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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비기(高句麗秘記)

1995년 김기흥


고구려의 운수가 다하여 늙은 장군에게 망하게 되리라는 예언적 내용의 도참서.참위서.


현전하는 자료 중에는 『당회요 唐會要』에 가장 먼저 나타나 있으며, 그 기사를 약간 개서한 정도의 것이 『신당서 新唐書』와 『삼국사기』에 전해지고 있다. 이 비기의 내용이 어떤 것들인지는 알 수 없으며, 단지 고구려의 운수가 다하여 늙은 장군에게 망하게 되리라는 예언적 내용만이 전해진다.


668년(보장왕 27) 요동전선을 살펴보고 돌아간 당나라 시어사(侍御史) 가언충(賈言忠)은 전쟁의 승산에 대해 고종(高宗)이 묻자 당나라의 승리 가능성을 말하는 중에 『고구려비기』에도 고구려가 망하게 된다는 예언이 있음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전하고 있는 『당회요』와 『신당서』의 기사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회요』에서는 “천년에 못 미쳐 80세의 노장군이 와서 멸망시킨다(不及千年 當有八十老將來滅之).”라고 하였는데, 『신당서』와 이를 옮기고 있는 『삼국사기』에는 “900년에 못 미쳐 80세의 대장이 멸망시킨다(不及九百年 當有八十大將滅之).”라고 하였다. 양 기사가 서로 모순관계는 아니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이적(李勣)이라는 당나라의 전쟁영웅을 둘러싸고 부회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고구려나 백제의 멸망기사라는 것이 신라와 당나라를 크게 두둔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므로 이 기사의 신빙성은 의심스럽다. 더욱이, 객관적인 사서로서 꼽히고 있는 『구당서 舊唐書』에 이 기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이와같이 『고구려비기』의 존재 가능성이 의심스럽다 하여도 이런 종류의 참위서 등이 고구려 말에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일본서기 日本書紀』 역시 고구려 말에 그 운수가 700년을 다하여 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전하고 있는 사실을 보아도 비기류의 존재 가능성은 큰 것이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당회요(唐會要)

신당서(新唐書)

일본서기(日本書紀)

「고구려비기고」 ( 이홍직 ,『역사학보』 17·18합집,1962 ; 『한국고대사의 연구』,신구문화사,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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