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916050205388

[김기자의 현장+] '독립운동가 묘역'서.. '화투·술판·몸싸움·흡연' 추태 지긋지긋
김경호 입력 2017.09.16. 05:02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운동가 묘역' 참배
‘독립운동가 묘역’ 효창공원서 추모 대신 술판·고성·싸움
배달음식에 돗자리 깔고 화투까지
아이들이 삼의사 묘에서 뛰어다녀…부모는 구경만
나무 틈 사이로 버려져 있는 깨진 소주병
곳곳 벤치에는 담배꽁초와 가래침
도토리를 줍지 말라는 현수막이 있지만 소용없어
잔디밭엔 비닐봉지·일회용 컵이 바람에 날려
무단투기극성 새벽이면 생활 쓰레기로 ‘수북’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해결”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삼의사(三義士)의 묘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건국절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효창공원을 찾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비를 맞으며 백범 김구 묘역을 참배한 뒤,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쓰레기통 보세요. 공원에서 버린 것이 아닙니다. 일부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버리고 갑니다. 밤만 되면 누가 그렇게 버리는지…. 독립운동가 묘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배달 음식에 화투·술판·고성·흡연까지…. 문제는 제대로 된 독립운동가 묘역이라는 표지판도 없습니다. 공원 출입구마다 알아볼 수 있는 표지판도 없어요. 효창공원이나 효창운동장은 알아도 독립운동가 묘역은 알지 못합니다. 현실이죠. 심각하다고 봐야죠”

◆ 문재인 대통령이 72주년 광복절 맞아 ‘독립운동가 묘역’ 참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오전 광복절 제72주년을 맞아 광복절 기념식을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으로 가기 전 효창공원을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김구 묘역과 삼의사 묘역에 참배한 것은 1998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광복절에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한 현직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문 대통령은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 이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묘와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조성된 삼의사 묘역 그리고 이동녕·차리석·조성환 선생 등의 묘가 있는 임시정부 요인 묘역을 차례대로 참배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화환을 들고 3보 앞으로 이동해 묘역 앞에 내려놓은 뒤 허리를 굽혀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선열들이 이룬 광복,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 관심사다. 문 대통령이 참배하기 전에는 효창공원이나 효창운동장은 알아도 독립운동가 묘역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72주년 광복절 맞아 문 대통령이 ‘효창공원’ 독립운동가 묘역을 찾아 참배하는 모습은 국민의 머릿속 깊이 새기며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삼의사(三義士)의 묘역. 부모와 함께 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삼의사 묘역에서 불과 20m쯤에서 한발로 계단을 뛰어오르기·술래잡기 등 이리저리 뛰어놀고 있다.

◆ 아이들이 삼의사 묘에서 뛰어다녀…부모는 구경만 

일요일인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독립운동가 묘역. 효창공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널은 벤치와 탁자가 곳곳에 놓여 있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효창공원은 인근 주민들과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벤치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만 올려 보면 삼의사 묘역 바로 보인다.

부모와 함께 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삼의사 묘역에서 불과 20m쯤에서 한발로 계단을 뛰어오르기·술래잡기 등 이리저리 뛰어놀고 있지만 제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벤치에서 이 장면을 바라본 한 시민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주 보는 장면이다. 뭐 더 심한 모습도 보는데….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어떻게 저러는지 쯧쯧쯧. 요즘은 지적하면 싸움이 일어날까 봐 뭐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보고만 있는데…. 좀 심하지 않으냐”며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효창공원 곳곳에는 '도토리, 밤 채취금지!!!'라는 현수막이 있지만 소용이 없다. 산책을 나온 일부 주민들이 도토리를 줍고 있다.

효창공원 독립운동가 묘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원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술을 마시거나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웃고 떠드는 행락객들 때문에 경건한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딱히 재제 할 방법이 없다. 효창공원은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가 직접 관리해 오고 있다. 24시간 개방된 공원 이다 보니 곳곳에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

효창공원에 안장된 독립운동가의 생전 업적과 정신을 기려 국립공원으로 격상시켜 국가가 관리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묘지화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인근 주민들은 불편이 감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자체 역시 재산권 침해를 근거로 국립묘지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당시 19대 국회의원이던 김광진 의원은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추가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인근 주민들과 지자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공원을 찾은 일부 주민들이 버린 각종 막거리병과 음식물이 나뒹굴고 버려져 있다.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며 떠들어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 ‘독립운동가 묘역’ 효창공원서 추모 대신 술판·고성·싸움·애정행각 

