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cafe.daum.net/alhc/51q2/6696
예비 답사기 3 - 최진보산성
김용만 2017년 8월 8일 오후 9:27
이번 답사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어 일정에 추가한 곳이 최진보산성입니다. 철령시에서 동남쪽 무순 방향으로 약 20㎞, 무순 고이산성에서 북쪽으로 32㎞ 정도 떨어진 최진보향 서최촌(지금은 이천호진)에 위치해 있습니다. 산성 남쪽에는 요하의 지류인 범하(汎河)가 흐릅니다. 최진보산성에서 서쪽으로 청룡산성(둘레 4㎞, 동성과 서성 2중성 구조, 평지성에 가까움)과 짝을 지어 범하 주변의 넓은 평야지대를 방어하고 있습니다. 산성, 평지성 구조라고 보아도 좋을 만큼, 두 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고구려 천리장성이 북쪽 서풍 성자산성부터 최진보산성, 청룡산성을 거쳐 남쪽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천리장성 구간의 속한 최진보산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형식, 윤명철 외 공저인 『고구려산성과 해양방어체제연구』는 남북한과 중국에 있는 대부분의 고구려 산성을 망라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진보산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최진보산성 위치도 위성사진
최진보산성의 전체 길이는 5,032m(7㎞로 보는 견해도 있음)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성이고, 청룡산성과 짝을 이루었다면 고구려 시대에는 지방장관인 욕살이 머물만한 대단한 성임에는 분명할 텐데, 아직까지 어떤 성(남소성 설이 있지만 미정)으로 불렸는지에 대해서는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아직까지 학계의 주목을 덜 받은 최진보산성은 저 역시 이번에 처음 방문합니다. 최진보산성이 고구려 요동방어체제 내지는 고구려의 서부지역 공수방어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심양과 장춘 사이에 위치한 철령, 개원, 사평, 공주령시 일대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고구려 연구에서 블루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진보산성 위성사진
최진보산성은 계곡을 둘러싼 포곡식 산성으로, 남쪽인 정문이 주 출입구입니다. 그런데 남쪽 역시 강 주변에 높게 자연지세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성 방어에 유일한 취약지역인 남문을 방어하기 위해 높이 12m, 길이 40m의 토루를 계곡을 가로질러 구축했는데, 이를 현지에서는 입구에 설치된 커다란 대문 같다는 의미로 관문산(關門山)이라고 부릅니다. 남문은 안팎으로 옹성 형태를 한 특이한 구조로 너비 5m 길이 20m 크기이며, 옹성에서 서남쪽으로 37m 지점에 작은 암문이 있었습니다. 범하가 자연 해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 최진보산성은 방어적 측면에서 대단히 우수한 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성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골짜기가 나타나며, 중간에 수레가 다닐 만한 길이 북쪽으로 나 있습니다. 또한 큰 저수지가 있고, 물이 빠지는 배수구가 있습니다. 저수지 길이는 약 60m로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성안에는 청나라 때 지어진 관음각이 있고, 관음각 뒤편에 작은 도교사원도 있습니다. 과거 고구려 산성이었던 곳에 대개 이런 종교시설이 들어와 있는 곳이 많습니다. (와방점시 득리사산성, 유수현 나통산성, 장하현 성산산성, 대련시 흑구산성 등) 관음각터에 서면 성 안의 평지는 물론 남문과 범하를 넘어 넓은 평원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성안 경사면에는 고려갱이라고 부르는 네모꼴과 노구솥 밑바닥모양의 흙구덩이가 많습니다. 현지에서는 고려갱(高麗坑)이라고 부르는데, 직경 5~10m, 깊이 1m 정도 크기로 병사들의 거주지인 반지하식 건물터로 봅니다. 고구려시대 우물도 여러개가 남아있고, 곳곳에서 화살촉, 붉은 기와조각과 질그릇, 와당 파편 등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최진보산성 평면도
성벽은 토석혼축으로, 현재 높이 10m, 밑단 너비 15m 이상 성벽이 남아있는 곳도 있습니다. 성벽 안쪽에는 성안의 병사들이 다닐 수 있는 마도가 있는데, 너비 5~8m나 됩니다. 산성의 최고봉은 344.7m 입니다. 성에는 남문과 북문이 있고, 성벽을 따라 각대가 있습니다. 북문의 경우도 문 양측에 높이 18m의 높은 성벽이 있고, 북문 바깥 8.5m 떨어진 위치에 삼각형 흙 둔덕이 솟아 있어, 북문으로 향하는 통로를 2개로 갈래 놓았습니다. 이 또한 방어력을 높이기 위한 설계라고 하겠습니다. 또 북문 옆에 치를 쌓아 방어력을 높였습니다. 현재 성에는 각대가 모두 8개가 있습니다.
범하를 건너 산성 남서쪽에는 두도장(頭道墻), 이도장(二道墻), 고장자(高墻子)라고 불리는 약 2㎞에 달하는 3개의 토루가 각각 300~400m 간격으로 축조되어 있습니다. 토루가 산성 방어용 건축물인지 혹은 평지성인지, 후대 축조물인지는 아직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이런 시설물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것입니다.
최진보산성은 고구려 내지에서 송요대평원 진출하는 요충지에 위치한 성이며, 철령시를 통해 고구려 내지로 진출하려는 적을 막는 중요한 성입니다.
이 지역은 한때 고구려와 부여, 모용선비 등이 충돌했던 곳이고, 고구려가 요서북부와 몽골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너무나도 중요한 지역입니다.
이번 답사에서는 최진보산성에 4시 30분경에 도착한다고 했을 때, 일몰시간인 5시 30분 ~ 상용박명시간인 5시 57분 까지 대략 1시간 남짓한 시간에 답사를 해야 하기 때문 성의 주요 부분만 답사를 하고자 합니다. 남문 일대와, 저수지를 보고, 남서쪽 성벽에 잠시 올라가서 성을 조망하고, 두도장 등 토루를 보는 것으로 빨리 답사를 하고자 합니다. 조금 빠르게 움직이면 고려갱이라 불리는 반지하식 건물터 등도 살펴보겠습니다.
최진보산성을 간략하게 보는 대신, 입지조건과 축성법이 비슷한 서풍 성자산성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답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5월 27일에 올린 최진보산성 글에서는 위성에서 본 지도에서 최진보산성의 위치를 잘못 표시했었습니다. 이번에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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