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581327


이 영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꼭 봐야 합니다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 마지막 회] 영화 <삽질> 예비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

김병기(e-2580)  등록 2019.10.28 07:12 수정 2019.10.28 07:25


영화 <삽질>이 11월 14일 전격 개봉합니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했고, 투자배급사는 엣나인입니다. <삽질>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고, DMZ국제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런던아시아 영화제 초청작입니다. 원작 도서는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입니다.[편집자말]

 

▲ 영화<삽질> 포스터 ⓒ 엣나인필름


안녕하세요.


지난 12년 동안 4대강사업을 취재해온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입니다. 오는 11월 14일에 개봉하는 영화 <삽질>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23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4대강사업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언론 시사회와 인터뷰 때 기자들에게 이런 취지의 말을 전했습니다.


"요즘 검찰개혁이 화두입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2008년 9월을 떠올렸습니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을 토끼몰이하듯 수사하는 대한민국 특수부 검사님들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을 압수수색한 뒤 그 내용을 짜깁기해서 언론에 흘렸고, 두 단체는 재판도 받기 전에 파렴치한으로 낙인찍혔습니다. 11년이 지나서 조국 전 장관의 주변을 먼지떨이식으로 뒤지는 2019년 검찰, 바뀐 게 없는 겁니다. 영화 <삽질>에는 당시 검찰의 행태도 담겨 있습니다. 지금 왜 검찰 개혁이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오버랩] 2008년 검찰과 2019년 검찰

 

▲ 영화 '삽질'에 나오는 2008년 9월 환경운동연합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장면 갈무리 ⓒ 오마이뉴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당시 환경운동연합의 고문이자 환경재단 대표를 맡고 있었습니다. 최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4대강사업을 비판해온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검찰은 환경운동연합뿐 아니라 후원기업 100여 개를 쥐 잡듯이 잡으면서 시민들의 후원금을 떼어먹은 파렴치한 단체로 몰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앙 환경운동연합은 풍비박산 났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은 단 1건, 어린이뮤지컬 회계 처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당시 검찰이 환경재단의 모든 장부를 압수해갔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언론들은 '최열이 돈을 횡령해 딸의 유학자금으로 2000만원을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찰은 이 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자 알선수재 혐의 등을 파면서 집요하게 괴롭혔습니다. 최 이사장의 한 지인을 불러 "최열에 대해 한 건만 불라"고 하다가 이런 협박이 통하지 않자 지인을 횡령 혐의로 실형까지 살게 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검찰이 뒤집어씌운 최 이사장의 혐의도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이 났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내용을 2심 재판부가 편법으로 유죄로 선고하면서 억울한 1년 징역형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추가 증거나 심리 없이 1심 판결을 뒤집는 것은 위법입니다. 당시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확정한 사람은 신영철 대법관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당시 '광우병-한반도대운하' 촛불 재판에 개입해 논란이 일었던 인물입니다.

 

▲ 최열 총장은 4대강사업을 받대하다가 2008년 검찰의 토끼몰이식 표적 수사로 고통을 받는 상황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영화 '삽질' 갈무리 화면) ⓒ 오마이뉴스


검찰은 4대강사업 반대 인사들에 대한 표적 기획수사를 벌였고 재판부는 최 이사장을 구속하면서 검찰의 손을 들어줬던 것입니다. 최 이사장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명박 정권 때 쿨했다'는 취지로 말한 게 언론에 보도되자 자기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국감에서 이명박 정부 때 정치적 중립이 잘 보장되었다고 말한 것을 전해듣고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이명박 후보가 4대강 토목공사를 도와 달라고 해서 나는 '흐르는 물을 막아 맑아진 적이 없다'며 거절했다. 이후 4대강 공사를 추진하는데 내가 가장 걸림돌이 된다고 내가 일하고 있던 환경재단에 특수부 검사의 지휘로 재단의 중요 서류와 장부를 압수 수색했다.


