 청문회에 울컥하다
이번 방미 주요 일정은 첫째 날에 장진호 전투 기념공원 헌화, 둘째 날에 미의회 방문, 셋째 날에 정상회담 순이었다. 돌이켜 보면 미의회 방문과 정상회담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관되어 있었는데, 미의회 상하원의 만남이 먼저 있었기에 정상회담의 성과가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미의회 방문은 대단한 의미가 있었고 실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스트롬 서몬드 룸에서 열린 미 상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벤 카딘 민주당 외교위원회 간사(왼쪽) 등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현지시간으로 29일 목요일 오전 10시 미의회 하원을 방문하였다. 우리 측은 대통령을 포함하여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안보수석, 정책수석, 그리고 특별수행원인 나와 김경수 의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참석했다. 미 하원의원 측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와 국방위원장, 외교위원장을 포함하여 9명의 거물급 의원들이 참석했다.
양측이 회담장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한 시간 동안 9명 의원 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일문일답 식이었는데, 질문은 북핵 대응전략, 사드배치 문제, 한미 통상무역 등 다방면에 걸쳐 매우 공격적이고 예리했다. 이것은 간담회가 아니라 흡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미 의회 청문회 같은 느낌이었다. 사전에 짜여진 문답이 아니라 즉석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를 꺼내드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께서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이라는 투 트랙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오히려 조곤조곤 답변을 하니까, 미 의원들이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었다.
사드에 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며 촛불혁명을 만든 대한민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 절차적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설파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버려 달라고 단호히 말하니 마주보고 있는 미 하원의원들 모두 신뢰하는 눈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미통상 불균형을 우려하는 미 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미통상은 상호이익이 되고 있고 그래야만 한미동맹도 더욱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 시간 동안 긴장감이 팽배했던 청문회 같던 미 하원 간담회는 상호 흡족한 표정으로 마무리되었다. 단 한번의 실수와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답변했던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생겼고, 국익을 대하는 자세에 숙연한 마음이 우러나왔다. 다소 무례하게까지 보이는 질문에 나는 내심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미의회를 설득하고 설명하는 대통령을 보며 울컥한 장면이었음을 고백한다.
문재인 대통령, 주저함이 없었다
11시부터 한 시간 넘게 진행된 미 상원의원 11명과의 간담회 역시 청문회처럼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원의 위상이 더 높아서인지 몰라도 하원 간담회 때보다 더 긴장되었고 압박감이 느껴졌다. 상원의원들의 질문 내용은 더욱 공격적이고 어느 분들은 마치 충고하듯 북핵전략에 훈수를 두었다. 통상무역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니 문재인 대통령은 속으로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꼿꼿한 자세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존과 위엄을 잃지 않고 그들을 차분하게 설득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자존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상원 의원들의 즉흥적인 질문에 차분히 답변하며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며 만약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면 어떤 자세였을까를 순간적으로 떠올렸다. 지난 9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단 한번도 미의회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화가 필요없을 정도로 한미동맹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미의회와 대화할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미의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북핵에 대한 미국 상하원의원들의 우려와 대응기조를 알 수 있었고, 사드에 대한 미국측 인식을 확인했고, 한미 통상무역에 대한 우려의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었다. 두 시간에 걸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청문회 아닌 청문회는 끝내 성공적으로 끝났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단 한차례의 실수도 주저함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이런 저런 일로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이번 방미에서 열길 더 깊어진 지도자의 내공을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은 훌륭했고 자랑스러웠다.
코이의 법칙을 문재인의 법칙으로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6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에서 누가 이겼을까? 이렇게 이야기할 성질이 아님을 잘 알지만, 그래도 왕도정치와 권도정치 중 이긴 쪽은?
'문재인은 문재인답게, 트럼프는 트럼프식'으로 정상회담 결과를 해석하고 각국의 언론과 자국민들에게 홍보할 것이다. 서로가 잘된 회담이라고 양쪽 모두가 흡족해하니 성공한 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
정확한 평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반도의 불안을 걷어내고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회복한 것은 무엇보다 큰 성과였고, 방위비 분담과 무역불균형에 관한 미국 측의 불만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까지 능력있고 믿음직한 지도자라는 모습을 과시한 것은 부가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무시하지 못할 대한민국의 무게감을 10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관상어 중에 '코이'라는 특이한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다 기르면 5~8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기르면 15~25cm까지 자란다.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자란다. 같은 물고기라도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만하게 자라고, 강물에 놓아두면 대어가 되는 신기한 물고기다. 이것을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코이의 법칙은 주변 환경에 따라, 생각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이의 법칙으로 문재인의 법칙을 만드시라. 문재인과 대한민국의 무대를 한반도라 생각하지 마시고 세계라고 생각해서 한민족과 대한민국의 꿈의 크기를 키운다면 국민들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 꾸는 꿈은 대한민국의 꿈이 될 것이다.
