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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법 좀…” 피해자들 무릎 꿇었지만, 나경원 “민주당도 찾아가라”

과거사법 연내 처리 호소에도 “민주당이 일방적 처리” 주장만 되풀이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9-11-28 20:34:49 수정 2019-11-28 20:38:25


6.25전쟁 민간이 학살 유가족과 형제복지원 피해자 등 과거사법 관련 단체 회원들이 28일 국회에서 과거사법 본회의 통과를 호소하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11.28

6.25전쟁 민간이 학살 유가족과 형제복지원 피해자 등 과거사법 관련 단체 회원들이 28일 국회에서 과거사법 본회의 통과를 호소하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11.28ⓒ정의철 기자


과거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28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앞에서 무릎 꿇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과거사법)' 처리를 호소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더 협의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한 채 자리를 떠났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한종선 씨와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 곽정례 씨 등 과거사 관련 피해자들은 이날 나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을 찾았다. 오는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앞서 과거사법 처리를 위한 조속한 논의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한 씨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정치적으로 일을 풀어가기 위한 일정을 잡기가 어려운 것은 알고 있지만 억울함을 당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힘들다"며 "(나 원내대표의) 얼굴을 뵙기가 힘들어서 부득이 찾아와 인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곽 씨는 "지난번에도 만나러 왔다가 못 만났는데, 내일 본회의인데 (과거사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내 나이가 79살이다. 내 목숨이 끝나기 전에 우리 아버지의 일을 해결하고 가고 싶었는데, (나 원내대표를) 여러 번 찾아가도 못 만났다. 제발 내일은 통과 좀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국회 앞 농성만 수년째 

국회 문턱 못 넘을까 초조한 피해자들 


6.25전쟁 민간이 학살 유가족과 형제복지원 피해자 등 과거사법 관련 단체 회원들이 28일 국회에서 과거사법 본회의 통과를 호소하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호소하고 있다. 2019.11.28

6.25전쟁 민간이 학살 유가족과 형제복지원 피해자 등 과거사법 관련 단체 회원들이 28일 국회에서 과거사법 본회의 통과를 호소하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호소하고 있다. 2019.11.28ⓒ정의철 기자


과거사법은 국가 공권력이 벌였던 반민주적·반인권적 폭력 사건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국회 앞에는 관련 단체들이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수년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데다가,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인 최승우 씨는 지난 6일부터 국회 앞에서 고공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과거사법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과거사법 처리에 대한 기대가 조금이나마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다음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자당을 제외한 채 의결된 과거사법은 "날치기"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과거사 피해자들은 직접 나 원내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것이다.  


이들은 두 손을 꼭 모은 채 나 원내대표가 회의실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회의실 문은 굳게 닫혀 있을 뿐이었다. 피해자들은 답답한 듯 "한마디만 하면 된다. 우리는 밤을 새워서라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1시간 30여 분이 흐른 뒤에서야 피해자들은 나 원내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당하고 협의를 해서 통과를 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과거사법을 행안위에서) 통과시켰다"며 "민주당이 다시 협의하자고 요청이 왔는데, 우리 당이 받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나 보다. 그래서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씨는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4월 총선에 휘말리면 국회가 정지된다는 건 저희가 더 잘 안다"라며 "그런데 저희들은 지금 (국회 앞에서) 8년째 이러고 있고, 노숙 농성만 3년째다. 저희들은 하루라도 빨리 법안이 통과되기를 원한다"고 조속한 법안 논의를 호소했다.


나 원내대표는 "가급적이면 최대한 수정안을 합의해보라고 하겠다"면서도 "행안위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했는데, (이제) 민주당에서 잘못했다고 하고 다시 협의 요청이 온 것 같다. 그래서 신중히 좀 하겠다"고 말했다.  


울분 토해낸 피해자들 "한 번만 살려달라" 

국회 빠져나가는 나경원 향해 "어찌 이렇게 모르는 척하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자료사진.ⓒ뉴스1


모호한 답변이 반복되자, 결국 피해자들은 나 원내대표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들은 "한 번만 살려달라"며 "과거사법은 19대에서도 폐기가 됐었고, 20대에서도 또 폐기 위기"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난감한 듯 함께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저한테 이러지 말고 민주당에 찾아가서 민주당이 요구하는 것 중에 법을 위반하고,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걸 빼달라고 얘기하라"며 "저만 찾아오지 말라"고 매몰차게 답했다.  


곽 씨는 "자꾸 법, 법 하는데 우리 아버지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죽였냐. 지금 무슨 법을 얘기하느냐"라고 오열했다. 


나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당직자들과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국회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 원내대표와 피해자들이 대화를 나눈 시간은 단 5분여밖에 되지 않았다.


끝까지 나 원내대표를 뒤따라간 피해자들은 "어찌 이렇게 모른 척 하시냐"라며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힘든데 무슨 법이 틀렸느니 그런 얘기를 하느냐. 그럼 어떤 법으로 내 아버지를 죽였냐.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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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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