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11717
죽어가는 금강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빛났다
환경운동연합 금강 현장답사... "홍수기가 지나고 훨씬 멋진 금강 될 것"
18.03.07 22:06 l 최종 업데이트 18.03.07 22:06 l 글·사진: 김종술(e-2580) 편집: 김지현(diediedie)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2호 공산성 앞에도 모래톱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 김종술
기분이 좋다. 얼마 만에 느끼는 상쾌함인가. 엊그제 내린 빗줄기는 묵은 강물을 씻어 내리고 있다. 껑충껑충 백할미새가 뛰어노는 모래톱은 오늘따라 반짝반짝 빛난다.
7일 환경운동연합 박종학, 신재은, 안숙희, 이용기 활동가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금강을 찾았다. 이들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세종보에서는 버들강아지로 불리는 갯버들(wild rye)이 푸릇푸릇 물 올라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상류 모래톱이 넓어지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홍보관으로 불리던 세종보 전도식가동보는 바닥까지 눕혀놨다. 수심 4m로 갇혀있던 가장자리는 여전히 질퍽거리는 펄밭. 그러나 수문이 열리고 하루가 다르게 자갈과 모래밭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내린 빗물에 늘어난 강물은 세차게 흘러내린다. 찬물을 끼얹듯 수자원공사 세종보 직원이 한마디 했다.
"강 조망권 프리미엄을 주고 입주한 주민들이 수문이 열리면서 민원이 많아요."
"(주민들) 경관에 대한 기호는 개인 차이가 있다. 수위가 내려가고 갇혀 있던 펄이 드러나면서 일부 흉물스럽게 보이는 구간도 있을 수 있겠지만, 3~5년 안에는 버드나무 숲이 아름답게 우거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 시민들도 좋아할 것으로 생각한다."
신재은 활동가가 답변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처럼 썩은 강물에서 풍기는 악취보다는 고운 모래톱이 드러나고 사람들이 강과 어울릴 수 있다면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수문이 열린 지 몇 달도 안 된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으로 보였다. 급하다고 김칫국부터 마실 필요는 없었다.
터지는 감탄사
▲ 천연기념물 제328호인 원앙 한 쌍이 세종보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종술
드러난 모래톱엔 오리들과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시샘하듯 왜가리가 주변을 윙윙거리며 날아다닌다. 부리는 가늘고 길며 어두운 갈색인 작고 앙증맞은 새들이 자갈과 모래밭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도 보였다. 18~20cm 크기의 백할미새다.
상류 세종시청이 바라다보이는 강물엔 천연기념물 201-2호인 큰고니 10여 마리가 노니는 모습은 평화로웠다. 사람의 인적인 드문 장남들판 갈대밭에는 고라니 한 마리가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뜯어먹고 있다. 맹금류인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323-8호) 황조롱이가 먹잇감을 발견했는지 장기인 정지비행(hovering)을 하는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 충북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세종시 합강리에 드러난 모래톱. ⓒ 김종술
"와 멋지다. 너무 멋져요."
안숙희 활동가가 충북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세종시 합강리 하중도(河中島, river island, river archipelago) 모래톱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기에도 큰고니들이 노닐고 있다. 최근까지 황오리들이 다녀간 곳이다. 공동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너구리는 은행을 먹었는지 소화되지 않는 은행 알맹이만 수북이 배설해놨다. 고라니는 몽글몽글 반짝반짝 빛나는 환약처럼 생긴 똥을 싸놨다.
세차게 불어오는 강바람은 상큼한 봄 향기를 실어 나르고 불어난 강물은 "졸졸졸~" 노래 부른다. 새들과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곰보배추와 냉이는 황량한 강변에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다. 사람과 천적으로부터 분리된 공간인 하중도는 철새의 낙원이자 자연생태 학습장으로 보였다.
새 박사로 통하는 이경호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천 중간에 만들어진 모래톱은 새들이 천적인 고양이, 삵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천적으로부터 자유로우니 개체 수와 종 다양성이 높아진다. 덕분에 세종시에 반가운 손님인 새들이 많아졌다. 오리 등 새들이 많아지고 천적인 맹금류가 찾아들면서 하부 생태계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 세종시 호수공원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햇무리교 양화 취수장 앞에 돌보를 쌓고 있다. ⓒ 김종술
세종시에서 유일하게 금강 물을 끌어가는 햇무리교 위쪽 양화 취수장은 호수공원으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가물막이를 설치하고 작은 돌보를 쌓는 공사를 하고 있다. 8일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작업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 보였다.
▲ 공주보 수위가 내려가면서 세종시 청벽이 바라다보이는 건너편 모래밭에서 활동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종술
공주시에서 세종시로 편입된 청벽의 절경은 한순간에 활동가들을 사로잡았다. 계룡산 능선으로 이어진 청벽은 조선시대 대문장가인 서거정이 '중국의 적벽과 조선의 창벽을 동일 시 할 정도로 풍경이 멋있다'고 평한 곳이다. 신재은 활동가는 넓게 펼쳐진 모래밭에 주저앉아 연신 모래를 만지며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 직원들이 그물에 갇힌 물고기들을 구조하고 있다. ⓒ 김종술
기쁨도 잠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공주보 상류 200m 지점에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어류 분포도 조사'를 위해 설치한 그물이 물밖에 드러나 있었다.
드러난 그물엔 죽은 물고기와 살아있는 물고기들이 갇혀 파닥거리고 있었다. 기자가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에 도움을 요청하자 10여 분 만에 6명의 직원이 나와서 허리춤까지 빠지는 펄밭 물속에서 그물을 찢고 물고기를 구조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한다.
3~4m쯤 수위가 내려간 공주보 상류에는 낚시꾼들이 빠르게 찾아들었다. 물가에 낚시 텐트를 치고 물고기잡이 삼매경에 빠졌다. 활동가들은 공주보에서 '보수문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일정을 끝냈다. 웃음기가 떠나지 않던 신재은 활동가가 마무리했다.
▲ 공주보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보수문 확대 개방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김종술
"오늘 보니까 (4대강 보) 철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더 굳혀진다. 수문만 열어도 4대강 보를 만든 게 없던 일처럼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수문개방은 강바닥 하상 모래의 질이 달라지고 서식처 회복과 수질 개선으로 연결된다. 지금 (수문개방) 모니터링 기간에는 적극적인 개선 효과를 보기는 힘들겠지만, 여름 홍수기가 지나고 가을쯤에는 훨씬 개선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늘(7일) 돌아본 금강은 수문이 개방되고 빠르게 흘러내리는 물살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고운 모래톱이 드러나고 강이 깨어나는 소리도 들렸다. 물길이 바뀌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금강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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