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91151
청와대 인근 주민들 분노 "집회의 자유? 여기서 살아보라"
청와대 시위 '몸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토론회에도 불똥
19.11.27 20:29 l 최종 업데이트 19.11.28 07:36 l 손병관(patrick21)
▲ 8월 2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청운효자동, 사직동, 부암동, 평창동 집회 및 시위금지 주민대책위원회"가 집회를 열고 효자동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 할것을 촉구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장하고 싶은 게 많다. 교통이 불편해도, 좀 시끄러워도 몇 시간 참으려고 했다. 요즘은 정말 (시위가) 쉴 새가 없다. 아침 점심 저녁 시위대가 항상 바뀌어서 한다. 오늘도 너무 시끄러워서 하루종일 문을 닫고 살다가 토론회에 왔는데 갑자기 너무 조용하니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
종로구 창성동 주민 김승주씨는 27일 경복궁 내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3차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왔다.
그가 사는 곳은 경복궁 담 맞은편 경찰 초소가 보이는 빌라. '베란다에서 문만 열면 시위대가 다 보이는 곳'이라고 묘사했다. 김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제가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분들(시위대)이 설득이 될까? 경찰도 이게 경찰인가 싶을 정도다. 호루라기 아무리 불어도 막무가내다. 경찰들도 청년들이라 어르신들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다. 재작년보다 더 이상한 세상이 됐다."
여러 가지 시위 규제를 담은 법을 만들어서 사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는 "그런 의향 있는 분들은 저희 주민들과 함께 생활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상식 밖의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객석에서도 김씨의 주장에 동조하는 주민 의견이 많이 나왔다.
'팔판동 주민'이라고 밝힌 이는 "집에 혼자 있는 딸이 너무 시끄러워서 고통을 못 이기다가 울더라.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기본권보다 더 하지는 않다. 유일한 재산이 집인데, 고요를 원해서 이곳에 집을 산 사람들의 권리는 어떻게 되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 16차선을 10차선으로 줄이는 공사를 할 때도 집회시위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그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조용히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금처럼 광화문광장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서는 시위는 절대 줄지 않는다. 지금 현상을 유지하면서 시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온 선문대 법·경찰학과 이희훈 교수가 집회 소음 규제와 관련해서 "일정 데시벨 이하로 규제하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며 "55데시벨 이상의 소음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55데시벨 정도가 (규제의) 마지막 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이와 관련해 객석에서 큰소리로 구호를 외친 뒤 "이 정도 소리가 55데시벨이다. 광화문 주변에서 우리와 함께 살면서 이걸 감내할 수 있겠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주변 시위는 2017년 2500건에서 2019년 4100건으로 수직상승했다. 서울시의 당초 안대로 광화문광장의 면적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구조화가 이뤄질 경우 집회시위가 더욱 활성화되고 종로구 일대 주민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김씨를 비롯한 많은 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한다.
조기태 세종마을가꾸기회 대표는 집시법 11조에 있는 '주요기관 경계지점 100m 이내 집회금지' 규정을 들어 "주택가 100m 이내에서도 집회를 못하도록 법을 바꿔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주제와 별개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이전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는 객석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고재열 시사인 편집기획팀장이 "광화문광장이 재구조화되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은 광장에서 방을 빼주면 어떻겠냐"고 말하고, 미술문화평론가 최범씨가 "이순신 동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는 순간에 야유하는 사람이 있었다.
고 팀장은 토론회 막판에 "왕의 동상이 집(궁궐) 밖에 나와 있고, 이순신 장군이 마치 문지기처럼 서 있는 모양을 빗대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최씨는 "그런 의견도 얘기하지 못하냐"고 일축했다.
토론회 끝까지 자리를 지킨 박원순 시장은 "주민 김승주씨 말에 특히 공감을 많이 했다. 집회와 시위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2016년) 촛불 문화제 이후 잇달은 집회로 주민들이 어마어마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을 물리적 재구조화하는 것을 넘어 운영의 재구조화도 필요하다"며 "시민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협치와 협의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현재 주민들이 겪는 피해를 과학적으로 조사해서 보고서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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