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04793
윤석열의 소신과 '임전무퇴'의 끝
[게릴라칼럼] 조국 두번째 기소, 검찰의 움직임에서 감지되는 것
20.01.17 21:03 l 최종 업데이트 20.01.18 09:21 l 하성태(woodyh)
▲ 추미애 장관 예방 마친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외청장들과 함께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예방을 마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 권우성
#장면 1.
"저는 검찰구성원 한 분 한 분이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검찰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소통함으로써,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그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3일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내놓은 취임사 중 일부다. 그러면서 이 지검장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민생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기능 정상화", "형사부 전문화와 인권보호를 위한 새로운 사법통제 모델의 모색", "보고 절차와 형식의 간소화와 불필요한 업무의 과감한 축소" 등을 제시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14일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웅 검사(법무연수원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은 거대한 사기극"이란 글을 검찰내부망에 올렸다. 또 17일 <중앙일보>는 전날(16일)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지검장에게 "권력의 불법을 외면 말아 달라"고 성토했다고 전했다.
또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부장 검사들은 직접수사부서 폐지의 일환으로 추미애 법무부가 추진 중인 직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취합해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많은 언론이 연일 '추미애 법무부' vs '윤석열 검찰'을 부각하는 보도를 중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조직적 '검란'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장면 2.
13일 윤 총장은 새로 부임한 대검찰청 참모진에게 "신속한 업무파악", "철저한 업무 인수인계"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4일에는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 승진 대상 검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법과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니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3일 만에 이와 대비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17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총장 취임 후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1시간가량 대검 간부들을 모아 현안에 대해 논의하던 아침 간부회의를 없앴다.
이를 두고 강남일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현 대전고검장), 한동훈 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현 부산고검 차장검사),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장), 박찬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현 제주지검장) 등의 좌천성 인사 때문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 측근들의 빈자리로 인해 윤 총장이 간부회의 대신 부서별 개별 보고체제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장면 3.
15일 검찰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보석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였다. 앞서 지난 8일 정 교수 측은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에 건강 문제와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보석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검찰이 재벌이나 권력 등 유력 인사의 보석 반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표창장 위조 사건 등으로 구속기소된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의 보석 여부를 두고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에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검찰이 법원에 보석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다음날인 16일 검찰이 세 번째로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2018년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 관련 수사였다. 같은 날 검찰은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에게 검찰 출석을 요구했다. 같은 날 피고발인 신분인 황 원장은 소셜미디어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당당하게 출석해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두번째 기소로 마무리 된 윤석열의 소신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검찰 본연의 흔들림 없는 역할"은 정파나 여야 구분 없이 검찰에 요구하는 본분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조국 정국을 거치며 전무후무한 조국 일가족 수사를 통해 '검찰개혁'의 국민적 열망을 키운 것은 검찰이 자초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과 윤 총장을 둘러싼 이러한 일련의 장면들에서 무엇을 감지해야 할까.
검찰의 권한 축소에 의한 일부 일선 검사들의 반발과 윤 총장의 조국 수사에 대한 소신만큼은 확실히 읽히지 않는가. 특히 윤 총장의 소신은 작년 10월 그가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조국 일가 수사와 같은) 이런 종류의 사건은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한 발언에서 이미 감지된 바 있다.
그 수사가 2019년 연말까지 이어졌다.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란 비판이 있었다. 또 그 칼날이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청와대를 향했다. 사건이 아닌 사람을, 과정을 좇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정해놓고 한 수사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수사의 끝은 허무했다.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한 것에 비해 이렇다 할 권력형 비리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해를 넘긴 1월 17일 윤석열의 '소신'은 두 번째 조국 기소로 갈무리됐다. 작년 12월 26일 조국 전 장관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 당한 서울동부지검이 이날 오후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우선 첫 번째 기소 당시로 시계를 돌려 보자. 2019년 12월 마지막 날 서울중앙지검은 무려 12개 혐의를 적용해 조 전 장관을 기소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혐의는 입시 비리 관련 혐의 6개(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장학금 부정수수 관련 혐의 2개(뇌물수수,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 2개(공직자윤리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 조작 관련 혐의 2개(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등 총 12개였다.
정 교수의 기소와 맞물리는 사모펀드 등 굵직한 의혹은 비켜간 대신 조 전 장관 아들의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부정'이나 딸의 장학금 600만 원의 뇌물 혐의,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관계된 '변호사 명의의 허위 인턴 활동증명서' 등이 부각됐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즉각 반발했다.
같은 날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끝 억지기" 등의 표현이 담긴 입장문을 냈고, 조 전 장관도 페이스북에 이를 게재했다.
17일 오후에도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감찰 종료 후 보고를 받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치를 결정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 그 허구성을 밝히겠다"라며 검찰의 기소를 적극 반박했다.
임전무퇴의 끝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이미 패스트트랙에 상정돼 있던 검찰개혁안 처리에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내 '4+1'·협의체에 힘을 실어 준 것은 바로 검찰이다. 해를 넘겨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윤 총장과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처리 이후 거세진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되짚어 본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 개혁의 불을 당긴 것도, 국민적 공감대를 완성시킨 것 역시 검찰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조국 수사의 시작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와 강하게 결부돼 있었다. 8월 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이은 인사청문회 당일 정경심 교수의 '소환조사 없는' 기소야말로 윤석열 검찰의 소신 같은 본심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후론 가히 '임전무퇴'였고, 그 결과는 '자승자박'이었다.
검찰의 조국 수사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선 두 가지가 수반돼야 했다. 후임 법무부장관을 포함해 고소고발 당한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 등 권력층을 향한 불편부당한 수사와 '표창장 위조'와 같은 여타 입시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
이를 위해 검찰은, 예컨대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조 전 장관과 같이 똑같은 강도의 수사를 펼쳐야 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은 무려 9차례 넘게 고발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나 '학력 위조'가 사실로 드러난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에 착수하고 부정이 드러났다면 거침없이 기소해야 했다.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추 장관 임명 전후 검찰개혁에 반발하며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자임했고, 끝내 법무부발 인사와 임박한 직제개편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과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두 번째로 기소했다. 이 기소가 윤 총장의 소신과 임전무퇴의 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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