특수부는 참고인으로 100여 명을 조사했다. 그 후 나를 수사했던 김광준 특수부장은 뇌물죄로 구속되었다. 파렴치한 검사였다. 검찰이 얼마나 권력의 충견이고 부패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세월은 흘러 이명박이 구속되었다. 그는 꾀병으로 병보석 되었고 지금은 자택에 있다. (후략)"


11년 전 4대강에서 '삽질'한 검찰과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최근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절감했습니다.   


[거짓말] '4대강 삽질'은 끝난 게 아닙니다

  

▲ 지난 8월 29일 경북 달성군 구지면 내리 이노정앞 낙동강변에 짙은 녹조가 발생해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계대욱 사무국장이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 권우성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의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검찰 개혁 이야기부터 꺼낸 것은 아직도 '4대강 삽질'은 사회 곳곳에서 진행 중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검찰의 문제뿐만 아닙니다. 지난 8월말부터 오마이뉴스와 지역의 시민환경단체들이 공동 기획해서 내보낸 탐사보도 기사들이 이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4대강사업은 끝난 일이 아니냐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22조 2천억 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한 삽질은 일회성 사업으로 그친 게 아닙니다. 지금도 매년 5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이 4대강사업 때 세운 16개 보와 시설물들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 돈이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쓰인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취재진이 낙동강에 갔을 때에도 녹조가 창궐했습니다. 녹조 발생 원인은 햇빛과 수온, 인 등 오염물질, 체류 시간인데, 자유한국당 등의 반발로 인해 낙동강 수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체류시간이 과거에 비해 10~20배 늘어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 충남연구원이 제시한 녹조 발령 상황 ⓒ 충남연구원

 

반면 금강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최근까지 순차적으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3개 수문을 전면 개방했습니다. 위의 표만 보아도 "4대강사업과 녹조는 관계가 없다"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맑아졌다"는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 언론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수문을 열기 시작한 2018년부터 녹조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올해 녹조 관심이상 발령 일수는 '제로(0)'였습니다. 


4대강사업으로 경제를 살리고 강도 살리겠다는 주장이 완벽한 거짓으로 드러나자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 언론들은 '4대강사업이 홍수와 가뭄을 예방했다'는 것을 부각시킵니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곳에 쓰이는 막대한 세금 역시 아깝지 않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홍수와 가뭄 예방이라는 4대강사업 목적 자체가 거짓이었음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 4대강과 1996년~2005년 사이 국토 단위 면적당 침수피해액이 높은 지역을 표시한 지도(왼쪽)와 가뭄이 심한 지역 지도. 4대강사업의 대상이 된 지역은 가뭄과 홍수 피해가 거의 없는 지역으로 나타난다.(자료 국토해양부) ⓒ 국토해양부


▲ 2017년 6월, 환경부가 공개한 가뭄피해 지역 ⓒ 환경부


홍수와 가뭄은 4대강 본류가 아닌 지천이나 산간 도서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극복할 목적이었다면 4대강에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자유한국당은 홍수, 가뭄을 예방하기 위해 4대강 보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자기 잘못을 감추려고 국민들이 낸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비유했습니다.


"살갗에 대일밴드를 붙여서 치료할 수 있는 일인데, 심장 수술을 한 격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은 4대강 보의 수문을 열거나 해체하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 2월말부터 3달여 동안 <오마이뉴스>가 진행했던 '삽질의 종말' 기획 보도에서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아래 영상은 지난 5월, 자유한국당과 일부 농민들이 농업용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던 지역을 담았습니다.( https://youtu.be/x2FjjqYQ4Vc )

 


'물의 나라'였습니다. 당시 세종보와 공주보의 수문이 열린 상태였기에 보를 해체했을 때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농수로에는 물이 철철 넘쳤고, 논에도 물이 꽉 차 있었습니다. 심지어 공사를 위해 포클레인으로 한 삽 푼 곳에도 물이 가득했습니다. 4대강사업의 거짓을 덮기 위한 거짓말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영화 <삽질>을 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는 계속되고 있고, 누군가는 4대강사업 주동자와 부역자들을 향해 '도둑이야'라고 소리쳐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야만 이 쓸모없는 삽질이 종말을 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훈] 우리는 4대강 삽질에서 배우지 못했습니다

 

▲ 23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언론시사회에서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인 김병기(왼쪽부터) 감독과 김종술 시민기자, 안정호 기자가 4대강 사업을 12년간 끈질기게 취재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다시 23일 언론 시사회로 돌아와서, 저는 이날 영화를 본 언론인들에게 이런 취지의 말도 전했습니다.


