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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의 ‘롤 모델’은 나치 괴벨스였다
[비평] 나치 언론통제 방식 답습하며 블랙리스트 퇴출·라디오연설·영화계 장악 시도 판박이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7년 09월 17일 일요일

나치 선전 장관이자 독일 제국문화원 원장이었던 요제프 괴벨스는 “건전한 민족의 감성”에 의해 위대한 독일이 깨어날 수 있다며 유대인 예술가들을 쫓아냈다. 괴벨스는 “오직 독일예술과 문화의 좋은 후원자이고자 할 뿐”이라며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려 했지만, 제국문화원 입회는 곧 ‘화이트리스트’를 의미했고 퇴출은 ‘블랙리스트’를 의미했다.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지휘자 오토 클렘페러가 인종적 이유로 해고됐고, 쫓겨나지 않은 사람은 제국문화원에 강제 입회해야 했다. 나치가 유대인을 제어하면서부터 독일이 번영하고 있다고 확신했던 괴벨스는 제국문화원에 그 어떤 유대인 회원도 소속될 수 없게끔 조치했다. 유대인의 피가 25%만 섞여있어도 제명이었다. 훗날 ‘유대인’은 대한민국에서 ‘친노’·‘종북’으로 그 명칭이 바뀐다.  

괴벨스는 1935년 10월부터 영화의 상영금지조치 권한을 갖게 됐다. 그의 손을 통과한 뒤에야 영화신용은행이 지원금을 결정할 수 있었다. 괴벨스는 촬영현장을 방문해 검열하고 평점도 내렸다. 평점이 좋을수록 세금 감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면세 대상 특별 상여금을 영화 예술가들에게 지급하고, 국가배우와 같은 칭호를 부여해 유명 연예인들이 나치에 순종하고 부역하게끔 했다.  

나치는 1937년 독일 전역에 12만개 좌석을 갖추고 120개 이상의 영화관을 소유하고 있던 우니베르줌 필름 주식회사를 구입했다. 괴벨스는 재무장관으로부터 재원을 확보해 영화산업을 사실상 국유화한 뒤 조직적으로 유대인 배우의 출연을 금지시켰다. 영화 <변호인>의 주연을 맡은 뒤 한 때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배우 송강호씨가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

괴벨스와 나치 선전부는 영화배우들을 관리했다. 괴벨스는 특히 높게 평가하는 배우들의 명단을 작성했는데, 일종의 ‘화이트리스트’였다. 대부분 히틀러가 좋아하는 배우들이었다. 괴벨스는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자신이 직접 배역과 기획을 결정했다. 괴벨스는 영화 <애국자들> 제작을 감독했고 시나리오도 개작했는데, 이 영화는 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여자와 독일 병사가 애정과 애국적 의무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다 결국 독일 병사가 후자를 택한다는 내용이었다.

괴벨스는 라디오를 ‘본질상 권위주의적’이라 보았고, 대중 선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로 간주했다. 라디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선전도구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총력전’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데 유용했다. 70년이 흘러 이명박정부는 2008년 공영방송 라디오 주례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를 방송사 PD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야당의 반론권은 보장되지 않았다.

라디오와 제국방송에선 나치 간부들의 연설이 최우선으로 방송됐다. 선전용 뉴스영화 ‘주간뉴스’도 등장했다. 괴벨스는 오직 “수용소로 가는 것을 겁내지 않는” 자들에게만 비판이 허용된다고 협박했다. 말을 듣지 않던 다수의 라디오 방송국 관계자들은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KBS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을 비판하던 PD들을 지역으로 강제 발령 낸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괴벨스는 방송국 내부에 “최후의 마르크스주의 잔당”을 제거하는 정화작전을 지시했다. 1933년, 괴벨스의 지시 이후 방송사 고위간부 98명과 중간 간부 38명이 실직했다. 간부들이 떠난 빈자리는 괴벨스 입맛에 맞는 나치 부역자들의 몫이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해고되고 보복발령을 받으며 모멸적 인사관리를 당했던 MBC 구성원들은 지난 9년을 ‘아우슈비츠 수용생활’로 표현하고 있다.