나는 3박 5일의 방미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촛불 리더십은 어둠에 갇혔던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보여준 리더십이 어보 환수보다 더 값진 수확이었음을 4선의 국회의원을 하며 비주류의 길만 걸었던 한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꼭 알려 드리고 싶다.
주저함 없는 '대통령 문재인'에 울컥
특별수행원이 밝힌 대통령 방미의 결정적 순간
[기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미 의회 상하원 간담회 뒷이야기
17.07.06 07:36 l 최종 업데이트 17.07.06 07:36 l 글: 안민석(osan21) 편집: 박순옥(betrayed)
*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링컨 룸에서 열린 미 하원 지도부 간담회에 앞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원내대표들과 간담회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3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다녀왔다. 나는 김경수 의원과 함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했는데, 내게 주어진 특별 미션은 어보를 환수하여 귀국길에 대통령 전용기로 모셔오라는 것이었다. 약탈문화재를 반환받는 일도 어렵지만 대통령 전용기로 환국한 일은 역사적으로 드문 사례이기에 임무를 성사시킨 지금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후기를 적는다.
왕도 vs. 권도, 정반대의 두 대통령 리더십
정치에는 왕도정치와 권도정치가 있다. 왕도정치는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고 권도는 실리와 타협을 중시한다. 왕도정치는 때론 실리를 도외시할 우려가 있고, 권도정치에 매달리다 보면 야합과 꼼수라는 비난을 받기 쉽다. 조선시대 개혁군주였던 정조 역시 왕도정치를 추구하였으나 때론 노론을 품기 위해 실리와 타협하는 권도정치를 펼친 것도, 정치는 왕도와 권도의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는 왕도정치인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실리를 중시하는 권도정치인이라고 구분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인격이고, 술수나 꼼수를 부리는 것을 싫어한다. 대신 원칙과 명분에 부합되면 손해 보고 후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승적 판단을 하는, 전형적으로 왕도정치를 추구하는 리더십이다.
한편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분명 권도정치인이다. 이익이 되는 것이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장사꾼처럼 미국에 경제적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이념을 초월하고 피아를 가리지 않고 실리를 추구한다. 현존하는 세계 지도자를 통틀어 트럼프를 능가하는 권도정치인이 또 있을까?
실리를 중시하는 저돌적인 사업가형인 트럼프와 명분을 중시하는 선한 인품의 문재인, 권도와 왕도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속단하기 어렵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지도자의 대조적인 리더십에 관심을 가지고 왕도가 권도를 누르는 정상회담을 기대하며 특별수행원으로서 3박 5일이라는 짧지만 역사적인 시간을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하였다.
미의회 청문회 아닌 청문회에 울컥하다
이번 방미 주요 일정은 첫째 날에 장진호 전투 기념공원 헌화, 둘째 날에 미의회 방문, 셋째 날에 정상회담 순이었다. 돌이켜 보면 미의회 방문과 정상회담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관되어 있었는데, 미의회 상하원의 만남이 먼저 있었기에 정상회담의 성과가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미의회 방문은 대단한 의미가 있었고 실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스트롬 서몬드 룸에서 열린 미 상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벤 카딘 민주당 외교위원회 간사(왼쪽) 등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현지시간으로 29일 목요일 오전 10시 미의회 하원을 방문하였다. 우리 측은 대통령을 포함하여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안보수석, 정책수석, 그리고 특별수행원인 나와 김경수 의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참석했다. 미 하원의원 측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와 국방위원장, 외교위원장을 포함하여 9명의 거물급 의원들이 참석했다.
양측이 회담장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한 시간 동안 9명 의원 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일문일답 식이었는데, 질문은 북핵 대응전략, 사드배치 문제, 한미 통상무역 등 다방면에 걸쳐 매우 공격적이고 예리했다. 이것은 간담회가 아니라 흡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미 의회 청문회 같은 느낌이었다. 사전에 짜여진 문답이 아니라 즉석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를 꺼내드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께서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이라는 투 트랙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오히려 조곤조곤 답변을 하니까, 미 의원들이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었다.