공원에서 음주는 제지하거나 단속할 마땅한 법규가 없어 공원 관리자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술을 마신 후 주변의 시선을 피해 풀숲이나 바위 뒤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곳곳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야영 및 취사행위·음주 가무 행위 금지·혐오감을 주는 행위·노점 행위’ 등 공원 내 금지 행위 안내문이 있지만, 남은 음식물 버리기·고성방가·취사행위·흡연행위·시비 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효창공원 입구에 벤치에는 여러 명이 모여 술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밤만 되면 술 냄새를 풍기며 벤치에 누워 잠들기까지 했다. 효창공원 곳곳에는 안내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소변을 보는가 하면 나무 주변에서는 깨진 소주병도 쉽게 볼 수 있다. 인근 주민들은 고성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술에 취해 소리를 치르거나 구호를 외치며 불쾌하게 하고 있다.


효창공원 나무 틈사이로 깨진 소주병이 나뒹굴고 버려져 있다.

한 시민은 "벤치에 누워 있는 취객들만 봐도 불안하죠. 겨울에는 특히 더…. 술 냄새는 그럭저럭 참을 수 있지만,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소한 시비라도 나면 거친 욕설과 몸싸움으로 이어져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공원에는 나이가 드신 분들이 반말은 물론 손가락질까지 서슴지 않아 말도 못 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독립운동가 묘역 관리 차원에서 야간에도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곳곳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애정 행각을 벌이는 연인들도 있었다. 삼의사 묘 옆 공터에는 배달 음식을 시켜 놓고 벤치에서 스킨십을 하는 커플도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들이 모여 큰 소리로 크고 작은 소란을 피우지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효창공원 입구 한 쓰레기통에는 일부 주민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와 각종 생활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오물들이 경사면을 따라 흘려내려 악취까지 진동했다.
 
◆ 자전거는 방치·무단투기 극성, 새벽이면 생활 쓰레기로 ‘수북’ 

생활 쓰레기 무단투기도 심각한 문제다.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버린 음식물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오물들이 경사면을 따라 흘려내려 악취까지 진동했다. 검은 봉지나 일반 봉투에 그대로 싸서 버리는 바람에 비둘기나 길고양가 냄새를 맡고 내용물이 이리저리 흩트려 검은 때로 얼룩져 공원 미관을 더욱 해치고 있다.


삼의사 묘역 인근 쓰레기통에는 유아용 자전거가 녹슨 채 무단으로 버려져 있다.

삼의사 묘 옆 쓰레기통에는 유아용 자전거가 녹슨 채 무단으로 버려져 있다. 나무에는 자물쇠로 매달아 놓고 그래도 버려져 있다.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가 쌓여 있고, 펑크 난 바퀴에 페달이 빠진 자전거까지 마치 고물상을 연상케 한다. 몰래 자전거를 버리는 얌체 행동 탓에 공원 속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임정요인의 묘역 출입구 인근 나무에는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경우 최고 5만원의 과태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 시민이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임정요인 묘역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이 ‘독립운동가 묘역’ 활보 

효창공원을 걷다 보면 심심찮게 목격되는 부분이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이 활보하고 있다는 것.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은 일도 비일비재하다. 효창공원에는 ‘공원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올 때 목줄을 착용시키고 배설물을 수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소용이 없는 실정이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현수막 옆에 보란 듯이 배설물이 놓여 있기도 했다. 공원을 찾은 한 시민은 “일부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을 구경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고 그냥 두고 가는 것을 자주 본다”고 했다. 공원을 돌아보면 배설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효창공원에 세워진 원효대사 앞. 목줄이 풀린 채 반려견이 뛰어 놀고 있다. 음수대 위에 반려견을 올려놓고 발을 씻는가 하면, 수도꼭지를 물고 핥는 모습도 볼수 있다.

오후 5시가 되면 효창공원 관계자는 묘역을 관리·보호하기 위해 올라가는 철문을 닫고 퇴근을 한다. 평일 밤과 주말에는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이 철문 틈으로 묘역에 들어간다는 것. 24시간 개방된 공원이다 보니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효창공원 곳곳에는 비둘기 모이 주기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있지만 소용이 없다. 산책을 나온 일부 주민들이 비둘기 모이를 주고 있다.

용산구 한 관계자 “시민의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술을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밤만 되면 고성방가하거나 누워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쫓아 낼 수 없다”며 “처벌 규정은 있지만, 그렇다고 처벌할 수 없는 일이다. 주의를 줘도 그때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효창공원에는 독립운동가를 모신 곳이다. 나라를 잃은 뼈아픈 과거를 잊지 않도록 살아 있는 역사 제공하는 장이 돼야한다"며 "일부 몰상식한 시민 때문에 취지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고 밝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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