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14240.html?_fr=mt2
박근혜 정부 ‘분담금 밀약’ 지방선거 의식해 감췄다
등록 :2017-10-12 17:16 수정 :2017-10-12 22:09
2014년 9차 협정 때 청 NSC에서 이면합의 결정
한국 도감청 가능한 미군 시설에 현금지원 부담
미군쪽에 “비밀 유지” 당부…국회에도 보고 안해
김경협 의원 “있을 수 없는 일 벌어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초 미국과 맺은 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에서 현금 지원 증액을 이면합의해 주고도 그해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비밀에 부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상이 된 미군 쪽 특수정보시설(SCIF)의 민감성과 이전 8차 협정에서 ‘후퇴’한 내용이 맞물려 비판 여론이 일까봐 내린 정치적 결정이었다. ▶관련기사=[단독] 박근혜 정부, 미군에 현금 더 주기로 ‘분담금 밀약’ 맺었다
당시 협상에서 미국은 ‘특정군사건설사업’의 경우 군사건설비중 현금 지원 비중을 늘려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미국이 말한 특정군사건설사업은 설계·자재·시공·감리까지 건설 전 과정을 미국 업체가 맡는 첨단 보안시설인 특수정보시설(SCIF)을 가리킨다. 한국 쪽은 협상 초기에는 미국의 전례 없는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미국 쪽이 갈수록 압박 강도를 높이고 요구를 담은 구체적 협정 문안까지 내놓자, ‘수용’(외교부)과 ‘거부’(국방부)로 의견이 갈려 대립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협상단이 미국 쪽 요구에 끝내 굴복한 결정적 계기는 협상의 마지막 회의(10차) 첫날인 2014년 1월10일 저녁 청와대에서 긴급히 열린 안전보장회의(NSC)에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의에서 정부의 최고위 협상 책임자들은 미국 쪽 요구를 ‘이면합의’를 통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한국 협상단은 방위비분담 본협정문과 2개의 교환각서(제도개선, 건설이행)에 더해, 군사건설 부문의 현금지원 확대를 보장한 이면합의서까지 모두 4개의 문서에 가서명하면서 협상을 타결지었다. 하지만 정부는 나중에 국회에 협정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본협정문과 2개의 교환각서 등 3개 문서만 제출하고 이면합의서의 존재와 내용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감췄다.
12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있어선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4년 2월 국회 외통위의 협정 비준 심의 때 심재권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황준국 수석 협상대표(현 주영대사)가 ‘국회에 제출된 3종의 문서 외에 별도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명백한 위증이다”고 따졌다.
김 의원은 이어 “(한국 쪽이 주한미군에 현금 지원 증액을 약속한) 특수정보시설(SCIF)은 한국 대통령과 정부 핵심인사들에 대한 도·감청과 대북 감청이 가능하고, 이곳에서 수집된 정보는 미국 본토의 국가정보국(NSA)로 직보되며, 그런 정보들은 한국이 공유하거나 접근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당시 협상 과정에서 우리 협상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수정보시설 건설비의 현금 지원을 본협정이 아닌 이면합의에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협 의원 쪽이 2013~14년 당시 협상 과정과 내용에 밝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증언을 종합하면, 애초 국방부는 “미국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면 아예 본협정에 명시하자”고 주장한 반면, 외교부는 “그러면 큰일난다. 국회 비준이 어려워지는데다 6월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본협정이 아닌 이행약정에 넣자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견 대립은 결국 외교부가 주도한 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 요구를 이면합의로 작성해 이행약정에 명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나아가 한국 협상팀은 이런 사실이 절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며 미국 쪽에도 ‘철저한 보안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약정은 구속력이 있음에도 국회의 비준이나 사전 심사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날 국감에 나온 강경화 외교장관은 “(당시) 정부에서 협상의 내용을 국회와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노력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며 “지적받은 것들을 충분히 교훈 삼아 차기(10차) 방위비 분담 협상팀을 구성하고 협상에 참고하겠다, 또 국회에도 수시로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박근혜 정부 ‘분담금 밀약’ 지방선거 의식해 감췄다
