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926174232076


[단독] 나경원 아들 '제4 저자' 연구 '무임승차' 의혹

정재우 입력 2019.09.26. 17:42 수정 2019.09.26. 17:48 



미국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 서울대 의대에서 인턴을 한 연구 결과로 미국 내 고등학교 과학경진대회에서 입상하고 국제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연구의 제1 저자로 올라 특혜 논란이 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 김 모 씨가 제4 저자로 이름을 올린 또 다른 연구에 '무임승차'한 의혹이 드는 정황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2014년 여름 4주간 윤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연구에 참여한 뒤, 당시 연구에 참여한 공로로 이듬해 열린 국제의공학 학회(37th Annual International Conference of the IEEE Engineering in Medicine and Biology Society)에서 2건의 연구(포스터)에 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데이터 분석 도와" 국제 학술회의 발표 연구 제4 저자로 등재


KBS가 이미 보도한 제1 저자 포스터뿐만 아니라 '비(非)실험실 환경에서 심폐체력 지표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Preliminary study for the estimation of cardiopulmonary fitness in non-laboratory setting)라는 포스터에서도 제4 저자가 된 겁니다.


김 씨가 제4 저자로 이름을 올려 2015년 8월 밀라노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포스터

김 씨가 제4 저자로 이름을 올려 2015년 8월 밀라노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포스터


이에 대해 인턴 지도교수였던 윤형진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기가 본인이 뭐 주도적으로 했던 건 아니고, 데이터 분석하고 처리하고 하는 데 도와주고 그래서 그냥 초록 나갈 때 포스터 나갈 때 그냥 이름 하나같이 넣었어요."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 페이지짜리 이 포스터에 있는 데이터는 '최대산소소모량의 측정치와 예측치 간 일치도 분석그래프' 단 하나뿐입니다. 그러니까 윤 교수 말은 이 데이터 분석을 김 씨가 도왔다는 게 됩니다.


포스터 속 데이터, 1년 전 논문 속 데이터와 수치까지 '판박이'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이 포스터에 제2 저자로 이름을 올린 윤 모 박사가 해당 포스터가 발표되기 1년 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을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김 씨가 분석 및 처리 작업을 도왔다는 데이터는 이 논문 속 데이터와 수치까지 정확히 같았습니다. 데이터 위 수식 역시 논문 속에 있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공계 연구윤리 문제에 정통한 황은성 서울시립대 생명공학과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황 교수는 논문과 포스터 속 데이터를 비교해본 뒤 "포스터에 있는 데이터는 하나만 있는데, 데이터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조사 기본수치도 같아서 분명히 이 연구에서 그대로 와서 실린 데이터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교수는 더 나아가 "사실 이 포스터 내용은 (윤 박사의) 학위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를 갖고 포스터를 발표한 거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논문 작성기간 살펴보니...김 씨 인턴 시작 전에 종합심사까지 마쳐


그런데 2014년 8월 박사학위를 받은 이 논문은 2014년 5월 이미 1차 심사에 들어갔고, 2014년 7월 8일 종합심사까지 마쳤습니다.


서울대학교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 제출한 윤○○ 박사학위 논문 심사 일정

서울대학교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 제출한 윤○○ 박사학위 논문 심사 일정


김 씨가 윤 교수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연구에 참여한 기간은 2014년 7월 14일부터 8월 8일까지 4주간입니다. 김 씨가 오기 두 달 전 1차 심사에 제출할 만큼 논문이 완성돼 있었고, 김 씨가 연구에 참여하기 전에 종합심사마저 끝나 있었던 겁니다.


학술대회 포스터는 연구 실적으로 인정받는 최종 결과물이 아닌 중간 과정이기 때문에 1년 전 박사 논문 속 데이터를 재활용해 발표한 것이 연구윤리상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김 씨가 데이터 분석 및 정리를 도왔다는 지도교수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김 씨는 과연 실제 기여를 했나?…논문 작성한 공동저자는 답변 피해


김 씨가 어떤 데이터 분석과 처리에 도움을 주고, 연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 인턴 지도교수였던 윤형진 교수 외에 해당 포스터 다른 공동 저자들에게 물었지만 모두 정확한 답변을 피했습니다.


포스터 제2 저자이자 문제가 된 박사학위 논문의 저자인 윤 모 박사는 "본인이 답변할 문제가 아니"라며 "윤 교수와 통화하라"고 말했습니다.


제1 저자인 서울대병원 연구원 안 모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정확하게 날짜나 기간을 모르겠다"며 "지도교수나 논문 저자인 윤 모 박사에게 물어야 한다"고 답했고, 해당 포스터에 공동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김희찬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답변을 피했습니다.


당초 김 씨가 데이터 처리 및 분석을 도왔다고 밝혔던 윤형진 교수는 이후 KBS의 질의에 답변을 피하다, 보도 직전 "박사 학위 마지막 심사가 7월 초에 있었고 이후 박사학위 논문집을 제출하는 8월 말까지 심사위원들의 지적사항을 반영하기 위하여 데이터 추가 분석이나 논문 보완 등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며, "김 씨는 이 과정에서 데이터 정리 등의 작업을 거들었다"는 해명을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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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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