사드에 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며 촛불혁명을 만든 대한민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 절차적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설파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버려 달라고 단호히 말하니 마주보고 있는 미 하원의원들 모두 신뢰하는 눈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미통상 불균형을 우려하는 미 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미통상은 상호이익이 되고 있고 그래야만 한미동맹도 더욱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 시간 동안 긴장감이 팽배했던 청문회 같던 미 하원 간담회는 상호 흡족한 표정으로 마무리되었다. 단 한번의 실수와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답변했던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생겼고, 국익을 대하는 자세에 숙연한 마음이 우러나왔다. 다소 무례하게까지 보이는 질문에 나는 내심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미의회를 설득하고 설명하는 대통령을 보며 울컥한 장면이었음을 고백한다.
문재인 대통령, 주저함이 없었다
11시부터 한 시간 넘게 진행된 미 상원의원 11명과의 간담회 역시 청문회처럼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원의 위상이 더 높아서인지 몰라도 하원 간담회 때보다 더 긴장되었고 압박감이 느껴졌다. 상원의원들의 질문 내용은 더욱 공격적이고 어느 분들은 마치 충고하듯 북핵전략에 훈수를 두었다. 통상무역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니 문재인 대통령은 속으로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꼿꼿한 자세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존과 위엄을 잃지 않고 그들을 차분하게 설득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자존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상원 의원들의 즉흥적인 질문에 차분히 답변하며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며 만약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면 어떤 자세였을까를 순간적으로 떠올렸다. 지난 9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단 한번도 미의회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화가 필요없을 정도로 한미동맹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미의회와 대화할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미의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북핵에 대한 미국 상하원의원들의 우려와 대응기조를 알 수 있었고, 사드에 대한 미국측 인식을 확인했고, 한미 통상무역에 대한 우려의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었다. 두 시간에 걸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청문회 아닌 청문회는 끝내 성공적으로 끝났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단 한차례의 실수도 주저함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이런 저런 일로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이번 방미에서 열길 더 깊어진 지도자의 내공을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은 훌륭했고 자랑스러웠다.
코이의 법칙을 문재인의 법칙으로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6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에서 누가 이겼을까? 이렇게 이야기할 성질이 아님을 잘 알지만, 그래도 왕도정치와 권도정치 중 이긴 쪽은?
'문재인은 문재인답게, 트럼프는 트럼프식'으로 정상회담 결과를 해석하고 각국의 언론과 자국민들에게 홍보할 것이다. 서로가 잘된 회담이라고 양쪽 모두가 흡족해하니 성공한 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
정확한 평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반도의 불안을 걷어내고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회복한 것은 무엇보다 큰 성과였고, 방위비 분담과 무역불균형에 관한 미국 측의 불만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까지 능력있고 믿음직한 지도자라는 모습을 과시한 것은 부가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무시하지 못할 대한민국의 무게감을 10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관상어 중에 '코이'라는 특이한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다 기르면 5~8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기르면 15~25cm까지 자란다.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자란다. 같은 물고기라도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만하게 자라고, 강물에 놓아두면 대어가 되는 신기한 물고기다. 이것을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코이의 법칙은 주변 환경에 따라, 생각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이의 법칙으로 문재인의 법칙을 만드시라. 문재인과 대한민국의 무대를 한반도라 생각하지 마시고 세계라고 생각해서 한민족과 대한민국의 꿈의 크기를 키운다면 국민들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 꾸는 꿈은 대한민국의 꿈이 될 것이다.
나는 3박 5일의 방미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촛불 리더십은 어둠에 갇혔던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보여준 리더십이 어보 환수보다 더 값진 수확이었음을 4선의 국회의원을 하며 비주류의 길만 걸었던 한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꼭 알려 드리고 싶다.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y뉴스] 논두렁 시계조작, 왜 국정원 적폐로 꼽히나? - 노컷 (0) | 2017.07.06 |
---|---|
통영 동백나무, 고향 그리워하던 베를린 윤이상 묘에 심기다 - 한겨레 (0) | 2017.07.06 |
'최순실 추적자' 안민석 "崔 재산 몰수 못하면 부활할 것" - 뉴스1 (0) | 2017.07.05 |
노회찬, 국민의당에 일침 "식당 주인이 대장균에 속았다 말하는 꼴" - 노컷 (0) | 2017.07.05 |
"기억없다"던 박지원, 이준서와 36초간 통화 - 노컷 (0) | 2017.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