등록 :2017-10-12 17:16 수정 :2017-10-12 22:09
2014년 9차 협정 때 청 NSC에서 이면합의 결정
한국 도감청 가능한 미군 시설에 현금지원 부담
미군쪽에 “비밀 유지” 당부…국회에도 보고 안해
김경협 의원 “있을 수 없는 일 벌어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초 미국과 맺은 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에서 현금 지원 증액을 이면합의해 주고도 그해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비밀에 부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상이 된 미군 쪽 특수정보시설(SCIF)의 민감성과 이전 8차 협정에서 ‘후퇴’한 내용이 맞물려 비판 여론이 일까봐 내린 정치적 결정이었다. ▶관련기사=[단독] 박근혜 정부, 미군에 현금 더 주기로 ‘분담금 밀약’ 맺었다
당시 협상에서 미국은 ‘특정군사건설사업’의 경우 군사건설비중 현금 지원 비중을 늘려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미국이 말한 특정군사건설사업은 설계·자재·시공·감리까지 건설 전 과정을 미국 업체가 맡는 첨단 보안시설인 특수정보시설(SCIF)을 가리킨다. 한국 쪽은 협상 초기에는 미국의 전례 없는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미국 쪽이 갈수록 압박 강도를 높이고 요구를 담은 구체적 협정 문안까지 내놓자, ‘수용’(외교부)과 ‘거부’(국방부)로 의견이 갈려 대립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협상단이 미국 쪽 요구에 끝내 굴복한 결정적 계기는 협상의 마지막 회의(10차) 첫날인 2014년 1월10일 저녁 청와대에서 긴급히 열린 안전보장회의(NSC)에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의에서 정부의 최고위 협상 책임자들은 미국 쪽 요구를 ‘이면합의’를 통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한국 협상단은 방위비분담 본협정문과 2개의 교환각서(제도개선, 건설이행)에 더해, 군사건설 부문의 현금지원 확대를 보장한 이면합의서까지 모두 4개의 문서에 가서명하면서 협상을 타결지었다. 하지만 정부는 나중에 국회에 협정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본협정문과 2개의 교환각서 등 3개 문서만 제출하고 이면합의서의 존재와 내용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감췄다.
12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있어선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4년 2월 국회 외통위의 협정 비준 심의 때 심재권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황준국 수석 협상대표(현 주영대사)가 ‘국회에 제출된 3종의 문서 외에 별도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명백한 위증이다”고 따졌다.
김 의원은 이어 “(한국 쪽이 주한미군에 현금 지원 증액을 약속한) 특수정보시설(SCIF)은 한국 대통령과 정부 핵심인사들에 대한 도·감청과 대북 감청이 가능하고, 이곳에서 수집된 정보는 미국 본토의 국가정보국(NSA)로 직보되며, 그런 정보들은 한국이 공유하거나 접근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당시 협상 과정에서 우리 협상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수정보시설 건설비의 현금 지원을 본협정이 아닌 이면합의에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협 의원 쪽이 2013~14년 당시 협상 과정과 내용에 밝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증언을 종합하면, 애초 국방부는 “미국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면 아예 본협정에 명시하자”고 주장한 반면, 외교부는 “그러면 큰일난다. 국회 비준이 어려워지는데다 6월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본협정이 아닌 이행약정에 넣자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견 대립은 결국 외교부가 주도한 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 요구를 이면합의로 작성해 이행약정에 명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나아가 한국 협상팀은 이런 사실이 절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며 미국 쪽에도 ‘철저한 보안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약정은 구속력이 있음에도 국회의 비준이나 사전 심사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날 국감에 나온 강경화 외교장관은 “(당시) 정부에서 협상의 내용을 국회와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노력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며 “지적받은 것들을 충분히 교훈 삼아 차기(10차) 방위비 분담 협상팀을 구성하고 협상에 참고하겠다, 또 국회에도 수시로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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