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032156015

이재용 “박근혜 눈빛 레이저 같아…여자한테서 싫은 소리 처음”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17.08.03 21:56:01 수정 : 2017.08.03 22:05:44 

ㆍ이틀째 신문 마쳐…“난 강요의 피해자일 뿐” 강조
ㆍ독대 상황 등 다른 참고인·피고인과 진술 엇갈려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직 임원들의 뇌물 혐의 공판 방청객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직 임원들의 뇌물 혐의 공판 방청객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비선실세 최순실씨(61)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49)의 피고인 신문이 이틀 만인 3일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은 둘째날 신문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사실상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며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증인과 피고인 신문까지 모두 마쳤다. 4일에는 부정청탁 여부 등 사건 쟁점에 대한 박영수 특검팀과 삼성 측 변호인의 의견을 듣는다. 오는 7일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 진술을 듣고 재판을 마무리한다. 선고는 8월 중순에 있을 예정이다. 

이틀 간 신문에서 이 부회장은 자신은 뇌물공여자가 아닌 박 전 대통령의 강요 피해자이며, 설령 삼성이 뇌물을 줬다고 해도 그것은 다른 간부들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간 나오지 않았던 진술을 새롭게 내놨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가 청탁 가능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재벌가 후계자로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 쉽게 위축됐다고도 말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강요를 느꼈다는 것을 입증해 강요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확정하려는 시도다. 이 부회장은 신문에서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같았다”거나 “대통령이 (종편 채널) JTBC가 이적단체라며 삼성이 줄대는 것이냐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자분한테 그렇게 싫은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며 “아버님(이건희 회장)에게 야단 맞은 것 빼고는 (야단 맞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론상 강요와 뇌물은 서로 배척하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은 기본적으로 청와대의 강요에 의해 승마지원 등 금품을 빼앗긴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강요를 계기로 직무와 관련한 금품을 주었다면 뇌물죄가 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즉 자신은 청와대에 바라는 것이 없으므로 뇌물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두 회사 합병과 경영권 승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합병은 두 회사가 사업적 필요에 의해서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고 관련 재판에서 확인된 상태다. 두 회사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게 한 혐의가 유죄로 선고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난 6월 판결에서다. 판결문에는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 진술이 다른 참고인이나 피고인들과 엇갈리는 점도 문제다.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2월15일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는지다. 이 부회장은 감사 인사를 받은 적 없다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재단 출연 기업들에 감사 인사를 드리는 자리였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또 같은 날 독대한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수첩에 기재된 ‘금융지주회사, 글로벌 금융, 은산분리’ 등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독대 때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했지만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이후 불러준 내용을 기재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면담 장소에는 제가 있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수석 수첩은 증거로 채택된 상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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