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344
윤 대통령 “왜 대피안됐나 모르겠네… 저지대 직격탄” 발언 뭇매
기자명 조현호 기자 입력 2022.08.10 16:40 수정 2022.08.10 16:43
민주당 “억장 무너뜨려, 취약계층 주거환경 무지 드러내”
김어준 “박근혜 그렇게 구출이 어렵나 발언과 똑같아”
“퇴근할 때 보니 침수시작돼” 발언도 논란 “비 피해 심각성 알고도 재택”
시민사회수석 “비온다고 퇴근 안하냐” 발언엔 “경질해야”
수도권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자를 낳은 침수 피해 지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왜) 미리 대피가 안됐나 모르겠다’ ‘저지대는 직격탄을 맞는다’고 발언해 논란이다. 더구나 침수된 반지하 가구 창문 앞에서 “퇴근할 때 보니 침수가 시작됐더라”고 말해 ‘그럼 왜 상황실로 돌아가지 않았느냐’, ‘폭우로 사망한 자택 앞에서 할 소리냐’는 비판도 나오는 등 뭇매를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신림동 침수피해지역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로부터 사망자가 장애라는 설명을 들은 뒤 “근데 여기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라고 반문했다. 피해자는 ‘순식간에 땅이 꺼지면서, 폭포수같이 왔다’, ‘한시간이 뭐에요, 한 10분~15분도 안 걸렸어요’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렇다 보니까 아마 이게 수압 때문에 문을 못 여니까 순식간에 물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아 문을 못 열어서”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피해자의 반지하 가구 창문 앞에서 “신림동 좀 고지대면은 괜찮은데, 지하라도, 여기는 지금 자체가 저지대다 보니까 도림천 범람이 되면은 수위가 올라가면 바로 여기가 직격탄을 맞게 되는구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아니 어제 엄청난 것이 서초동에 우리 제가 사는 그 아파트가 전체적으로는 좀 언덕에 있는 아파트인데도 거기가 1층이 지금 물이 들어와 가지고 침수될 정도니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이 되더라고. 그러니 뭐”라며 “아니 그런니까 제가 있는 아파트가 약간 언덕에 있잖아요. 그런데도 그 정도니”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침수된 건물 지하로 내려가려 하자 그곳의 주민이 “여태까지 지금 물 퍼내고 있어요 사비로. 양수기도 배수가 모자라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기는 지금 몇가구가 사시나”라고 묻자 주민은 “지하에 6가구 살고 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폭우 사망자를 낳은 피해지역을 방문해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야당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말한마디가 무거운 줄 모르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일가족의 참변에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느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취약계층의 주거환경과 대피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고 지적했고, ‘저지대 직격탄 맞는구나’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저지대에 사는 서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가족이 참사를 당한 수해 현장을 지켜보는 사진을 정책 홍보용 카드 뉴스로 활용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도 했다. 신 대변인은 “재난 상황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안일한 판단과 대처,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궤변과 억지 변명으로 부정하려드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퇴근 때 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가 언덕인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로 엄청났다’고 한 윤 대통령 발언에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그냥 퇴근한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침수가 시작되는 것을 봤으면서도 상황실로 왜 돌아가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해소가 되지 않고 있다.
김어준 방송인도 이날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피해지역을 방문해서 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현장에서 가서 카메라가 있는데 한 얘기가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가 구경하면서 하는 얘기 아니냐”며 “‘퇴근할 때 보니 다른 아파트들도 다 침수가 됐더라’, 이게 어떻게 대통령이 시민이 3명이나 사망한 곳에가서 할 얘기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어떻게 대피가 안됐나’라는 발언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때 ‘구명조끼 입었는데 그렇게 구출이 어렵습니까’라고 얘기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외에도 대통령실 책임자들의 발언도 논란이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10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전화연결에서 ‘윤 대통령이 왜 (상황실로) 차를 못 돌렸냐’는 질의에 “이미 퇴근을 하고 계셨던 것 같고, 9시부터는 침수가 이미 주변에 서초동 지역에 시작되었고 대통령이 계신 곳이 곧 바로 상황실”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으며 지침도 내”렸다고 답했다. 강 수석은 “저희들도 그 당시에 퇴근이라든지 어떤 미팅을 하고 있다”며 “연락을 취하면서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디에 계셨냐’ 가지고 ‘대통령실의 여러 가지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고 프레임을 쓰는 것은 무책임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비에 대한 예고가 있지 않았느냐는 진행자의 반문에 강 수석은 “비가 온다고 해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느냐”며 “어떤 미팅이라든지 예정 등이 무작정 미뤄지거나 연기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폭우로 일가족 3명의 참변을 낳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피해주택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에 당 대표 후보로 경선에 나선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수석의 해명이 점입가경이라면서 “‘비온다고 퇴근 안하냐’는 반문이라니, 국민들이 우려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진정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면 모르지만, 발생하지 않았으니 집에 가도 된다’라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며 “전쟁이 발발해도 아직 피해가 없다면 퇴근도 하고, 저녁약속도 가실 분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상황실 복귀를 하지 않은 이유가 현장 인력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대처 역량을 떨어뜨리는 판단에 따라 재택 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도 침수가 있었다”며 “침수됐다고 해서 대통령이 현장에 나와야겠다라고 생각하시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덕수 총리가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처 역량을 오히려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판단 속에서 가지 않은 것”이라며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실시간 보고를 받고 가고 지침을 내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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