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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공소장이 가리키는 검찰·언론의 무리수

[비평] 대대적 수사에도 권력형 비리와 거리 멀어, 검찰의 기소 맥락 고려한 보도 필요… 조국·정부·여당에 ‘면죄부’ 주는 보도도 경계해야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승인 2020.01.07 18:07


뇌물수수·위조공문서행사·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공직자윤리법위반·증거위조교사·증거은닉교사. 2019년 12월31일 서울중앙지검이 국회에 제출한 56쪽짜리 조국 전 법무부장관 공소장에 담긴 11개 혐의다. 그러나 명시된 혐의는 권력형 비리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딸이 받은 장학금 600만원에 뇌물죄를 적용했고, 미국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것까지 기소했다. 126일간의 수사 결과다. 


공소장을 보면 조 전 장관은 2016년 아들의 온라인 객관식 시험을 대신 풀어 답을 보내주기로 모의하는 등 2회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로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성적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학생과의 기회의 평등을 고려할 때 조 전 장관의 행위는 고위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당장 “업무방해죄로 검찰이 수사할 문제가 아니라 대학에서 징계하면 되는 사안이다. 대리시험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하는 나라는 한국뿐”(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 전 장관 주요 혐의는 △입시 비리 △장학금 부정수수 △보유주식 미처분 및 재산 허위 신고 △증거조작으로 나뉜다. 아들의 봉사활동 확인서·인턴증명서 허위작성 공모, 딸을 비롯해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도와준 교수에 대한 보답으로 교수의 아들 등에게 인턴 경력 허위작성 등이 주요 공소사실이다. 아들이 2015년~2016년 장학금 1만2000달러를 수령했지만 대학·동문 장학금 1만3400달러까지 포함해 장학금을 2만5400달러 받은 것처럼 부풀렸다는 내용까지 공소장에 담겼다. 


▲56페이지 분량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공소장.

▲56페이지 분량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공소장.

 

검찰 공소장을 두고 한국일보는 1일 사설에서 “대통령 신임을 받는 실세이자 진보적 가치를 적극 표방 해왔던 교수 출신 공직자가 뒤로는 자녀 입시 비리에 개입하고 불법 주식투자에 관여한 혐의가 알려져 국민적 실망감과 낭패감이 컸다”면서도 “검찰이 사안의 성격에 비해 과도하다 할 만큼 특수부 수사 인력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엄청난 압수수색을 한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만한 수사 인력을 투입해 4개월 넘게 수사해야 할 사안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1일자 사설에서 “그야말로 일가의 비리를 탈탈 털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총평한 뒤 “밝혔다는 혐의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와 거리가 있다. 장학금 600만 원에 뇌물죄를 적용한 것도 입증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사설에서 “온 나라를 뒤흔든 사건의 중간 결과치고는 너무 빈약하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다행스럽게도 검찰은 시민의 강력한 검찰개혁 의지를 기소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1월1일자 지면에서 검찰 공소장을 무 비판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관련 사설도 없었다. 수사단계 전 ‘최순실 전두환 떠올리게 만드는 조국 후보자와 가족들’(2019년 8월20일자 조선일보 사설)이라며 공세를 펼쳤던 과거 지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대신 ‘권력 수사 막으려는 검찰 인사 시도, 당장 중단하라’(1월3일자 중앙일보 사설), ‘추미애 임명 강행…검찰 장악하려 들면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1월3일자 동아일보 사설), ‘정권 말 잘 듣는 경찰에 힘 실어주겠다는 수사권 조정’(1월7일자 조선일보 사설) 등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이번 사태가 공수처 설치·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며 기존 검찰 권력이 약화 되는 국면에서 검찰개혁을 주장하던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 수사로 이어졌고, 이후 등장한 공소장의 ‘무게감’에 비춰봤을 때 언론으로선 조국 전 장관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함과 동시에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언론은 이번 조 전 장관 공소장에 대해서도 검찰의 ‘이해관계’를 유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소장은 유죄로 입증 가능한 피의사실만 추려냈다고 인식되는데, 이번 공소장의 경우 검찰의 ‘명운’이 걸린 만큼 평소보다 ‘무리’했을 가능성 때문이다.  


예컨대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딸이 받은 장학금 600만 원을 뇌물수수로 규정하는 근거로 “오랜 대학교수 재직 경험상 딸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조국이 향후 고위직 진출 등에 있어 (딸에게 장학금을 준 노환중 교수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식의 심증을 적시한 것이 전부다.   


앞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이던 2019년 9월6일 밤 공소시효 만료를 내세운 검찰의 ‘정경심 기소’는 최근 재판에서 사실상 허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씨가 2012년 9월7일 동양대에서 임의날인 방식으로 위조했다고 적시했지만 기소 이후 범행 날짜를 2013년 6월로, 범행 장소도 동양대에서 정씨의 주거지로, 범행방식도 임의날인에서 총장 직인 이미지 캡처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10일 재판부는 정씨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고. 검찰이 2차 기소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공소사실에 대한 검증보다 전달에 치중했다. 당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검찰의 공소장이 권력형 비리와 거리가 있다고 해서 조 전 장관과 정부·여당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언론 보도도 부적절하다. ‘이혼 4년 뒤 세운 묘비에도 여전히 며느리…이상한 조국 가족’(조선일보) 등 무리한 기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외고→고려대→의전원까지 필기시험 없는 코스만 공략’(조선일보)과 같은 기사는 조 전 장관 측은 물론 정부·여당이 아프게 받아들이고 성찰해야 한다. 뉴스이용자도 조국 사태가 법원의 시간으로 넘어간 만큼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들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 옹색하다”고 논평했지만 조 전 장관은 ‘입시’라는 한국 사회 역린을 건드리며 견고한 ‘스펙’ 대물림의 세계를 보여줬고 공정에 대한 현 정부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렸다. 딸의 의학 논문 1저자 등재, 사모펀드 투자 경위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다 비판을 받았다. “조 전 장관 쪽도 수사 초반 언론 등이 제기한 문제에 내놓은 해명들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신뢰를 잃었다”(한겨레)는 지적이 중요한 이유다. 


[기사 수정 : 7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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