"우리는 4대강 삽질에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22조 2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교육비를 지출하고도 우리는 한 줄도 배우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삽질>은 단순한 환경 영화는 아닙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가공할 만한 환경파괴를 담고 있지만, 그 이전에 불법과 편법, 비리와 탈법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우리 민주주의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정원과 검찰, 기무사 등 국가권력 기관을 총동원해 민주주의를 허물고 이를 주도한 군상들이 지금도 호의호식하면서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마이크를 들이대는 제작진과 답변을 회피하면서 도망치거나 화내는 모습은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이들에게 모두 면죄부를 줬습니다. 비자금을 수사했던 검찰은 4대강 비자금의 제보자를 피의자로 둔갑시켜 윽박질렀고, 결국 돈 잔치 때 판돈을 거머쥔 자의 검은 얼굴을 가렸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4대강사업은 계속되고 있고, 지금도 4대강 주동자와 부역자들이 활개를 치며 보의 수문조차 열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언론시사회 때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책임을 묻지 않으면 삽질의 종말은 고사하고 제2, 제3의 삽질이 곳곳에서 등장할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4대강 삽질에서 아무 것도 배운게 없습니다."


[추적 다큐] 거대한 탐욕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 비밀은?

 

▲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인 김종술, 정수근, 이철재 기자가 함께 모여 있는 모습.(영화 '삽질' 갈무리) ⓒ 오마이뉴스


사실 우리는 처음에 이 영화를 '휴먼 다큐'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4대강사업의 주동자와 부역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희생을 무릅쓰고 죽어가는 강을 고발해 왔던 저항자들의 모습을 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금강에 나가서 죽어가는 강을 고발했던 '금강 요정'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시민기자), 4대강사업 찬동인 인명사전을 만들고 백서를 준비하는 이철재 에코 큐레이터(시민기자) 등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라고 불리는 이들입니다.


또 영혼을 잃지 않으려고 학자적 양심을 지켰다가 피해를 본 많은 학자들도 있습니다. 지금도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많은 환경운동가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세상에 쏘아 올리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추적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삽질>은 4대강사업이라는 거대한 탐욕의 톱니바퀴가 대체 어떤 힘에 의해 맞물려 돌아갔는지, 그 민낯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MB의 기막힌 사기술과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부역자들의 현란한 말의 성찬도 보여줍니다. 4대강사업에 대한 수많은 파편들을 94분의 영상에 담은 총체적 결정판입니다. (삽질 예고편 영상 https://youtu.be/oP3y1XWAu0s )

 


영화 <삽질>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중 핵심은 검찰 개혁입니다. 11년 전 검찰이 제 역할을 했다면 지금쯤 4대강은 과거의 '산 강'으로 되돌아갔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다면 왜 이명박 정권이 4대강사업을 벌인 것인지, 누가 22조2천억 원을 챙긴 것인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는 11월 14일 개봉을 앞두고 부탁드립니다. 검찰 개혁을 바라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촛불'은 정권을 바꿨지만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4대강사업은 끝난 게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손을 잡고 영화관 앞에서 줄을 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삽질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 보내주시는 '좋은 기사 원고료'는 직업 기자인 저를 항상 부끄럽게 만드는 김종술 시민기자의 취재비용으로 전달합니다. 작은 정성이라도 모아주신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가 4대강이 다시 살아나는 그날까지 지치지 않고 취재할 수 있는 데 많은 힘을 보태줄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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