▲ 라디오 주례 연설 중인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 라디오 주례 연설 중인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이명박·박근혜 여론 통제는 괴벨스의 나치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영화와 방송을 통제했던 과정은 나치 괴벨스의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박근혜정부 국가정보원 정보보안국 ‘엔터테인먼트’ 파트에선 진보성향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을 사찰하고 소위 ‘국뽕 영화’ 제작을 기획했다. 국정원은 영화감독들을 만나며 ‘애국영화를 만들면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 국정원 직원은 영화 <에어포스 원>을 언급하며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면 30억 정도 대줄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영화 제작자는 2009년 정보기관 요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사무실로 찾아와 명령조로 연평해전에 대한 영화를 국가에서 만드니 함께 일하고 있는 영화감독을 조건 없이 내놓으라고 압박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영화 <연평해전>은 2015년 실제로 등장했는데, 당시 CJ는 비정상적으로 상영관을 많이 잡았고, 조선일보는 대다수 문화부 기자들이 “이상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홍보에 열을 올렸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수첩 2014년 12월28일자를 보면 “<국제시장> 제작 과정 투자자 구득난, 문제 있어, 장악, 관장 기관이 있어야”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2015년 1월2일자 업무수첩에는 “영화계 좌파 성향 인물 네트워크 파악 필요”라는 대목이 있다. 청와대-국정원의 영화계 장악 및 관리는 비단 80년 전 나치와 괴벨스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 한겨레 9월12일자 기사.
▲ 한겨레 9월12일자 기사.

지난 11일 공개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TF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국정원장 취임 이후 △문화계(6명) △배우(8명) △영화감독(52명) △방송인(8명) △가수(8명) 등 5개 분야에 걸쳐 82명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린 뒤 ‘맞춤형’으로 압박하며 스크린에서 퇴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드러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어찌 보면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의 ‘업데이트’ 버전이었던 셈이다.

2010년 10월 작성된 ‘문화 예술 단체 내 좌파 인사 현황, 제어관리방안 보고’에는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한 연예인을 A급(15명)으로 분류하고 단순 동조자는 B급(18명)으로 나눠 A급은 실질적 제재 조치, B급은 계도조치라는 대목이 등장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 퇴출을 위한 국정원 공작은 대통령 일일보고 형태로 청와대에 올라갔다.

이명박 정부 참모들은 국정원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언론 통제를 위한 불법적인 지시를 내렸다. 2009년 9월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은 ‘좌파성향 감독들의 이념 편향적 영화제작 실태 종합 및 좌편향 방송 PD 주요 제작활동 실태 파악’ 지시를 내렸고, 2010년 5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여부 조사’ 지시를 내렸다.  

2010년 8월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은 ‘좌파 성향 연예인의 활동 실태 및 고려사항’ 파악을 지시했다. 2011년 6월에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좌편향 성향 언론인·학자·연예인이 진행하는 TV 및 라디오 고정 프로그램 실태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 뒤인 7월 MBC에선 일명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이 생겨났다. (관련기사=MBC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은 국정원 작품?)  

국정원 개혁위원회 적폐청산TF의 ‘MB정부 시기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국정원에선 좌파연예인 대응TF도 존재했다. 2009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활동 보고 자료에는 퇴출활동 20여건이 등장했다. ‘2011년 4월:특정 프로그램 진행자 퇴출 유도’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김미화씨로 추정된다. 그는 같은 달 하차했다.  

2010년에는 김재철 사장 취임 시기 국정원이 ‘MBC 정상화 방안’을 만들었다. 연합뉴스는 17일 “국정원이 문화예술인 외에 방송사 주요 간부와 PD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도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MBC <PD수첩> 팀장 출신의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수년 간의 MBC 탄압이 국정원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JTBC는 지난 12일 리포트에서 “청와대가 국정원에 지시를 내리면 국정원은 전략을 짜고, 이에 맞춰 국세청과 같은 유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동원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잇는 국정원의 언론장악 계획은 대부분 실제로 이뤄졌다.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이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헌법에 대한 유린이다. 관련자들은 구속 수사를 비롯해 비참한 최후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괴벨스의 최후도 비참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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